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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대에 걸쳐 야성野性 다듬으며 외길 섬기던 그 충정 잊었는가 뜬장에 가두고 꿈마저 외면한 냉혹 컹컹 세상 꾸짖어도 누구도 듣지 않는 막장의 절규 외면당한 세상에서 오지게 밟고 뛰었던 마당 죄다 잃어버리고 쇠줄에 끌리면서 마구 흔들리는 뜬장의 고뇌를 보며 나도 울고 너도 운다 △개는 원래 야생이었다. 사람들이 길들여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개도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노력했다. 야성을 다듬어 사람에게 순치된 것이다. 반려동물로 키우며 반려자로 함께 하는 예쁜 모습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뜬장에 사는 개는 땅을 짚지 못한다. 뜬장에 갇히는 순간부터 자유를 잃고 마당을 잃는다.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외길 섬기던/그 충정이 허망할 뿐이다. /김제 김영
빨간 수류탄 가을 허공이 매설해 놓은 성냥개비 같은 안전핀 하나도 없어 저도 언제 터질지 몰라 햇살도 달빛도 더 이상 건들 수 없는 가지 끝에 잠든 탐스런 염문 번개처럼 뽀개져 별처럼 쏟아질까 수습할 수 없지만 앞가슴에 하나 차고픈 내 마른 혀를 울리는 원초적 사고뭉치 △파란 가을하늘에 원초적인 사고뭉치가 폭발 직전이다. 탐스러운 저 염문은 안전핀도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 햇살 한 오라기도 저 염문에는 태산처럼 무겁다. 저 염문 터지는 날에는 동네방네 별처럼 쏟아지는 가을을 어찌할 것인가? 석류가 벙글기 시작하면 철이 든 어른들은 이슬 맞은 나비처럼 미동도 없이 가을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 /김제김영 시인
김해강 시비가 파헤쳐져 산골로 던져졌다 28년 동안 덕진공원에서 살았던 시비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 정수리에서 태양을 섬기던 삼족오는 쇠망치를 맞고 사라진지 오래고 깊게 새겨진 「금강의 달」도 어둠이 되었다 금간 시비는 얼굴도 가리지 않은 채 운구에 실려 곡비도 없이 낯선 길을 갔다 기림을 받던 시인은 무대 뒤로 사라졌다 우리는 무엇을 보았던가 역사의 입을 벌려 무엇을 듣는가 저만치 상투 틀고 감발한 동학장군이 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 너무도 많이 불러 남의 이름이 된 내 이름이 누구인가 부르고 있다 --------------------------------------------- △시비 때문에 시비가 붙고 말았다. 시인을 기리기 위해 전주 덕진공원에 세워졌던 시비 옆에 어느 날인가는 단죄비도 세워졌다. 시비 곁을 일부러 에돌아서 지나다니는 동안 속담에 업어다 난장 맞힌다는 말이 딱 덜어지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해강 시인의 시비는 시빗거리 없는 산골 마을에서 소쩍새 울음소리에 삭아갈 것이다. 힘없는, 주권 없는 나라의 백성은 언제든 시비조로 조롱받을 일에 쌔고 쌔게 휘말릴 것이다. 거친 역사는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누군가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후배들을 보는 마음이 착잡할 것이다. /김제김영 시인
80을 훌쩍 넘겼다 인생고락 짊어진 세월과 함께 그 인생광장에 언론 30년, 정치 25년, 문단 35년 굴곡진 나의 역사를 쓴다 이글거리는 단풍도 겨울 앞에선 추풍낙엽이듯 저녁노을이 지는 어느 날 느닷없이원로의 상징인 문채문학상을 받으란다 생애의 찬란한 노을이었다. -------------------------------------------------- △전북문협에서는 해마다 새만금문학제 행사를 한다. 2021년부터 문단의 원로에게 드리는 상을 신설했다. 80이 넘은 문인 중에서 왕성하게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으면서, 문학성이 뛰어나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분에게 드리는 상이다. 제1회에 수상을 하신 김철규 시인은 문채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받으셨다. 환호와 갈채 속에 받으신 상은 문인에게는 생애의 찬란한 노을이다. 문단 생활 35년 동안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작품활동으로 찬란한 문학적 성과를 이루신 결과다. 작품으로 읽어보니 문채라는 말이 새삼 경건하다. 축하드린다. /김제김영 시인
뿌리를 땅에 깊숙이 내리고 사람의 냄새를 맡고 사람 소리를 듣는다 잎가지 바람에 흔들리며 하늘을 노래하고 하늘 음성에 귀를 댄다 하늘과 땅의 주고받는 속삭임 어느 날 간절한 사랑 씨앗은 맺히고 그 속에 하늘과 사람과 땅을 담으니 뚝 떨어져 다시 땅으로 돌아와 아련한 하늘의 기억을 여는 꽃이 된다 하늘을 품었나니, 사람꽃들 형형색색 향내 그윽이 풍기는 사랑꽃밭정이가 된다 ------------------------------------------- △시를 읽을 때마다 가슴에 스며드는 슬픔이 꽃으로 피어난다. 은하수에도 사랑꽃밭정이가 있겠지요. 하늘의 기억을 여는 꽃은 하늘과 땅의 뜨거운 추억이 숨어서 피는 꽃이리. 하늘의 음성이 뚝 떨어져 그리움을 위로해 주고 외로움을 다독여 준다면 사랑꽃으로 불러주어야 한다. 꽃이 고운 햇살과 바람보다는 사람 냄새를, 사람 소리로 씨앗이 맺힌다고 한다. 꽃은 화자의 그리움에 젖은 하늘꽃이다. 그리움은 씨앗으로 여물고 온종일 하늘 구름송이와 별빛을 기억하리라. /이소애 시인
한여름 쪽마루에 앉아 맨밥에 고추장 넣고 버무린 비빔밥은 마냥 군침이 돌았다 사기그릇에 맹물 한 대접도 저절로 따라 온다 예로부터 전주비빔밥은 오직 젓가락으로 비비라 전해져 왔다 나락 냄새와 오방색을 살살 받들면 서로서로 윤기가 난다 왼손과 오른손 동서남북 기운이 하나로 어우러져 온전한 비빔밥이 된다 잘 섞는다는 것은 내 빛깔을 걸러서 상대가 피어나도록 곁을 내어주는 것 서로 부대끼는 동안 두루두루 매끄러운 참기름을 둘러주는 것이다 내 것도 한술 떠보시게 -------------------------------------------- △입맛을 다시며 맛있게 읽히는 시다. 내 빛깔을 걸러서/ 상대가 피어나도록 곁을 내어주는 전주비빔밥의 깊은 맛은 음미해 본 사람만이 안다. 그냥 참기름을 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대낌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라니 시가 놀랍다. 전주비빔밥을 먹었을 나에게 화자는 내 것도 한술 떠보시게 숟가락을 내민다. 서로 부대꼈던 코로나의 아픔도 어우러지면 치유가 될 것 같아 시가 맛있다. 비빔밥의 어울림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오방색을 받든다니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이소애 시인
깊은 밤 깊은 눈이 내려 잠 못 이루는 불구자에게 들려오는 저 강설의 진군 소리 가슴을 에우고 어깨를 에는 눈보라 칼날보다 매서운 더 높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짓눌리는 나뭇가지들 누가 백설에 갇힌 온 산을 아름답다 이르던가. 목이 부러지고 팔이 부러지는 아아 생목生木들의 밤 잠 못 이루는 불구자에게 들려오는 저 뼈아픈 신음소리 --------------------------------- △시를 읽다가 가슴이 아릴 때가 있다. 마음을 건드리는 시는 그냥 가슴에 묻어두고 잠 못 이루는 밤에 몰래 꺼내 보면 어떨까. 저 뼈아픈 신음소리는 내가 체험하지 않고서는 공감할 수 없는 고통이다. 그래, 팔과 목이 부러지지는 나뭇가지처럼 생의 끄트머리에서의 절망적인 통곡을 들어 보았는가. 소리도 멈춘 떨림. 아름답다라는 말 함부로 하지 마라. 아름다움의 그림자도 밟지 말지어다. 강설의 진군 소리는 군홧발이 아니다. 사뿐히 다가오는 그리움의 발자국이다. /이소애 시인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일어서기를 반복하던 아기가 드디어 한 발짝 걸음을 내딛는다 세상을 다 얻은 표정이다 반복의 힘을 알았겠구나 세상에 발 딛고 서려면 무수한 반복에서 이루어지는 걸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일상들이 모여 내일을, 미래를 일으킨다는 걸 부디 쉬 지치지 않기를 그 무수한 반복을 겸허히 받들기를 ------------------------------------------ △「반복의 힘」은 쉽게 포기하려는 사람에게 반성문을 쓰도록 한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일상들이 모여 미래의 희망과 기쁨을 가져다주는 속 편한 세상살이가 아닐까. 무수히 반복을 할 때 몸은 저항하면서 사고를 낸다. 늙음이 그렇다. 아픔을 동반하는 경고를 한다. 시인의 따뜻한 시선은 아이에게 틀림없이 세상을 다 얻는 용기를 안길 것이다. 한 발짝씩 걸을 때의 환호와 박수는 강한 반복의 힘이 된다.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날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사람은 좋은 세상을 사는거다. /이소애 시인
전근표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 자신을 죽이고 천추의 한을 남긴다. 나는 새 헤엄치는 물고기 하나하나 모두가 존귀하다. 살생하지 말자 손으로 일궈 얻어지는 곡식 과일 푸성귀 직접 먹이 주고 기르는 날 짐승 길짐승 얼마나 많은가? 하늘과 땅은 알고 있다 인간이 태어난 이유를.... 우리가 어찌 공기와 물 숲의 고마움을 모를까 보냐만은 사람아 자연을 사랑하자 우리 모두 잘 난 게 하나도 없다 자연에 안겨 살아갈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 요즈음 모든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하여 힘들어하고 나도 혹시나 하고 통수권자를 비롯하여 보건 업무에 종사하시는 의사, 간호원, 공무원 모두는 서로를 걱정하며 개인 자정 노력을 솔선수범하거나 불철주야 확산 방지에 노력하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보인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지역에서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들이다 오히려 가을철이 지나면 더욱 나빠지리라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걱정만 하고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 상응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원인은 인간의 이기주의, 선진 일등주의, 무자비한 개발과 빈부 격차 비이성적 문화생활 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래를 향한 지구의 생명력 유지 인간 후세의 행복한 삶을 지속 하는 방법은 오직 자연을 사랑하는 길뿐이라 확신하는 바이다 우리 모두 자연을 사랑하자 자연을 사랑하자.... 2021년 10월, 귀뚜리 사랑 찾는 소리 들으며 시인 월랑 전근표 쓰다.
강가에 서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저 들판을 지나온 바람과 함께 강물을 바라본다 이렇게 서있는 내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흐름을 지켜보는 일 흐름에 실려가는 일 그렇게 흘러가는 일 강가에 서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 △강물은 흘러서 어디로 갈까. 이렇게 서 있는 내내 화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혼자서가 아니라 바람과 함께 바라보는 강물은 감춰진 무언가를 강물에 쏟아 내는 듯 물결의 소리가 들린다. 물결은 내 주변 사람의 몸짓이다. 흐름에 실려 가는 화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걸까. 거슬려 오르는 흐름은 물소리가 크다. 저항하는 거품이 흐름을 멈추게 할까? 그냥 흘러가는 일이, 그렇게 바다로 흐르는 일이 강의 삶이다. 들판을 지나온 바람이 그렇게 말해주리라. /이소애 시인
시인은 밤이거나 밤을 살아나온 별이거나 밤과 별을 묶어 흐르는 처절한 안개이거나 실재와 허구를 묶어내는 적정寂靜한 감성이거나 시인은 뚜렷하면 죽는다 수없이 죽었다 살아난다 태양이 이글거리다가 노을을 놓고 뒷걸음치듯이 -------------------------------- △시인의 자세 혹은 시인의 숙명에 대한 시입니다. 시를 쓰는 사람에게는 숙연한 경전입니다. 시인은 밤이기도 하고, 별이기도 하고, 안개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근원이 어둠이듯이 시인의 태자리는 어둠입니다. 시인은 뚜렷하면 죽는다라는 선언은 시를 쓰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이 뼈에 새겨들어야 할 시작법에 대한 메타 선언입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노을이라는 시를 놓고 뒷걸음치는 듯한 작품을 쓸 때 은유를 비롯한 수사가 살아납니다. 지나간 인생은 상징이고 지금 만나는 인생은 은유다라는 시인의 말을 곰곰 새겨봅니다. /김제김영 시인
때도 없이 약주 드신 목소리로 나를 찾는다. 기분 좋아 며느리인 나를 부를 양이면 주순아, 이놈아! 이내 껄껄 웃으신다. 우울한 날의 술은 아가야, 보고 싶다고 울먹이신다. 당신의 아들 때문에 나, 속상한 날에는 에미야, 너도 그 애 누이도 되었다가 아내도 되었다가 때로는 당신의 딸도 되어 달라시던 어느 날 술기 하나 없이 에미야, 보고 싶구나! 언제 올래? 묻던 아버지, 다음 날 홀연히 먼길 떠나셨다. 지구 끝까지 간들 당신의 음성 다시 들을 수 있을까? --------------------------------------- △기분이 좋으신 날은 주순아, 이놈아!하고 부르시고, 우울한 날에는 아가야라고 부르신다. 에미야라고 부르셔서 당신의 아들도 부탁하시고, 당신의 딸도 되어달라고 부탁하시던 아버님은 우리들의 보통의 아버지 모습이다. 에미야, 보고 싶구나!/언제 올래?하고 묻는 물음을 마지막으로 남겨 놓으시곤 시인의 시아버님은 먼 길 가셨다. 언제 올래?라는 말이 환청처럼 남아 시인은 지구 끝까지라도 달려가 아버님의 음성을 듣고 싶지만,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아버님의 음성. 오늘은 부모님께 살가운 자식이 되고 싶다. 전화로라도 부모님 음성을 들어야겠다. /김제김영 시인
산마을엔 4월 하순에도 봄 서리는 하얗게 내렸는데 빨간 철쭉이 불꽃이 되었네 하늘 불 받은 뜨거운 사랑 봄 서리 맞아도 봄꽃들 강건하게 꽃 피어 산천은 무지개 빛 형형색색 예쁘네 하늘 은혜 내려 만 가지 꽃이 의연히 피네 세상이 꽃이네 -------------------------------------- △세상은 항상 꽃 천지다. 봄이면 봄꽃이 피고. 여름이면 여름꽃 피고 가을이면 가을꽃 온다. 겨울에는 눈꽃 피고, 서리는 다시 피어나는 봄꽃을 이기지 못한다. 하늘 은혜가 내리기 때문이다. 해서 세상의 모든 꽃은 서리를 이기고 마침내는 의연히 피어나고, 꽃을 보는 사람도 꽃이 되어 함께 피어난다. 세상은 이렇게 항상 꽃 천지가 된다. /김제김영 시인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취객처럼 비틀거리는 풀꽃들 흐느적거리는 것들은 슬퍼 보여 더 아프다 산을 올려 보아도 들을 내려 보아도 풀어헤친 머리칼처럼 오매불망 눈 뜬 물고기처럼 잠을 잊고 휴식도 잊고 주저하지 말고 가자 느끼는 대로 가자 바람에 젖어 함께 가자 탁한 대지가 청명해질 때까지 -------------------------------- △흔들리는 나뭇가지나 취객처럼 비틀거리는 풀꽃들이 슬퍼 보인다. 나뭇가지가 제힘으로 흔들리던가? 풀꽃들이 제 흥으로 비틀거리던가? 나뭇가지나 풀꽃처럼 외적 환경에 의해 주체적 삶이 흔들린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우리 인생이, 우리의 밥이, 그리고 우리의 신념이 매번 흔들린다면 세상은 위태롭고 슬플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바람과 함께 꿋꿋하게 가자 /김제김영 시인
시인은 아무나 되나 싶기도 하고 아무렇게나 토막 내서 행이니 연이니 괴발개발 그리면 모두가 시가 되는 거냐고 시비도 여러 번 났다 나는 시란 반드시 꽃이요 별이어야만 하느냐는 물음표를 짊어지고 괴롭고 괴로운 밤 시작詩作의 시작始作이 깊은 밤을 밝혔다. ---------------------------------------- △남들 다 곤히 자는 깊은 밤, 먹물 같은 어둠은 시작詩作의 시작始作이 되는 시간이다. 깊은 밤이란 시어가 어디 시간적인 개념뿐이겠는가, 마음 안에 깃들어 있던 깊은 밤과 시대 안에 깃들어 있는 깊은 밤, 그리고 나이 안에 자리 잡은 깊은 밤을 독자들은 이미 짐작하고도 남는다. 시인이 깊은 밤의 속살을 경작하여 시란 /반드시 꽃이요 별이어야만 하느냐고 묻는 물음은 기존의 시인들 내지는 문학인을 향한 서늘한 일갈로 읽힌다. 맞는 말이다. 시가 꽃도 아니고 별도 아니고 그냥 깊은 밤에 겨우 얻은 한 줌 진흙이라 한들 그게 어디 그른 말인가? /김제김영 시인
동구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드는 어머니 처음에는 가라는 것 같더니 자꾸 바라보니 오라는 손짓 같아 마음을 지평선에 걸어놓고 온종일 발끝 살피며 출렁인다. ---------------------------- △좋은 시는 심장을 건드리며 말을 걸어온다. 머리로 읽히는 시가 아니라 뜨거운 가슴으로 스며든다.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보고픔을 달래준다. 동구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드는 어머니 모습이 눈에 오래도록 아른거린다. 지금은 손을 흔들어 주는 가족이 없어 코로나19 시대에 막혀버린 가족관계다. 별천지 세상에서 산다. 그래서 이 시가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지평선이 가물가물할 때까지 어머니 손짓은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온종일. /이소애 시인
연둣빛 손가락으로 매달려 타박타박 발걸음 딛던 네가 혼자서 걷고 혼자서 오르고 무성한 덩굴의 끝에서 걷다가 지칠 때 옆을 보게 되고 오르다 지칠 때 쉬어갈 줄 알아 너른 세상에 또 하나의 나를 찾은 날 5월의 좋은 날 맞잡은 손으로 빛나는 시작 다가서야 보이는 담쟁이꽃처럼 작은 웃음 곳곳에 숨겨두고 걸음걸음이 선물 같은 일상이길 빛이 되는 사랑으로 밀어주고 살아있는 사랑으로 끌어주며 서로에게 든든한 일상이길 --------------------------------------- △이 시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랑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시 한 편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고귀한 사랑의 색이 화려하다 못해 순결하다. 과연 나는 담쟁이 사랑을 체험하고 있는 걸까. 작은 웃음 곳곳에 숨겨두고 마치 신이 인간을 사랑하듯 무조건 배려하는 사랑을 나누고 있을까. 서로를 밀어줄 수 있어 서로에게 든든한 일상을 보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를 멈칫 떠올려보는 부끄러운 오후였다. /이소애 시인
남루하게 구겨진 비닐봉투가 검은 창자를 드러낸 채 나뭇가지에 갇혀 왕바람에 울고 있다 버려져 환지통에 신음하는 비닐봉투 등을 돌린 주인들의 누린내 나는 배려로 세상 변두리 어딘가에서 고향이 없으므로 타향도 없는 밥을 위해 방황하는 울음이 있다 ---------------------------------- 분명, 생각만 하여도 온몸이 떨리는 실직이란 단어. 험난한 바위에 올라 시퍼런 파도가 고함을 지르는 공포의 유혹. 그래서 시인은 팔다리를 절단한 환자가 이미 없는 수족에 아픔을 느끼는 현상을 떠올렸다. 나뭇가지에 갇혀/왕바람에 울고 있는 실직자의 통곡이 귀에 쟁쟁하다. 그래, 고향이 없으므로 타향도 없는 게지. 실직자의 처참한 모습이 온종일 날 우울하게 만든다. 시가 가슴 한쪽을 찌른다.실직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구겨진 비닐봉투로 환유되었을까. /이소애 시인
명료하다 치마폭을 휘감고 질끈 동여맸던 어머니 허리끈 같은 길이 있다 한끝은 한산한 신작로를 물고 있고 한끝은 번잡한 신작로를 물고 있고 풀어놓은 허리끈만 한 그 길을 오가면서 나는 자랐다 동쪽으로 줄레줄레 걸어가면 먼지 폴폴 날리는 길 서쪽으로 달려가면 시꺼멍 아스팔트 찰지게 깔려 있는 길 지금껏 양극을 오가며 산다. 나는, ----------------------------------- 어머니의 허리끈 같은 길은 어떤 길일까. 양극을 오가며 산다라는 화자의 생이 그림처럼 보인다. 꽃길을 생각한다. 그리고 먼지 폴폴 날리는 길을 오가며 생을 이어가는 화자의 곱디고운 땀방울에서 고단한 삶을 생각한다. 길이 곧 삶일 터. 분명 꽃길은 아름다워서 아픈 영혼을 위로해 줄 것 같았는데, 꽃의 무게에 눌리며 사는 또 다른 생명의 비명이 들릴 때가 있다. 허리끈 같은 단단한 언어들이 힘겨운 화자를 오가며 길을 터주고 있다. 마치 상처를 치유하듯 시가 외로움을 만나러 왔다. /이소애 시인
손대중 물리치고 물 마구 퍼부은 무쇠 솥단지 된밥 되지 말고 진밥 되거라 어머니 생솔가지 태울 때 넘치는 밥물 보고서야 그 눈물 알았다. ------------------------- 절로 어머니 생각이 나게 하는 눈물의 시다. 서너 번 읽고 나면 왠지 가슴이 찡하게 아려온다. 어린 시절, 진밥과 죽은 아예 숟가락도 대지 않았던 내가 어머니의 눈물이었을 게다. 손대중 없이 물 마구 퍼부은/무쇠 솥단지는 틀림없이 진밥 아니면 죽이 된다. 아무리 생솔가지를 활활 태워도 넘치는 밥물은 된밥이 되지 않는다. 화자는 밥물이 넘칠 때 어머니의 깊은 한숨 소리를 듣고서야 진밥도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아픈 그리움을 짧은 시에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이소애 시인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남원 모노레일 500억 참사, 시민은 분노한다
안호영 의원의 위대한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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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전주 통합, 특례시 지정으로 완성해야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남원파크, 전·현직 시장에 구상권 행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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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되는 행정, 중단의 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