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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마다 눈부신 빛 칠일 천하의 벚꽃 아쉽고 서러운 눈물 숨기려 소소리바람은 꽃잎에 뒤엉켜 이별의 비 불러들였나 보오. 이 비 그치면 진달래 수줍어할 게고 온 산 불 지른 영산홍에 가시 치켜세운 덩굴장미 새빨간 립스틱의 손짓을 또 어찌 감당할까요. 눈물은 마를 테고 자국일랑 씻어낸다지만 가슴 깊이 자리한 흔적에 뭉클 솟아오르는 하얀 그리움 사근사근 다가올 붉은 유혹들. 이 비 그치면 나, 어찌 견뎌낸답니까. ===============================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하던 봄의 영랑처럼, 이 비 그치면 하얀 그리움과 붉은 유혹을 참아내야 한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벚꽃이 이별의 비를 데려오면, 영산홍이며 진달래며 목련이며 덩굴장미까지 한꺼번에 와-와- 피어날 테고, 우리는 견디기 어려운 꽃멀미를 각오해야 한다. 한시절 호되게 앓고 난 자리에 열매를 불러 앉히는 것은 신의 섭리, 그러니 어쩌랴 후일의 열매를 데려오는 꽃멀미를 하냥 견디는 수밖에... /김제김영 시인
소문 없이 스며들어 열꽃 피워대던 갈증 굽이마다 부풀어 오른 물집 속 내 것 되지 못한 물방울들이 몸 밖으로 빠져 나오려 겹겹 비가 내린다 봄 여름 지나 뼈마디 다 녹아 불구 된 자벌레 한 마리, 푸른 문장들 이끌고 기어간다. ======================================================== 대지에 가득한 푸른 문장은 누가 쓸까? 세상에서는 별 쓸모없어 보이는 자벌레가 쓴다. 제 생을 관통해 오느라 불구가 된 자벌레가 온몸으로 이끌고 가야 비로소 써지는 문장이다. 오늘도 겹겹 비가 내린다 진즉에 감당할 수 없는 열꽃으로 피어나 시인의 몸에 물의 집을 짓고 살았던 눈물이 끝내 터져버렸다. 겹겹 내리는 빗속에 자벌레 한 마리가 놓쳤던 문장을 다시 쓰기로 한다. 세상이 더 푸르러질 것이다. /김제 김영 시인
4월, 강가에 나가 루어를 던져보았다 오전에 내린 봄비가 오후 늦게 물색을 흐렸다 역풍에 강물은 비늘을 곤두세웠고 일렁거렸고 조금 깊어졌다 채비를 바꿔가며 배스를 쫓는 동안 강둑 벚꽃은 만개하고 사람들도 3월보다는 다정해지고 의표를 찌르듯 마른 갈대에서 속잎이 돋았다 어디선가 물오리 자맥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게으른 햇살만 루어 꼬리를 물었다 놓곤 했다 루어를 던지고 느리게 거두어들이는 사이에 빈 입질처럼 강물은 입술 끝으로 반짝거렸다 4월에는 깜빡이는 것들에게는 모른 척 속아줄 일이었다 -----------------------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언 강물 스르르 풀리고 개나리 필두로 온갖 꽃이 피어난다. 어디 꽃뿐인가? 영영 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던 갈대가 우리들의 의표를 찌르며 송곳송곳 속잎을 피워낸다. 강둑엔 벚꽃 흐드러졌는데 흐려진 물색을 더듬어 낚시를 던진다. 가짜 미끼를 던져 진짜 고기를 얻으려는 시인에게 잠깐 속아주는 햇살이 다정하다. 깜빡깜빡 자주 잊어서 몇 번이고 생의 강물에 자맥질하는 물오리에게 4월은 짐짓 속아주는 시간이다. /김제김영 시인
여기서 아시아의 별이 뜨고 빛난다 7천만 민족의 궁지宮趾와 인류의 희망이 복합된 서해 시대의 꿈을 이룬 곳 천지개벽을 머금은 새만금 미래를 보라 고군산군도 섬들을 안고 1억2천만 평의 바다를 메워 산업용지, 농지, 호수를 만들겠거니 국제해양관광단지 조성은 물론 21세기의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땅 억만년의 역사를 창조한 새만금의 장중한 출발을 보라 동서가 따로 없이 타오르는 태양은 세계에서 몰려들 인산인해의 물결을 이룰 터이니 우리네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광활한 역사 용틀임하는 억센 파도를 잠재운 새만금의 요람을 보라 세계에서 가장 긴 백리길 방조제는 기억을 낳게 했고 서해를 가로지른 바다를 관통한 삶의 통로 명물로 우뚝 솟아 뽐내는 넓은 광장을 보라 삼천리 수려한 강산에 수繡 놓은 대한민국 분명 세계인을 경악케 했다 노도처럼 몰려들 인류에게 환희를 안겨줄 새만금 역사의 땅을 보라 ------------------------------------------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를 휘도는 바람처럼 시가 당차고 강렬하다. 군산시와 고군산군도, 부안군을 꽁꽁 묶은 방조제가 믿기지 않을 만큼 심장을 요동치게 한다. 시에 몰입하다 보면 용틀임하는 파도에 환희의 꿈이, 넓은 광장에는 사람들이 밀려오는 발자국과 함성이 들린다. 역사를 재창조하는 아시아의 별빛이 반짝일 것이다. 시인은 우주 삼라만상의 환호 소리까지 들리는 새처럼 날고 있을 것이다. 새만금 땅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이소애 시인
어둡다고 말하지 말자 밝지 않을 뿐이니까 희끄무레하게 끌고 가는 생의 붓질, 아무래도 나는 예능보다 예술을 더 사랑하나 보다 남들 앞에서 장기자랑 한번 하지 못했으니 호탕하게 한번 웃지 못했으니 두터운 유화의 밑바닥에서 끝없이 망설이며 수없이 고치고 지운 흔적이 내 몸 안에서 울고 있다 늘 덧나는 생의 높이, 나는 상처로 세운 나목이다 자꾸 헐벗는 나이에 오늘 또 바람이 불지만 이제 춥다고 말하지 말자 따뜻하지 않을 뿐이니까 생의 밑바닥에 귀 기울이면 더운 뿌리 한 줄기가 끝없이 어둠을 파고들며 수없이 초록을 새기고 있을 테니. ================== 생의 밑바닥에 귀 기울이면 상처투성이 나목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나목이 어찌 상처를 품지 아니하고 생존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쩜 그 상처는 가장 가난해서 버려진 생명에게 순백의 아름다운 한 모금 물 자국일 것이다. 그 자비가 초록으로 고개를 내밀 때 희끄무레하게 끌고 가는 생의 붓질이 아니라 초록빛 오로라 같은 황홀한 세상으로 따뜻하게 끌고 갈 것이다. 시인은 비움에서 시가 쌓인다. /이소애 시인
마루 밑 기어가던 벌레 손이 닿자 도르르 둥글어진다 불처럼 뜨거웠다 싶은 지난 삶도 돌아보면 날 선 모서리뿐인데 어찌 알았을까 가던 길 멈추고 둥글어져야 살 수 있다는 걸 모난 세상 공처럼 굴러보는 것이다 불신투성이인 세상을 껴안아 보는 것이다 그 옛날 어머니가 내게 이르시던 말 두고두고 꺼내 보아도 닳아지지 않는 그 말 ======================= 공벌레의 존재에 대해서 인식하고 화자의 삶을 통찰하고 각성하게 하는 시다. 생존을 위하여 둥글어져야 살 수 있는 삶을 터득하기까지 우린 수십 년 걸렸다. 불신투성이인 사람과 사회를 보듬어야 하며 마음에 침묵으로 담아두어야 하는 습성은 인간관계 생존 방식을 성찰하게 한다. 공벌레는 곤충이 아니라 인유적 비유와 마술적 상상력으로 허기를 채워 준다. 모나게 살고 있는 나에게 보내는 몸짓 메시지였다. /이소애 시인
이발소 의자에 앉아 빗소리 들었다 일흔의 이발사도 같이 듣는지 가위질 소리가 못내 예전만 못하였다 몸 낮춘 빗방울들이 일흔 살의 느린 선율 같아 때때로 사무쳤다 아무렴, 견줄 바 없도록 귀밑머리는 짧아지고 이발소 거울 속에서 한 생이 우기처럼 종일 흘러가고 있었다 턱선을 긋는 면도날이 무디어지매 까닭을 물으니 귀에 빗물 고이는 날이 잦다고 하였다 아, 한 마리 초식동물이어라 조만간 이 우기를 혁명처럼 건너가겠구나 나는 이발의 표정까지도 차곡차곡 숫제, 여러 날 간곡해져 버렸다 ============================ 일흔의 이발사 생이 시 한 편에서 고단함과 땀방울로 절절하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정감이 가는 「단골」 손님은 서로를 신뢰할 터. 무디어진 면도날과 느린 가위질 소리에도 몸 낮춘 빗방울처럼 숫제 이발사의 몸놀림에 사무치기까지 한다는 단골. 턱선을 긋는 면도날이 무디어지매는 깨소금 같은 시의 맛을 체험한다. 거울 속에서 화자의 얼굴이 보인다. 빗물 고인 귓속에서 화자의 애틋함이 느린 선율에 이입되어 온종일 시가 유혹한다. /이소애 시인
그는 오늘도 아내를 가두고 집을 나선다 문단속 잘해, 아내는 건성 듣는다 갇힌 줄도 모르고 노상 즐겁다 라랄랄라 그릇을 씻고 청소를 하고 걸레를 빨며 정오의 희망곡을 들으며 하루가 지나간다 나이 들수록 해가 짧아지네 아내는 제법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상추를 씻고 된장을 풀고 쌀을 안치는데 고장 난 가로등이나 공원 의자 근처 그는 집으로 가는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맨다 그는 혼자 술을 마신다 그는 오늘도 집 밖의 세상에 갇혀 운다 ========================= 평범한 부부의 가식 없는 실체를 본다. 집으로 가는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는 남편이 짊어지고 갈 슬픔의 무게가 알만큼인지, 혼자 마신 술잔을 감당해내는 힘은 있는 건지.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강한 힘은 까닭도 없이 밀려오는 내부에 파도치는 격랑이 아닐까. 갑자기 안식처를 잊고 바람처럼 방황하고 싶을 때가 있다. 꼼짝달싹 못 하게 갇혀 있다고 스스로 생각할 때가 있다. 마음이 묶인 감옥에서 울어 본 사람은 안다. 감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감옥에서 산다. /이소애 시인
지난겨울의 추위는 차라리 슬픔이었다 누가 알았을까 저 땅속에 숨어 있었다는 것을 폭설이 한참을 헤집고 있을 때에도 미세한 파동으로 꿈틀거리면서 신호를 보내왔던 것인데 지면의 압력과 대립하면서 두텁던 씨앗의 껍질을 깨고 흙과 함께 숨 쉴 날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여린 색깔로 여린 몸짓으로 여린 생명이 제 스스로 고개를 들고 세상에 나오던 날 땅속 물질과 땅 위 물질이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공기를 호흡하면서 그렇게 봄이 시작되었다. ---------------------------------------------------- 봄도 산통을 한다. 씨앗의 껍질을 깨고 미세한 파동으로 꿈틀거리며 온다. 담장 아래 납작 엎드려 고개를 내민 봄꽃은 밟히지 않으려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스크를 쓰고 외면했을 뿐 그렇게 힘든 생명이 꿈틀거리는 몸짓에 관심이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냥 지나쳤다. 가장 해맑고 신선한 그리고 찬란한 향기로 위로해줄 봄이 왔다. 누군가에게 함께 호흡하는 공간에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보고 싶다고 전하고 싶은 봄날에. /이소애 시인
그리움을 쪼아 먹다가 덫에 걸린 어미 새 빈들에 머무는 생각 한 조각 젖고 추억은 한 줌 정을 두고 꺼억꺼억 웁니다. ===================== 어찌 정이 한 줌밖에 안 되겠습니까? 잊으려고, 어떻게든 잊어보려고 애를 썼겠지요. 그리움이란 건 아무리 쪼아 먹어도 소화되지 않는 덫이라네요. 정을 나누고 살던 사람이 곁을 떠나자 들판은 텅 비어버렸지요. 홀로 남은 저 새 울다가 그리워하다가 가끔 날개를 조심스레 펴 보기도 하겠지요. 지난 일들을 기억하는 것만큼 잊는 것도 우리 삶에 힘이 되지요. /김제 김영 시인
무조건 넣어두면 오래 가리라 믿었다 언제 두었는지 모를 온갖 욕심들 곰팡이 꽃을 피워내고 마침내 시들어 가는 동안에도 완전하게 얼린다면 가장 온전하게 머물 것이라 믿었다 무엇이 담겼는지 기억조차 못 한 채 갖가지 욕망들 서로 뒤엉켜 잠들어버렸다 힘껏 문을 열고 살아있는 듯한 그 얼굴들 찬찬히 꺼내 보자 켜켜이 쌓여 굳어버린 상념들 ====================== 냉장고가 욕심의 창고구나. 무엇을 들여놓는지도 모르는 채, 얼마나 필요한지도 모르는 채, 일단 이것저것 잔뜩 들여놓았구나. 냉동실을 믿지 말아야 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본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미 맛이 간 관계들, 최소한의 인연을 지어야 했다. 이미 맺은 인연을 더 잘 가꾸어야 했다. 무작정 맺은 습관적인 관계들로 내 속도 저 냉장고 같았던 것을 반성한다. /김제김영 시인
당신은 내게 쉼표 같은 가시가 되고 나는 당신께 도돌이표 같은 버시가 된다면 당신과 나는 한뉘, 다솜 같은 삶이 되겠죠. ========================= △ 겨집과 남진이 가시버시를 이룬다. 가시버시는 가족을 구성하는 기초단위다. 세상일에 지치고 피곤할 때 쉼표 같은 아내는 예쁘다. 번번이 고비에 휘말려도 언제나 변함없이 제 자리로 돌아와 주는 도돌이표 같은 남편은 믿음직스럽다. 이들이 이루는 가정은 따뜻하다. 한평생 도타이 사랑하며 산다. /김제김영
하늘을 맞닿은 은행나무가 매서운 바람에 어지럽도록 흔들거린다. 겨울 여행 떠나는 가지 끝에 이파리들 떨어지지 않으려고 서럽게 울고 있다. 눈발 흩날리는 겨울인데도 ====================================== 방하착은 내려놓으라는 말이다. 마음을 아래로 두라는 말이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다가 간신히 붙든 나뭇가지조차 놓으라는 말이다.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힘을 다해 붙잡은 나뭇가지조차 놓으라는 말이다. 놓는 순간 죽을 것 같지만, 그 나뭇가지를 놓아야 두려움과 고통에서 해방된다는 말이다. 질끈 감은 두 눈을 뜨고 발아래를 바라보라는 말이다. 그러면 거기 푹신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다는 말이다. 떨어지지 않으려고/서럽게 울던 은행나무 잎들이 나뭇가지를 놓아야 나무 아래 황금빛 달관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말이다. /김제 김영 시인
가신 임의 사랑과 그리움이 뜨겁게 타오는 영혼의 불나비 빨간 정열이 터지는 가슴 참을 수 없는 넋두리 푸르렀던 지난날들 이제금 도사려 앉은 영원과 영원의 이야기 끝내 터트리지 못하는 불덩이 하나 임의 심장에 담고 싶다 ========================================= 푸르렀던 지난날도, 빨갛던 정열도 푹 익었다. 파란 가을 하늘로 날아가는 영혼의 불나비 한 마리는 터져 나오는 영원과 영원의 이야기이리라. 오래전, 끝내 터트리지 못한 불덩이 하나를 임의 심장에 담아놓고, 휘적휘적 돌아서던 그대의 매정한 발길도 푹 곰삭았으리라. 보고 싶다, 오랜 인연들이여. /김제김영 시인
외롭게 매달려 있는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목撞木을 힘껏 때려 소리를 낼 수 있게 하소서 기다리는 외로움보다 종소리 나는 고통 있게 하소서 ================= 내 몸을 때려야, 내 몸이 아파야, 몸속의 소리가 바깥세상으로 울려 퍼지는 삶. 허공을 붙잡고 바람의 모서리에서 시간을 걸어가는 종의 기도는 외로움보다 고통을 기원한다. 외롭게 매달려 있는 종은 세상의 아픔을 몸의 소리로 울려 퍼지게 하는 기도. 소리는 기도하는 자에겐 희망을 줄 것이며, 아픈 통증으로 몸부림치는 사람에겐 비명처럼 들릴 것이다. 종소리는 가장 버림받은 억울한 사람의 기도이기를 바란다. <종의 기도>처럼 나는 그렇게 간절한 기도를 한 적이 있었던가. /이소애 시인
하룻밤 묵어가려고 풀잎의 등을 꼭 붙들고 있는 나비 한 마리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다 편히 쉬다 가게 나비를 꼬옥 보듬고 있는 풀잎 ================================= 이 시를 감상하는 동안 마음을 보듬어 주는 신의 손길을 느낀다. 혼란스럽고 두려운 어둠이 짙어질 무렵 누군가가 나의 등을 꼭 붙들고 있는 따뜻한 목소리가 들린다. 편히 쉬다 가게는 방황하는 외로움을 녹여주는 말이다. 분노를 녹이려고 숲속을 헤맨다거나 빈 의자에 앉아 보고 싶은 이름을 불러본다 해도, 그 소리는 콘크리트 건물에 산화되어 가는 현실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구름 의자면 어떠하리. /이소애 시인
어려울 때 만나 음정을 골랐는데 지금은 물러앉아 무거운 침묵을 지키고 있어라. 예전에는 교실 옮겨 다니며 소리 맞추어 부르던 동요 오빠 생각, 반달, 고향의 봄 추억의 노래 그때 꽃밭에 같이 있던 아이들 다 떠났다지만 주섬주섬 챙겨보는 얼굴 그리운 회억. =============================== 회억回憶.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화자의 모습을 그려본다. 풍금 소리가 꽃밭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오선지에 울려 퍼질 때 옛 시간을 되감아 볼 것이다. 봉선화, 채송화, 분꽃, 나팔꽃, 저만치서 옆눈질하는 뚱딴지꽃과 닭의장풀꽃. 또 꽃밭 한가운데서 얼굴 자랑하는 장미꽃과 모란꽃도 겨울엔 화자의 생각으로 피어 있다. 주섬주섬 챙겨보는 그리운 시간이 가물거리는 보고픔이 젖어있다. 나이 듦이다. 울긋불긋 풍금 소리가 꽃밭에 한가득. 현재의 순간도 오선지 위에 놓여있는 회억이 그리움에 찼다. /이소애 시인
분명했네 분간할 수 없었던 티끌이 점점, 사람이었네 별만큼 보이다가 달이었네 달보드레한 눈빛 건넬 겨를 없이 차오르는 숨 불어줄 틈 없이 순간이었네 달이었던 사람 티끌로 멀어졌네 두근거리던 심장, 솜털 잠시 쏠렸던가 마주 오는 사람 아니라 이미 지나간 사람이었네 오늘 아침 아니라 벌써 어제 아침이었네 달이었다가 별이었다가 다시 티끌이 되어버린 찰나 같은 =============================== 순간, 마주 오는 사람이 차오르는 숨 불어줄 틈 없이 콩닥콩닥 심장이 두근거리는 사람으로 보일 때가 있다. 이미/지나간 사람이 온종일 눈에 아른거리는 사람. 달이었다가 별이었다가 다시 티끌이 되어버린 사람으로 오시어 화자에게 찰나 같은 그리움을 발동시키는 사람이 시를 엮었다. 그 뜨거움이 시가 되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생각이 되살아나서 세상을 뜨겁게 달구는지 겨울의 훈풍이다. 지나간 사람의 찰나는 바람 소리로도 보인다. /이소애 시인
모래내 시장을 향해 골목 하나가 내달리고 젊은 여자는 아들의 손목을 잡고 두 발이 천천히 희미해지며 길 위에서 웃는 얼굴들이 시장바닥에 가득해지고 빠르게 입들이 움직이고 붉은 휘장이 열리고 안에서 손들이 나오고 해가 지고, 이어달리기처럼 달이 올라오고 달빛은 또 다른 샛길을 만들고 길 위에 세상이 진설되며 쌓이며 흩어지고 여자가 시장에서 빠져나올 때쯤 희고 눈부신 골목 하나 선뜻 따라 나오고 두 손이 무거워 골목은 느리게 흐르고 아이는 여자의 옷자락에 붙어 한 마리 나비가 되었다가 새소리가 되었다가. ===============================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떼어놓은 요즈음 사람 풍경이 그립다. 시장 모퉁이를 돌아서 눈부신 골목 두리번거리며 장바구니 가득 채우던 시장에 가고 싶다. 엄마 옷자락을 잡아당기면 호떡 가게에서 발을 멈추고, 찐빵 하얀 김이 모락모락 시장 사람들 사이사이 유혹할 때쯤, 자반고등어 흥정하는 여자가 눈에 보인다. 사람이 아른거리고 흥정하는 소리가 들린다. 봄나물 사러 모래내 시장 가야 할 텐데. /이소애 시인
당신은 입안의 얼음 조각 같아 무심한 듯 거칠고 부드럽고 시원하면서도 따스하고 나에게 젖어 들고 때로는 날카롭게 나를 찌르기도 하고 가슴이 뛰어 =============================== 얼음은 투명하다. 깊은 속마음까지 쉽게 내어줄 듯 투명하다. 그러나 단단하여 완력을 허락하지 않는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차갑지만 오래 함께 있으면 따뜻해진다. 그는 내게 순순히 스며들기도 하지만 날카롭게 나를 찌르기도 한다. 운명처럼 당신과 만났을 때 내 관자놀이는 뻐근해졌고, 그 후로 나는 통증과 함께 살아간다. 이것이 무슨 감정인지 잘 모르겠다. 언어의 표현 한계선 밖에 있는 당신과 나의 만남은 언제나 가슴이 뛴다. /김제 김영 시인
대선 패배의 반성과 교훈
남원 모노레일 500억 참사, 시민은 분노한다
완주‧전주 통합, 특례시 지정으로 완성해야
태풍의 눈 ‘통합 전주시장’
공직 후보자, 아는 만큼 참모습이 보인다
지방선거 앞 공무원 정치적 중립 원칙 지켜야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특별(Special)’에 대한 단상
통합하면 올림픽 유치도 가능
김온 : 다섯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