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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목재가 된 나무는 무엇이 될지 모른다. 그 쓰임새는 내가 결정하고, 내가 만드는 것이다 지상의 나무는 모두 내가 무엇이 될지 무엇을 할지, 무엇이 문젯거리인지 그 무엇을 위해 나는 나를 만들지 않는다. 봄철 한때, 함박꽃은 왜 활짝 웃고 있는지 무엇이 웃음이 되는지, 무엇이 웃음이 안 되는지 목숨의 젖피를 쥐어짜도 아무 말이 없다. 나무는 철학으로 말하지 않는다. 나를 깎고 다듬다보면 나는 없고 목수의 인생만 빛이 된다고 그래서 목수가 되거나 대패가 된다 해도 나무는 하늘로, 하늘로만 나를 세워 태고의 숨결을 수혈하려 한다. 나무는 끝내 우주의 뼈가 되고 싶은가? =========================================== 나는 나를 만들지 않는다. 나는 철학으로 말하지 않는다. 오직 하늘로 하늘로만 나를 세워 태고의 숨결을 기억하는 것이다. 태고의 첫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다. 처음 태어난 나무가 자신이 무엇이 될지 모르듯이 지금 자신이 무엇이 될지 모르는 사람들이 읽으면 공감할 시다. 나를 깎고 다듬는 세상에게 나를 통째로 내어주지는 말자. 충실하게 태고의 숨결을 수혈하자. 우주를 받치는 뼈가 되는 날까지. <김제김영>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시작입니다 아픔은 들꽃 한 송이 바라보며 잊습니다 환희는 층층이 매단 접시꽃으로 붉게 퍼집니다 귀한 인연은 더 귀한 인연을 이끌어 와 뜻깊은 하루는 열립니다 베푸는 하루는 아니었습니다 우선 오늘 행복했던 것만 생각하렵니다 못 다한 것도 내일로 미루고 이 시간만을 감사하렵니다 아, 그러나 날마다 베푸는 하루하루를 꿈꾸렵니다 그리고 반성하는 것은 인정을 다 쓰지 못한 것 나의 감사가 더 큰 감사의 물결로 일고 그래서 빛 부신 아침이 올 것을 믿습니다 내일은 아무런 걱정도 근심도 없는 나날이 될 것 같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혹은 오랫동안 적조했던 사람들에게 오늘은 안부를 묻자.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마음을 담아 인사를 하자. 그리고 오늘 베풀지 못한 사랑은, 오늘 미처 챙기지 못한 행복은 또 내일 나누겠다고 서로를 살뜰히 챙겨보자. 날마다 빛 부신 아침이 기다린다고 서로를 격려해보자. /김영 시인
내 삶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궁금한 적이 많다 언제 쯤 막다른 골목길처럼 갈 수 없는 길을 만나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외로운 적이 많다 * 외로울 때면 내가 나에게로 와서 말을 건넨다. 내 삶이 어떻게 가고 있는지 물어 보아도 대답이 없다. 다만 허전한 마음에 찬바람만이 스치고 지나갈 뿐이다. 나의 모습이 호수 잔물결에 일렁일 때, 나를 바라보고 있는 주름살은 지나간 시간을 말해 준다. 후회가 금방 밀려와도, 누구에겐가 용서를 빌어야 할 일도 생각이 어둡다. 막다른 골목길에서 뒤뚱 거려도 아무도 나를 잡아당기는 사람이 없다. 없음은 외로움의 시발점으로 온다. - 이소애 시인
소소한 흔들림에서 시작되었다 이내 걷잡을 수 없는 바람이 불었다 햇가지 같은 마음 꺾여, 후회는 필경 가까운 곳에서 깊어지느니 그대에게 흔들리며 일렁인 나도 분명 어디 상처 주고 살았겠다 꽃 같은 사람아 지금은 가을, 잎도 떠날 시간이다 잎 지면 내 마음도 한풀 꺾일 터 안녕, 손 흔들며 보내지는 못하더라도 너무 미워하지 말자 해가 지고도 한참 노을이 붉다 ------------------------------- * 가을 뒷모습이 쓸쓸하다. 나무가 잎을 틔워 매달 듯이, 한평생 살아가며 우리는 숱한 인연을 만나고 또 만든다. 소소한 흔들림으로 온 그 인연이 걷잡을 수 없는 바람이 되기도 한다. 그 바람에 흔들린 나도, 내가 매단 잎을 흔들어 바람을 만들고 또 다른 인연에게 상처가 되기도 할 터이다. 낙엽이 진다. 잎 지면 내 마음도 한풀 꺾일 터이다. 나무가 평생 잎을 매달지 못하듯, 사람의 인연도 평생 이어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해가 지고도 한참 노을이 붉듯 그 인연을 보내고도 우리는, 한참 먹먹할 것이다. -이소애 시인
오늘 온 인류의 이름으로 너에게 명령 하나를 하달한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나라의 국어사전 속에서 다음 단어를 벼락 치듯이 지우고 보고하라 전쟁 2018년 4월 1일 꼬마대장 군사분계선이 보이는 소떼길에서 남과 북의 두 정상이 함께 심었다는 소나무가 참 푸르다. 나무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명찰을 달고 있다. 한라산과 백두산 흙을 섞고 한강 대동강물을 몸으로 받은 소나무는 한족임을 수천 년 미래에도 가슴에 새기리라. 전쟁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지울 것이다. 백두산 천지의 맑은 물과 한라산 물을 받아드렸으니 우리 또한 지구상에서 전쟁을 잊고 살 날이 오겠다. 도보다리 새들처럼 평화의 노래를 부르며 살 것이다. 꼬마대장의 명령에 순종하겠다. 국어사전 속에서 전쟁을 지우시오. /이소애 시인
불이 켜지자 서늘한 바람이 이마를 스친다 꿈에서 깨어나 듯 서둘러 스크린 밖으로 빠져나가는 관객들 우수수 낙엽이 날린다 엔딩화면 속 날아오르는 기억 저편 익숙하고 낯선 이들이 하나 둘 계절 속으로 사라진다 동네 아저씨1, 행인1, 주인공 주변을 얼쩡거리던 단역들이 날아올라 흩어진다 날아오르는 이름 속에 나도 묻혀 사라진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엔딩 크레딧의 낙엽들 극장 앞 골목에 흩날리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엔딩 크레딧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다.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서둘러 스크린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불이 켜지기 전에 일러났다. 낙엽은 외롭고 쓸쓸한 가을무대의 엑스트라다. 낙엽은 가을 계절에 얼쩡거리는 행인1.이지만 단풍이 들고 낙엽이 땅에 뒹굴지 아니하면 어느 누가 가을이 왔다고 하겠는가. 시 한 편을 쓰기위해 언어사냥을 하는 나도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엔딩 크레딧으로 지나가리라. 아등바등 견디어 온 생이 시간을 밟고 지나가는 행인 엑스트라일 뿐이다. -이소애 시인
모진 가뭄도 가뭄이지만 내 몸 추스르기도 힘든 유월 가진 것도 든 것도 모자라기만 하고 이제 버릴 것은 시집 몇 권과 잡동사니 너절한 묵은 서가가 전부인데 정작 버려야할 것은 아직도 남아있는 서어한 욕망의 굴레일는지. 겨우 가뭄 달래는 마른 장맛비가 찔끔거리는 후텁지근한 오후 더 내려 놓은 것은 없나 뒤적여 보는 헌책 갈피에 끼워 있는 청년시절 받은 엽서 한 장 - 허접한 나의 청춘은 잔돌평 철쭉 빛으로 불타고 있어도 내 영혼 불 지필 불쏘시개 감으로라도 이승에 남을 것인가 소나기 한 줄기 넓은 잎 오동잎에 후두둑 걸어오는 유월 마지막 날 △생의 가뭄에 들어섰다. 윤기 나고 화려했던 젊음은 어디로든 벋어나갔으나 이젠 가뭄만 타는 고비에 접어든 것이다, 간혹 비가 내리기는 하지만, 가뭄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버릴 것 다 버렸는데도 아직 시집 몇 권과 연필 몇 자루는 가지고 있다. 청춘은 철쭉 빛으로 타올랐으나 내 영혼에 이글거리는 불을 다시 지필 수 있을 것인가? 사위어 가는 재를 다독여 주는 소나기 한줄기가 말라가는 오동잎을 건드린다. 김제 김영 시인
바다에 그물을 던지면 고래는 웃고 새우들은 죽을상이다 아무리 촘촘한 그물이라도 고래에게는 거미줄이고 새우에게는 동아줄이다 강에 그물을 던졌다 큰 고기는 다 빠져 나가고 잔고기들만 잡혔다 그물 속에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있었다 ===================================================================== △우린 고래 잡는 법을 모른다. 소설을 빌려 말해보면 고래를 잡으려면 작살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는 미련 없이 정조준해야 한다. 그러고도 그가 기진하도록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고래를 잡으려고 하면 큰일 난다. 온갖 특권으로 보호 받는 인종이기 때문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직도 활개 치고 있다면 가난한 나는 오늘 가까운 가게에서 고래밥이나 한 통 사서 와삭와삭 깨물어 먹어야겠다. /김제 김영 시인
하루하루가 삶의 선물입니다 하루하루가 늘 새롭고 신비스럽습니다 같은 길을 가도 늘 다른 일이 일어납니다 하루밖에 없는 하루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하루하루가 축제여야 합니다 ======================================================================== △어제는 지나가 버렸으므로 없다.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없다. 오로지 오늘만 있을 뿐이다. 어제는 오늘이 순간적으로 나를 떠난 것이고 내일은 내게 오는 순간 오늘로 변하기 때문이다. 해서 우리는, 어제의 슬픔을 오늘까지 갖고 있지 않아야 하고, 내일이 무궁무진하리라 믿고 오늘을 허투루 쓰지 않아야 한다. 아직 모르는 미래 때문에 오늘 걱정하고 있는가? 지나간 어제 때문에 오늘 분노하고 있는가? 가만히 짚어볼 일이다. /김제 김영 시인
기나긴 추위에서 움츠려 참았었고 바위틈 한 방울 물 생명수 되어 주며 자갈밭 생명 없는 곳 뿌리 내려 피웠지 씨앗이 떨어진 곳 탓하지 않았었고 그 누구 원망 없이 그 자리 내 자린 듯 뿌리를 뻗고 뻗어서 내 운명을 받았지 누구도 생각 못한 그곳에 꽃은 피고 풍파를 이겨낸 힘 짙은 향 발산하며 아픔을 견뎌낸 너는 활짝 웃고 있었지 ========================================================= △꽃 한 송이 피는 일이 어찌 쉽겠는가? 해서 시인 묵객이 시대를 초월하여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찬양한 것이렷다. 무서리 내리고 잠도 오지 않았던 밤을 꽃이 피기 직전의 통증에 비유한 서정주도 있고,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냐고 반문을 넘어서서 강변을 토한 시인도 있다. 추위도 참고, 한 방울 물도 감사하며, 떨어진 자리 탓하지 않아야 꽃이 피고 향기가 진하다. 꽃만이 아닐 것이다. /김제 김영 시인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흘러 온 길 또 다시 어드메로 흘러가는가 앞은 길을 따라 열고 등 뒤로 지나간 길은 꿈결만 아른 거리네 한평생 울고 웃으며 살아온 길 뒤 돌아보니 가파른 언덕 넘어에 굽이굽이 아픈 사연만 남아 피고 지는 꽃도 향기마저 잊어 버렸네 이제와 그 길 다시 걸어도 아픈 세월은 여울지고 눈물은 말라 가슴만 메여 우리 이길 다시 걸어도 들꽃처럼 소리 없이 지고 말 것을 우리 손잡고 발맞추며 함께 가세나 ========================================================= △전근표 시인은 2008년 한국시로 등단해 한국시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진안지부 6대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 <사랑합니다! 아버지> 등이 있다.
하늘 밑과 바다 끝 그 경계가 아득한 저물녘이다 수평선 따라 통통배 한 척 천천히 지나가고 있다 멀리 벌어진 쪽부터 하루가 캄캄하게 채워지고 있다 ============================================================== △수평선을 천천히 어둠으로 닫고 있는 통통배가 지나간다. 한 폭의 그림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풍경이다. 저물녘, 매급시 태양이 잠겨버린 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찰나의 충동이 일기도 한다. 환상일까? 짧은 시가 육지에 살고 있는 나를 바다로 훔쳐 간다. 시인의 상상력에 감탄해서인지 파도 소리가 안방까지 밀려오는 환청에 시달렸다. 수평선 너머엔 누가 살고 있을까? 태양의 비밀스러운 곳, 그곳에서 지퍼를 열어볼까 생각해 본다. 빛이 그리울 때. /이소애 시인
꽃들은 제 이름을 자랑하지 않는다 지독한 자기 연민과 사랑으로 한평생 흔들려도 목숨줄 부여잡고 제 목숨을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꽃이다 나는 꽃이다 석 달 열흘 땡볕가뭄에도 나는 꽃이다. 속울음 삼키며 눈 부릅뜨고 있다 꽃들은 목 놓아 제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 △제 이름을 자랑하지 않는다는 시인이 있다. 살고 싶지 않았을 때도 살아서 내가 고맙다.는 시인은 슬프고 아프고 괴롭고 쓰고 떫은 것들을 정화할 수 있어서 시에게 고맙다.라는 시인의 말에 내가 현혹되었다. 시름시름 앓던 나도 눈 부릅뜨고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해본다. 사람들은 꽃나무를 볼 때 행인처럼 바라본다. 달맞이꽃이 시들면 기생초와 배롱나무꽃도 시든다. 쇠약해지는 꽃나무 이름을 불러주는 자비의 시인으로 재생하려면 몇 편의 시를 탈고해야 하는지요. /이소애 시인
터벅터벅 실업급여 타러 가는 좁은 골목길 발 끝에 채여도 무심히 지나치는 게 불문율이다 비정규직의 봄은 갓길로 온다 =====================================================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발표 이후 노동자들의 절규를 생각한다. 눈물을 가슴에 품고 실업급여 타러 가는 노동자의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터벅터벅 좁은 골목길의 민들레를 밟고 지나가도 아픈 상처의 비명은 땅 밑으로 깔린다. 가녀린 꽃대가 부러질까 바람은 비껴가는데. 발끝에 채여도, 아니 죽어가는 생명이라 할지라도 세상 사람 누구 하나 관심을 주지 않는 민들레다. 짓밟아도 다시 피어날 거라는 천박하고 질긴 생이라는 운명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이소애 시인
어느 틈에 왔을까 왕눈이 저 사내, 백주대낮 십구 층 난간에 매달려 삼복에 등물 친 알몸 닳도록 훑는다 여기가 어디라고 겁도 없이 올라와 주먹만 한 눈망울 위아래로 굴린다 화들짝 나도 모르게 젖가슴을 가린다 능청스런 저 눈길 왠지 낯설지 않다 제풀에 뜨겁게 익어가던 고추잠자리 유유히 자리를 뜬다 나도 따라, 붉다 =============================================================== △페이소스가 강렬하다. 유유히 자리를 뜨는 고추잠자리의 파장이 가슴을 휘도는 정감을 느끼게 한다. 등물 친 알몸으로 난간에 매달릴 힘이 없으면 잠자리가 아니리. 방황하는 마음에 이정표처럼 허공에 그린 날갯짓은 차라리 붉다, 붉지. 겁도 없이 화들짝 나도 모르게 부끄러움을 갖게 하는 고추잠자리의 능청스러운 눈망울이 그립다. 바지랑대에 앉아서 날 놀리던 어린 시절의 고추잠자리도 붉었다. /이소애 시인
빤히 올려다보면 계수나무 한 가지 툭 부러져있고 나를 슬그머니 들어올릴 것 같은 이 하나 빠지지 않은 둥근 달이 뜬다 창호지에 본을 떠서 창문에 오래도록 걸어두려 했는데 우물이 먼저 와서 제 집에 들여놓았다 아뿔싸, 달은 하난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다 △너무 많은 것을 배우느라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 위성을 배우느라 달을 잃어버렸고, 로봇 탐사선을 배우느라 방아 찧는 토기도 잃어버렸다. 자연스럽게 달 속의 계수나무도 잃어버렸다. 오래도록 창문에 걸어두고 싶은 달은 우물에 빼앗겨버렸다. 사람들이 달을 구경하려고 우르르 우물가로 몰려드는데, 저 인파에 끼여 옥신각신 자리다툼을 할 생각이 없는 나는 에라, 모르겠다 허공으로 눈길을 돌린다. 거기 둥근 달이 환하다. 저런, 우물 속의 달은 허상이었구나. /김제 김영 시인
강변의 산책길 자벌레 한 마리가 무릎을 꿇고 두 팔꿈치를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며 오체투지하고 있다 힘들 것 같아 꽃가지로 일으켜 풀잎에 올려놓으니 몸을 동그랗게 말고서 나를 노려본다 △ ‘감 놔라 배 놔라 둥글어 간다 깎아 놔라’ 이렇게 간섭하는 사람은 그래도 인간적이다. ‘다 너를 생각해서 그렇다’ ‘내가 너에게 어떻게 했는데 그럴 수가 있냐’ ‘조직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로 남의 생에 함부로 간섭하고 훈수 두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시다. ‘자벌레 한 마리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서’ 내게 하는 말 ‘함부로 내 인생에 간섭하지 마라. 꽃가지라고 우기며 함부로 내밀지 마라, 내게는 꽃가지가 아니라 막대기로 보인다. 그대가 내미는 꽃가지가 흉기로조차 보일 때도 있다.’ 가슴 한편이 서늘하다. 오늘 하루라도 판단·분별 버리고, 어설픈 배려심 버리고 묵언해야겠다. /김제 김영 시인
가도 가도 저 끝이 보이지 않는 인생길 무엇이 그리 바빠 가쁜 숨 몰아쉬며 앞으로 그리 서둘러 앞으로만 가는가 인생길 가는 동안 여유롭게 가야할 길 쉬었다 가더라도 늦지 않은 우리의 길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돌아보며 가세나 △한 해가 또 반 너머 가버렸다. 이루고자 하는 일들이 많았을수록 허망함도 크다. 비 오시는 날, 바람 좋은 날은 비와 바람을 핑계 삼아 앞으로만 가려고 했던 마음을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벌써 올 상반기도 너무 바쁘게 살지 않았는가?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얼마나 가졌는가? 이웃의 안부는 챙기며 살았는가? 마른 대궁이었던 국화는 저만큼의 잎을 가지고도 가을꽃을 피울 수 있겠는가? 오늘 하루쯤은 찬찬히 톺아보아야 할 것 아닌가? /김제 김영 시인
지금껏 누구의 가슴이 저렇듯 뜨거웠을까 태워도 태워도 남겨진 불덩이 출렁이는 붉은 하늘빛 가슴 뛰게 하는 황홀함 오늘을 마지막처럼 살다 물 주름 사이로 숨는 너 내 눈빛 거두게 하고 열정의 발자국 남기고 사라지는 낙조여! △낙조와 만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탄하게 된다. 낙조가 거느린 하늘이 웅장해서 감탄하고 낙조의 표정이 장엄해서 감탄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가질 때까지 그가 겪어온 바람과 구름을 헤아린 마음도 함께 있다. 열심히 살아왔을 열정에 대한 박수와 존경도 함께 있다.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어 단 한 사람에게도 감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젊은 시간을 열정 없이 흘려보낸 것이 틀림없다. 김제 김영 시인
▲ 전근표해 저문 서쪽 하늘에 황금빛 실눈썹 하나 어둠 찾아 선잠 깬 아기천사 눈망울 일레라 지친 몸 나를 불러 방긋 방긋 윙크를 한다 “고마워”, “감사해” 이쁜 네마음 깊은 어둠 열 밤 지나면 둥두렷 네 앞가슴엔 계수나무 옥토끼 혹시나 내 생에 바람 불고 구름 가리면 못다 핀 내 푸른 꿈 너라도 그려주렴 그때 다시 나와함께 하늘에 노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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