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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깊은 눈이 내려 잠 못 이루는 불구자에게 들려오는 저 강설의 진군 소리 가슴을 에우고 어깨를 에는 눈보라 칼날보다 매서운 더 높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짓눌리는 나뭇가지들 누가 백설에 갇힌 온 산을 아름답다 이르던가. 목이 부러지고 팔이 부러지는 아아 생목生木들의 밤 잠 못 이루는 불구자에게 들려오는 저 뼈아픈 신음소리 --------------------------------- △시를 읽다가 가슴이 아릴 때가 있다. 마음을 건드리는 시는 그냥 가슴에 묻어두고 잠 못 이루는 밤에 몰래 꺼내 보면 어떨까. 저 뼈아픈 신음소리는 내가 체험하지 않고서는 공감할 수 없는 고통이다. 그래, 팔과 목이 부러지지는 나뭇가지처럼 생의 끄트머리에서의 절망적인 통곡을 들어 보았는가. 소리도 멈춘 떨림. 아름답다라는 말 함부로 하지 마라. 아름다움의 그림자도 밟지 말지어다. 강설의 진군 소리는 군홧발이 아니다. 사뿐히 다가오는 그리움의 발자국이다. /이소애 시인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일어서기를 반복하던 아기가 드디어 한 발짝 걸음을 내딛는다 세상을 다 얻은 표정이다 반복의 힘을 알았겠구나 세상에 발 딛고 서려면 무수한 반복에서 이루어지는 걸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일상들이 모여 내일을, 미래를 일으킨다는 걸 부디 쉬 지치지 않기를 그 무수한 반복을 겸허히 받들기를 ------------------------------------------ △「반복의 힘」은 쉽게 포기하려는 사람에게 반성문을 쓰도록 한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일상들이 모여 미래의 희망과 기쁨을 가져다주는 속 편한 세상살이가 아닐까. 무수히 반복을 할 때 몸은 저항하면서 사고를 낸다. 늙음이 그렇다. 아픔을 동반하는 경고를 한다. 시인의 따뜻한 시선은 아이에게 틀림없이 세상을 다 얻는 용기를 안길 것이다. 한 발짝씩 걸을 때의 환호와 박수는 강한 반복의 힘이 된다.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날 일으켜 세워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사람은 좋은 세상을 사는거다. /이소애 시인
전근표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 자신을 죽이고 천추의 한을 남긴다. 나는 새 헤엄치는 물고기 하나하나 모두가 존귀하다. 살생하지 말자 손으로 일궈 얻어지는 곡식 과일 푸성귀 직접 먹이 주고 기르는 날 짐승 길짐승 얼마나 많은가? 하늘과 땅은 알고 있다 인간이 태어난 이유를.... 우리가 어찌 공기와 물 숲의 고마움을 모를까 보냐만은 사람아 자연을 사랑하자 우리 모두 잘 난 게 하나도 없다 자연에 안겨 살아갈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 요즈음 모든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하여 힘들어하고 나도 혹시나 하고 통수권자를 비롯하여 보건 업무에 종사하시는 의사, 간호원, 공무원 모두는 서로를 걱정하며 개인 자정 노력을 솔선수범하거나 불철주야 확산 방지에 노력하는 모습이 여러 곳에서 보인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지역에서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들이다 오히려 가을철이 지나면 더욱 나빠지리라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서 걱정만 하고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 상응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원인은 인간의 이기주의, 선진 일등주의, 무자비한 개발과 빈부 격차 비이성적 문화생활 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래를 향한 지구의 생명력 유지 인간 후세의 행복한 삶을 지속 하는 방법은 오직 자연을 사랑하는 길뿐이라 확신하는 바이다 우리 모두 자연을 사랑하자 자연을 사랑하자.... 2021년 10월, 귀뚜리 사랑 찾는 소리 들으며 시인 월랑 전근표 쓰다.
강가에 서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저 들판을 지나온 바람과 함께 강물을 바라본다 이렇게 서있는 내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흐름을 지켜보는 일 흐름에 실려가는 일 그렇게 흘러가는 일 강가에 서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 △강물은 흘러서 어디로 갈까. 이렇게 서 있는 내내 화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혼자서가 아니라 바람과 함께 바라보는 강물은 감춰진 무언가를 강물에 쏟아 내는 듯 물결의 소리가 들린다. 물결은 내 주변 사람의 몸짓이다. 흐름에 실려 가는 화자의 마음을 위로하는 걸까. 거슬려 오르는 흐름은 물소리가 크다. 저항하는 거품이 흐름을 멈추게 할까? 그냥 흘러가는 일이, 그렇게 바다로 흐르는 일이 강의 삶이다. 들판을 지나온 바람이 그렇게 말해주리라. /이소애 시인
시인은 밤이거나 밤을 살아나온 별이거나 밤과 별을 묶어 흐르는 처절한 안개이거나 실재와 허구를 묶어내는 적정寂靜한 감성이거나 시인은 뚜렷하면 죽는다 수없이 죽었다 살아난다 태양이 이글거리다가 노을을 놓고 뒷걸음치듯이 -------------------------------- △시인의 자세 혹은 시인의 숙명에 대한 시입니다. 시를 쓰는 사람에게는 숙연한 경전입니다. 시인은 밤이기도 하고, 별이기도 하고, 안개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근원이 어둠이듯이 시인의 태자리는 어둠입니다. 시인은 뚜렷하면 죽는다라는 선언은 시를 쓰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이 뼈에 새겨들어야 할 시작법에 대한 메타 선언입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노을이라는 시를 놓고 뒷걸음치는 듯한 작품을 쓸 때 은유를 비롯한 수사가 살아납니다. 지나간 인생은 상징이고 지금 만나는 인생은 은유다라는 시인의 말을 곰곰 새겨봅니다. /김제김영 시인
때도 없이 약주 드신 목소리로 나를 찾는다. 기분 좋아 며느리인 나를 부를 양이면 주순아, 이놈아! 이내 껄껄 웃으신다. 우울한 날의 술은 아가야, 보고 싶다고 울먹이신다. 당신의 아들 때문에 나, 속상한 날에는 에미야, 너도 그 애 누이도 되었다가 아내도 되었다가 때로는 당신의 딸도 되어 달라시던 어느 날 술기 하나 없이 에미야, 보고 싶구나! 언제 올래? 묻던 아버지, 다음 날 홀연히 먼길 떠나셨다. 지구 끝까지 간들 당신의 음성 다시 들을 수 있을까? --------------------------------------- △기분이 좋으신 날은 주순아, 이놈아!하고 부르시고, 우울한 날에는 아가야라고 부르신다. 에미야라고 부르셔서 당신의 아들도 부탁하시고, 당신의 딸도 되어달라고 부탁하시던 아버님은 우리들의 보통의 아버지 모습이다. 에미야, 보고 싶구나!/언제 올래?하고 묻는 물음을 마지막으로 남겨 놓으시곤 시인의 시아버님은 먼 길 가셨다. 언제 올래?라는 말이 환청처럼 남아 시인은 지구 끝까지라도 달려가 아버님의 음성을 듣고 싶지만,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아버님의 음성. 오늘은 부모님께 살가운 자식이 되고 싶다. 전화로라도 부모님 음성을 들어야겠다. /김제김영 시인
산마을엔 4월 하순에도 봄 서리는 하얗게 내렸는데 빨간 철쭉이 불꽃이 되었네 하늘 불 받은 뜨거운 사랑 봄 서리 맞아도 봄꽃들 강건하게 꽃 피어 산천은 무지개 빛 형형색색 예쁘네 하늘 은혜 내려 만 가지 꽃이 의연히 피네 세상이 꽃이네 -------------------------------------- △세상은 항상 꽃 천지다. 봄이면 봄꽃이 피고. 여름이면 여름꽃 피고 가을이면 가을꽃 온다. 겨울에는 눈꽃 피고, 서리는 다시 피어나는 봄꽃을 이기지 못한다. 하늘 은혜가 내리기 때문이다. 해서 세상의 모든 꽃은 서리를 이기고 마침내는 의연히 피어나고, 꽃을 보는 사람도 꽃이 되어 함께 피어난다. 세상은 이렇게 항상 꽃 천지가 된다. /김제김영 시인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취객처럼 비틀거리는 풀꽃들 흐느적거리는 것들은 슬퍼 보여 더 아프다 산을 올려 보아도 들을 내려 보아도 풀어헤친 머리칼처럼 오매불망 눈 뜬 물고기처럼 잠을 잊고 휴식도 잊고 주저하지 말고 가자 느끼는 대로 가자 바람에 젖어 함께 가자 탁한 대지가 청명해질 때까지 -------------------------------- △흔들리는 나뭇가지나 취객처럼 비틀거리는 풀꽃들이 슬퍼 보인다. 나뭇가지가 제힘으로 흔들리던가? 풀꽃들이 제 흥으로 비틀거리던가? 나뭇가지나 풀꽃처럼 외적 환경에 의해 주체적 삶이 흔들린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우리 인생이, 우리의 밥이, 그리고 우리의 신념이 매번 흔들린다면 세상은 위태롭고 슬플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바람과 함께 꿋꿋하게 가자 /김제김영 시인
시인은 아무나 되나 싶기도 하고 아무렇게나 토막 내서 행이니 연이니 괴발개발 그리면 모두가 시가 되는 거냐고 시비도 여러 번 났다 나는 시란 반드시 꽃이요 별이어야만 하느냐는 물음표를 짊어지고 괴롭고 괴로운 밤 시작詩作의 시작始作이 깊은 밤을 밝혔다. ---------------------------------------- △남들 다 곤히 자는 깊은 밤, 먹물 같은 어둠은 시작詩作의 시작始作이 되는 시간이다. 깊은 밤이란 시어가 어디 시간적인 개념뿐이겠는가, 마음 안에 깃들어 있던 깊은 밤과 시대 안에 깃들어 있는 깊은 밤, 그리고 나이 안에 자리 잡은 깊은 밤을 독자들은 이미 짐작하고도 남는다. 시인이 깊은 밤의 속살을 경작하여 시란 /반드시 꽃이요 별이어야만 하느냐고 묻는 물음은 기존의 시인들 내지는 문학인을 향한 서늘한 일갈로 읽힌다. 맞는 말이다. 시가 꽃도 아니고 별도 아니고 그냥 깊은 밤에 겨우 얻은 한 줌 진흙이라 한들 그게 어디 그른 말인가? /김제김영 시인
동구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드는 어머니 처음에는 가라는 것 같더니 자꾸 바라보니 오라는 손짓 같아 마음을 지평선에 걸어놓고 온종일 발끝 살피며 출렁인다. ---------------------------- △좋은 시는 심장을 건드리며 말을 걸어온다. 머리로 읽히는 시가 아니라 뜨거운 가슴으로 스며든다. 그리움을 떠올리게 한다. 보고픔을 달래준다. 동구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드는 어머니 모습이 눈에 오래도록 아른거린다. 지금은 손을 흔들어 주는 가족이 없어 코로나19 시대에 막혀버린 가족관계다. 별천지 세상에서 산다. 그래서 이 시가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지평선이 가물가물할 때까지 어머니 손짓은 아름다운 풍경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온종일. /이소애 시인
연둣빛 손가락으로 매달려 타박타박 발걸음 딛던 네가 혼자서 걷고 혼자서 오르고 무성한 덩굴의 끝에서 걷다가 지칠 때 옆을 보게 되고 오르다 지칠 때 쉬어갈 줄 알아 너른 세상에 또 하나의 나를 찾은 날 5월의 좋은 날 맞잡은 손으로 빛나는 시작 다가서야 보이는 담쟁이꽃처럼 작은 웃음 곳곳에 숨겨두고 걸음걸음이 선물 같은 일상이길 빛이 되는 사랑으로 밀어주고 살아있는 사랑으로 끌어주며 서로에게 든든한 일상이길 --------------------------------------- △이 시를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랑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시 한 편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고귀한 사랑의 색이 화려하다 못해 순결하다. 과연 나는 담쟁이 사랑을 체험하고 있는 걸까. 작은 웃음 곳곳에 숨겨두고 마치 신이 인간을 사랑하듯 무조건 배려하는 사랑을 나누고 있을까. 서로를 밀어줄 수 있어 서로에게 든든한 일상을 보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를 멈칫 떠올려보는 부끄러운 오후였다. /이소애 시인
남루하게 구겨진 비닐봉투가 검은 창자를 드러낸 채 나뭇가지에 갇혀 왕바람에 울고 있다 버려져 환지통에 신음하는 비닐봉투 등을 돌린 주인들의 누린내 나는 배려로 세상 변두리 어딘가에서 고향이 없으므로 타향도 없는 밥을 위해 방황하는 울음이 있다 ---------------------------------- 분명, 생각만 하여도 온몸이 떨리는 실직이란 단어. 험난한 바위에 올라 시퍼런 파도가 고함을 지르는 공포의 유혹. 그래서 시인은 팔다리를 절단한 환자가 이미 없는 수족에 아픔을 느끼는 현상을 떠올렸다. 나뭇가지에 갇혀/왕바람에 울고 있는 실직자의 통곡이 귀에 쟁쟁하다. 그래, 고향이 없으므로 타향도 없는 게지. 실직자의 처참한 모습이 온종일 날 우울하게 만든다. 시가 가슴 한쪽을 찌른다.실직이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구겨진 비닐봉투로 환유되었을까. /이소애 시인
명료하다 치마폭을 휘감고 질끈 동여맸던 어머니 허리끈 같은 길이 있다 한끝은 한산한 신작로를 물고 있고 한끝은 번잡한 신작로를 물고 있고 풀어놓은 허리끈만 한 그 길을 오가면서 나는 자랐다 동쪽으로 줄레줄레 걸어가면 먼지 폴폴 날리는 길 서쪽으로 달려가면 시꺼멍 아스팔트 찰지게 깔려 있는 길 지금껏 양극을 오가며 산다. 나는, ----------------------------------- 어머니의 허리끈 같은 길은 어떤 길일까. 양극을 오가며 산다라는 화자의 생이 그림처럼 보인다. 꽃길을 생각한다. 그리고 먼지 폴폴 날리는 길을 오가며 생을 이어가는 화자의 곱디고운 땀방울에서 고단한 삶을 생각한다. 길이 곧 삶일 터. 분명 꽃길은 아름다워서 아픈 영혼을 위로해 줄 것 같았는데, 꽃의 무게에 눌리며 사는 또 다른 생명의 비명이 들릴 때가 있다. 허리끈 같은 단단한 언어들이 힘겨운 화자를 오가며 길을 터주고 있다. 마치 상처를 치유하듯 시가 외로움을 만나러 왔다. /이소애 시인
손대중 물리치고 물 마구 퍼부은 무쇠 솥단지 된밥 되지 말고 진밥 되거라 어머니 생솔가지 태울 때 넘치는 밥물 보고서야 그 눈물 알았다. ------------------------- 절로 어머니 생각이 나게 하는 눈물의 시다. 서너 번 읽고 나면 왠지 가슴이 찡하게 아려온다. 어린 시절, 진밥과 죽은 아예 숟가락도 대지 않았던 내가 어머니의 눈물이었을 게다. 손대중 없이 물 마구 퍼부은/무쇠 솥단지는 틀림없이 진밥 아니면 죽이 된다. 아무리 생솔가지를 활활 태워도 넘치는 밥물은 된밥이 되지 않는다. 화자는 밥물이 넘칠 때 어머니의 깊은 한숨 소리를 듣고서야 진밥도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아픈 그리움을 짧은 시에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 /이소애 시인
가지마다 눈부신 빛 칠일 천하의 벚꽃 아쉽고 서러운 눈물 숨기려 소소리바람은 꽃잎에 뒤엉켜 이별의 비 불러들였나 보오. 이 비 그치면 진달래 수줍어할 게고 온 산 불 지른 영산홍에 가시 치켜세운 덩굴장미 새빨간 립스틱의 손짓을 또 어찌 감당할까요. 눈물은 마를 테고 자국일랑 씻어낸다지만 가슴 깊이 자리한 흔적에 뭉클 솟아오르는 하얀 그리움 사근사근 다가올 붉은 유혹들. 이 비 그치면 나, 어찌 견뎌낸답니까. ===============================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하던 봄의 영랑처럼, 이 비 그치면 하얀 그리움과 붉은 유혹을 참아내야 한다. 이별을 아쉬워하는 벚꽃이 이별의 비를 데려오면, 영산홍이며 진달래며 목련이며 덩굴장미까지 한꺼번에 와-와- 피어날 테고, 우리는 견디기 어려운 꽃멀미를 각오해야 한다. 한시절 호되게 앓고 난 자리에 열매를 불러 앉히는 것은 신의 섭리, 그러니 어쩌랴 후일의 열매를 데려오는 꽃멀미를 하냥 견디는 수밖에... /김제김영 시인
소문 없이 스며들어 열꽃 피워대던 갈증 굽이마다 부풀어 오른 물집 속 내 것 되지 못한 물방울들이 몸 밖으로 빠져 나오려 겹겹 비가 내린다 봄 여름 지나 뼈마디 다 녹아 불구 된 자벌레 한 마리, 푸른 문장들 이끌고 기어간다. ======================================================== 대지에 가득한 푸른 문장은 누가 쓸까? 세상에서는 별 쓸모없어 보이는 자벌레가 쓴다. 제 생을 관통해 오느라 불구가 된 자벌레가 온몸으로 이끌고 가야 비로소 써지는 문장이다. 오늘도 겹겹 비가 내린다 진즉에 감당할 수 없는 열꽃으로 피어나 시인의 몸에 물의 집을 짓고 살았던 눈물이 끝내 터져버렸다. 겹겹 내리는 빗속에 자벌레 한 마리가 놓쳤던 문장을 다시 쓰기로 한다. 세상이 더 푸르러질 것이다. /김제 김영 시인
4월, 강가에 나가 루어를 던져보았다 오전에 내린 봄비가 오후 늦게 물색을 흐렸다 역풍에 강물은 비늘을 곤두세웠고 일렁거렸고 조금 깊어졌다 채비를 바꿔가며 배스를 쫓는 동안 강둑 벚꽃은 만개하고 사람들도 3월보다는 다정해지고 의표를 찌르듯 마른 갈대에서 속잎이 돋았다 어디선가 물오리 자맥질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게으른 햇살만 루어 꼬리를 물었다 놓곤 했다 루어를 던지고 느리게 거두어들이는 사이에 빈 입질처럼 강물은 입술 끝으로 반짝거렸다 4월에는 깜빡이는 것들에게는 모른 척 속아줄 일이었다 -----------------------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언 강물 스르르 풀리고 개나리 필두로 온갖 꽃이 피어난다. 어디 꽃뿐인가? 영영 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던 갈대가 우리들의 의표를 찌르며 송곳송곳 속잎을 피워낸다. 강둑엔 벚꽃 흐드러졌는데 흐려진 물색을 더듬어 낚시를 던진다. 가짜 미끼를 던져 진짜 고기를 얻으려는 시인에게 잠깐 속아주는 햇살이 다정하다. 깜빡깜빡 자주 잊어서 몇 번이고 생의 강물에 자맥질하는 물오리에게 4월은 짐짓 속아주는 시간이다. /김제김영 시인
여기서 아시아의 별이 뜨고 빛난다 7천만 민족의 궁지宮趾와 인류의 희망이 복합된 서해 시대의 꿈을 이룬 곳 천지개벽을 머금은 새만금 미래를 보라 고군산군도 섬들을 안고 1억2천만 평의 바다를 메워 산업용지, 농지, 호수를 만들겠거니 국제해양관광단지 조성은 물론 21세기의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드는 땅 억만년의 역사를 창조한 새만금의 장중한 출발을 보라 동서가 따로 없이 타오르는 태양은 세계에서 몰려들 인산인해의 물결을 이룰 터이니 우리네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광활한 역사 용틀임하는 억센 파도를 잠재운 새만금의 요람을 보라 세계에서 가장 긴 백리길 방조제는 기억을 낳게 했고 서해를 가로지른 바다를 관통한 삶의 통로 명물로 우뚝 솟아 뽐내는 넓은 광장을 보라 삼천리 수려한 강산에 수繡 놓은 대한민국 분명 세계인을 경악케 했다 노도처럼 몰려들 인류에게 환희를 안겨줄 새만금 역사의 땅을 보라 ------------------------------------------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를 휘도는 바람처럼 시가 당차고 강렬하다. 군산시와 고군산군도, 부안군을 꽁꽁 묶은 방조제가 믿기지 않을 만큼 심장을 요동치게 한다. 시에 몰입하다 보면 용틀임하는 파도에 환희의 꿈이, 넓은 광장에는 사람들이 밀려오는 발자국과 함성이 들린다. 역사를 재창조하는 아시아의 별빛이 반짝일 것이다. 시인은 우주 삼라만상의 환호 소리까지 들리는 새처럼 날고 있을 것이다. 새만금 땅으로 가고 있을 것이다. /이소애 시인
어둡다고 말하지 말자 밝지 않을 뿐이니까 희끄무레하게 끌고 가는 생의 붓질, 아무래도 나는 예능보다 예술을 더 사랑하나 보다 남들 앞에서 장기자랑 한번 하지 못했으니 호탕하게 한번 웃지 못했으니 두터운 유화의 밑바닥에서 끝없이 망설이며 수없이 고치고 지운 흔적이 내 몸 안에서 울고 있다 늘 덧나는 생의 높이, 나는 상처로 세운 나목이다 자꾸 헐벗는 나이에 오늘 또 바람이 불지만 이제 춥다고 말하지 말자 따뜻하지 않을 뿐이니까 생의 밑바닥에 귀 기울이면 더운 뿌리 한 줄기가 끝없이 어둠을 파고들며 수없이 초록을 새기고 있을 테니. ================== 생의 밑바닥에 귀 기울이면 상처투성이 나목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나목이 어찌 상처를 품지 아니하고 생존할 수 있단 말인가. 어쩜 그 상처는 가장 가난해서 버려진 생명에게 순백의 아름다운 한 모금 물 자국일 것이다. 그 자비가 초록으로 고개를 내밀 때 희끄무레하게 끌고 가는 생의 붓질이 아니라 초록빛 오로라 같은 황홀한 세상으로 따뜻하게 끌고 갈 것이다. 시인은 비움에서 시가 쌓인다. /이소애 시인
마루 밑 기어가던 벌레 손이 닿자 도르르 둥글어진다 불처럼 뜨거웠다 싶은 지난 삶도 돌아보면 날 선 모서리뿐인데 어찌 알았을까 가던 길 멈추고 둥글어져야 살 수 있다는 걸 모난 세상 공처럼 굴러보는 것이다 불신투성이인 세상을 껴안아 보는 것이다 그 옛날 어머니가 내게 이르시던 말 두고두고 꺼내 보아도 닳아지지 않는 그 말 ======================= 공벌레의 존재에 대해서 인식하고 화자의 삶을 통찰하고 각성하게 하는 시다. 생존을 위하여 둥글어져야 살 수 있는 삶을 터득하기까지 우린 수십 년 걸렸다. 불신투성이인 사람과 사회를 보듬어야 하며 마음에 침묵으로 담아두어야 하는 습성은 인간관계 생존 방식을 성찰하게 한다. 공벌레는 곤충이 아니라 인유적 비유와 마술적 상상력으로 허기를 채워 준다. 모나게 살고 있는 나에게 보내는 몸짓 메시지였다. /이소애 시인
[사설] 재점화된 ‘새만금 복합리조트’ 긍정적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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