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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생각해 봐도 내가 누군지 거울 속, 너 낯설다 △ 생각 속의 “나”는 곧 자신의 마음을 향해 소리 없는 침묵의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나” 아닌 나로 변화 되어간다는 의구심이 자꾸만 괴롭힐 때가 있다. 나의 영혼까지 훔쳐 가는 생각이 나와 충돌하는 순간 나의 존재는 그리다 만 인물화 같다. 어깨는 반듯하게, 등 구부린 등허리를 곧추세우면 2족 보행이 힘들어질 때, 깡충깡충 뛰는 비둘기가 부럽다. “거울 속”의 나는 샘솟듯 솟아오르는 청춘이 생각에서 말을 건네는 “나”임에 분명하다./ 이소애 시인
파란 무대 위 갈매기들 하늘의 음계에 따라 춤춘다 날개로 바다를 짚고 물 머금어 하늘에 뿌리는 무지개 춤 바다와 하늘 사이에 선, 선을 곱게 이어주는 무변의 춤, 춘다 주머니가 없어도 좋은 생의 춤 속세를 벗는 맑은 춤 보고 있다 △ “선유도 갈매기 춤”은 그냥 허공을 나르는 이동 행위가 아니다. 바닷바람이 허공에 줄을 긋고 음표를 올려놓으면 갈매기는 음표의 높낮이에 날개를 저으며 파도 소리를 만들었다. 갈매기가 파도에 춤을 추는 “선”은 바다와 하늘의 공간적 의미를 준다. 시적인 소리의 의미는 춤을, 춤은 파도를, 파도는 갈매기의 날개를 오선에 올려 놓는 힘을 가져서 무변의 춤을 춘다. 춤은 인간이 가장 기쁨을 표현하는 자유의 묘사처럼 갈매기도 그렇다./ 이소애 시인
우리 동네 울타리에 장미 일곱 송이 피었다 꼭 우리 가족 같다 나는 무슨 꽃일까 잔잔하게 피어있는 수선화처럼 마음 넉넉한 이쁜 꽃이고 싶다 봄 소풍날 튀지 않아도 목청 돋구어 노래 부르지 않아도 뒷좌석에 앉아 손뼉만 쳐도 우리 반 꽃으로 피어나 교실마다 피는 꽃으로 채울 수 있는 꽃이 되고 싶다. △ 사람들의 박수를 받는 꽃은 사랑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어두운 곳에서 빛을 내어주며 우리 모두의 가슴에 꽃향기가 스며드는 꽃이 사랑꽃이다. 꽃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꽃은 눈물을 닦아주고 외로운 텃밭에 아무렇게나, 밟혀도 다시 고개 드는 생명력으로 꽃으로 불러주기를 감사하는 꽃, 그런 꽃이 사랑꽃이다. 시인은 스스로 자화상을 꽃밭에 심고 있다. 조용히 그러나 바삐 봉사하는 옷자락이 꽃으로 피어나는 시적 묘사가 아름다운 동시를 엮었다./ 이소애 시인
올해도 가녀린 몸 계절 내내 거기 서서 벌 나비 구름 길 바쁜 가맛바람까지 동그란 노란 방석에 불러 앉혀 작디작은 도리 뱅뱅이 하얀 꽃을 별 무리처럼 촘촘 그리워 그 시절이 그리워라 이 꽃 한 움큼 따다 이 꽃 한 움큼 따다가 두 눈 감고 기억 언저리에 두면 잊히려나. △ 마음이 너그러울 땐 지상의 별처럼 보이는 꽃이다. 상처를 받아 섭섭함에 젖어 있을 때 망초꽃은 단숨에 꺾어버리고 싶어진다. 발에 밟혀도 꿈쩍없이 죽어버리는 꽃이다. 흔하디흔한 기찻길 철로 변에 핀 꽃은 기차 바퀴 소리에 춤을 추기도 한다. 과거를 슬퍼하지 않는다. 그래서 하얗다. 그러니까 별처럼 햇볕에 반짝인다. 망초꽃은 불러만 주어도 잊지 않고 또 그 자리에서 피어난다. 울타리 밖 그늘에서도 피는 꽃이다./ 이소애 시인
펄펄 끓는 물에 투척된다 금세 몸이 녹아 유들유들해진 순간 사정없이 엉겨 붙어 속살을 부빈다 터져버릴 것 같은 뜨거운 열정의 시간도 잠시 전라全裸로 깨워진 나는 붉은 옷을 입는다 △ 시인의 용감하고 유혹적인 마음이 따뜻하고 다감하게 다가와 감동을 준다. “투척”되는 국수의 절묘한 시적 진술이 잠잠했던 생각에 충격을 준다. 배가 고파서 먹고 싶은 “비빔국수”가 “전라로 깨워진” 여인으로 형상화 되다니 두근거리며 국수를 맞이해야겠다. 뭉클했던 찰나의 감정을 가다듬고 “터져버릴” 불꽃 같은 열정을 한 대접 담아두어야 하지 않을까. 애초에 “투척된다”는 국수의 “끓는 물”은 사랑과 미움이 엉켜있는 뜨거운 심장과 같지 않을까. 섣부른 독백을 해본다./ 이소애 시인
그것은 그러니까 어제의 일 시를 써 놓은 쪽지를 잃어버렸네 옛사랑이 다시 올 것 같은 그런 밤에 그래, 그렇지, 죽은 나무에 말이지 새 떼가 잠시 앉았다 간, 조문한 자리에 모래 위에 진흙 위에 파피루스에 암호처럼 쓴 시 혀끝에 쓰다만 시 시는 시에 대해 시를, 이야기하네 이제, 그만 악수를 하는 게 어떤가 하고 악수 끝에 무슨 협상이라도 할 것처럼 녹이 슨 무기처럼 한 발의 총탄도 쏘지 못할 거면서 쓰다가 버려진 시에 대해 △ 삶과 사유, 관계, 모든 것들은 과정일 뿐, 완성이 없다. “무슨 협상이라도 할 것처럼” 적당한 선에서 악수를 한다해도 완성은 없다. “쓰다가 버려진 시”도 “녹이 슨 무기처럼” 누구에게도 정의나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 “쓰다 버린 시”로는 새 세계를 창조할 수 없다. 그러니 고목이 전 생애를 거쳐 완성한 한 편의 시를 우리는 정독할 의무가 있다. 생의 모든 과정을 거친 나무가 마침내 내리긋는 필생의 한 획을 우리는 우러러야 한다./ 김제 김영
후줄근한 장마 뒤 땡볕 흥건히 내려찍는 날 조석으로 부는 서늘한 바람 벌 나비 부르고 세상의 발소리 멀리 들리는 풀밭에 가부좌로 앉아 잔서리 깨물며 희망을 안고 온전히 밤낮을 사랑하나니 뉘 한번 불러 주지 않아도 신실한 꽃향기로 웃음꽃 날리며 풀벌레 울어예는 밤 지새우는 호박꽃이 참꽃이라는데 왜 그리 말이 많은지 △ 가짜뉴스가 세상을 집어삼키는 듯하다. 이제 모든 뉴스는 일단 의심하는 게 답이다. ‘거짓’은 ‘참’보다 그럴싸하고 매력 있다. ‘거짓’은 때때로 ‘참’보다 훨씬 이론적이고 인간적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도 ‘참’을 ‘참’이라고 증명해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 “풀밭에 가부좌로 앉아” 드디어 피운 “호박꽃이 참꽃이라는데” 세상은 이를 듣지 않는다. 작 익은 호박처럼 시인의 사유도 잘 익었다./ 김제 김영 시인
봄 햇살 부름에 수줍게 내민 속잎 오월의 찬란함이 덧칠을 했다 진초록 유월이 반가워 춤추더니 어느덧 꽃 지고 잎 지는 가을이 왔다 저마다 다른 사연 가득히 담고 떨켜의 힘에 밀려 마지못해 내린 잎들 나목 발등에 사분이 내려앉아 다시 만난 사랑인 듯 포근히 품어 안고 새로운 꿈꾸며 영면에 들겠구나 △ “떨켜의 힘에 밀려/ 마지못해 내린 잎들”도 조금만 더 가을의 햇빛을 주시라고 기도했을 법하다. 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떨켜에 밀려 내려오는 낙엽의 기분이라니. 마냥 호기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적 화자가 낙엽을 찬양하는 이유가 있다. 낙엽은 다 헐벗은 나무에게 다가가 “다시 만난 사랑인 듯” 안아준다. 그의 시린 발등을 덮어준다. 그렇게 “새로운 꿈”을 꾼다. 그리고 다시 “봄 햇살이 부”르면 수줍게, 처음인 듯, 속잎을 내밀 것이다. 그렇게 세상의 봄은 다시 환희에 찰 것이다./ 김제 김영 시인
문학은 황홀(恍惚)하게 하는 맛 문학이란 자연을 묘사하고 인생을 그리는 이상향(理想鄕) 문학은 역사의 내일을 밝히는 등불이자 영혼(靈魂)의 그림이다 문학은 인간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언어로 만든 밥이며 예술을 비비는 것이 문학이다. △ 문학에 대한 메타시로 읽어야겠다. “문학은 황홀(恍惚)하게 하는 맛”이고 “인생을 그리는 이상향(理想鄕)”이다는 당찬 선언 앞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다. 문학은 “영혼(靈魂)의 그림이다”를 거쳐 “언어로 만든 밥”이라는 말은 얼마나 절절하고 온당한가? 밥은 우리의 생명줄이다. 밥은 거르지 않고 챙겨 먹어야 건강하다. 밥은 끼니마다 새로 지어야 더 맛있다. 문학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문학은 작가가 언어로 지어놓은 따뜻한 밥 한사발이 되는 것이다./ 김제김영
예쁘든 안예쁘든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든 안 좋든 좋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어느 연세 많으신 시인께서는 첫사랑의 여인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미 지나간 사랑인 때문이다. 과거의 사랑인 때문이다. 바람에 팔랑이는 나뭇잎처럼 현실은 기어이 이상을 배반하고 모든 부질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아무런 의미 없이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세상의 사랑은 허울이다. △ 세상의 사랑이 허울이었구나. 그래서 모든 사랑에서는 배면의 눈물이 스며나는구나. 사랑이 아무리 허울이었다고 해도, “현실이 기어이 이상을 배반”한다고 해도, 기꺼이 속아주자. 적어도 사랑하는 동안의 나는 따뜻하고 부드럽고 풍성했으리라. “의미 없이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일지언정 바라보는 동안은 나도 깃발을 따라 어느 먼 나라로 다녀오곤 했으니까./ 김제 김영 시인
두 글자 사이 얼마만큼 붙이면 <붙여 쓰기>인 것이고 얼마만큼 띄면 <띄어쓰기>인 것인가 태초에 아담과 하와 사이 가까운 사이였을까 먼 사이였을까 단 둘만의 사이는 언제나 가장 멀고도 가장 가까운 그런 사이인 것을 ⸱⸱⸱⸱⸱⸱<붙여 쓰기>는 띄어서 쓰고 <띄어쓰기>는 붙여서 쓸 때부터 그 아리송함에 어리둥절하기는 했지만 △ “얼마만큼”의 거리는 사랑의 무게를 금 저울에 올려놓아야 보인다. 혼인성사로 맺어진 한 몸을 사이와 사이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아리송하다. “두 글자 사이”를 공책에 옮겨 쓰다가 문득 마음과 마음의 거리가 꾸불꾸불해 보이지 않는다. “아리송함에 어리둥절”하다고 생각할 때는 “둘 사이”가 뜨거운 열정에 녹아있을 때일 터. 안갯속처럼 보였다가 보이지 않는 “둘 사이”의 운명은, 함께 가지만 서로 만나지 않는 철로를 따라 걷는 부부의 동행이 아닐까./ 이소애 시인
흔하디흔한 들판에 이리저리 뒤채이던 민들레 한 무더기를 어디서 캐 오셨는지 뒤란 금 간 장독 뚜껑에 옮겨심어 놓고 간장 된장 고추장 묵은 장을 끼니마다 퍼 나르며 어르고 가꾸었다 어머니는 소담한 봄을 뒤란에 모셔놓고 등불처럼 꽃을 피우셨다 급기야 뒤란이 환해졌다 △ “소담한 봄”을 “등불처럼 꽃을 피우셨다” 시인의 봄을 <어머니의 봄>이라고 불렀던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인의 기억에서 “뒤란이 환해”질 추억을 옮기다니 부럽다. “금이 간 장독 뚜껑에” 민들레를 키우시던 어머니의 정성이 슬프도록 보고 싶은가 보다. 어머니를 떠올리는 아름다운 시인으로부터 부끄러움이 스민다. 어떻게 하면 어머니를 뼈에 사무치도록 그리워하도록 깊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이소애 시인
살구꽃이 활짝 핀 살구나무에서 새가 사납게 짖어댄다 도둑이라도 드는 걸까 이 집주인의 전(前)남편이라도 다녀간 걸까 꽃이 웃고 딸꾹질 한 번 하고, 꽃이 웃고 딸꾹질 한 번 하고 생각건대 이 동네 터줏대감인 직박구리는 아마도 사흘은 계속 짖어댈 것이다 살구꽃 속에 살구가 다녀가는 걸 새는 알아차린 것이다. △ 읽을수록 가슴에서 훈훈한 이야기꽃이 핀다. 재밌어서 시가 자꾸만 나를 살구나무로 끌고 간다. 한 편의 시로 하루를 꽃 그림 속으로 여행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금방 직박구리가 짖어대더니 살구나무 꽃잎이 흩날리며 봄날은 간다라고 노래 부른다. “딸꾹질”하던 꽃잎이 빙그르르 춤을 추다가 봄 마당 꽃그늘에 돗자리를 편다. 살구꽃과 새와의 밀월관계가 참 달콤하다. 터줏대감이 아닌 내가 살구나무 그늘에서 봄을 시로 엮는다면 살구는 노랗게 익어갈 것이다./ 이소애 시인
항상 나와 함께 다니며 내가 하는 대로 따라 해요 내가 화내면 따라서 화내고 내가 매~롱 하면 함께 혀 내밀고 매~롱 하며 약 올려요 그런데 내가 큰소리로 하 하 하 웃으면 거울은 입만 크게 벌리고 소리는 못 내요 거울이 따라 못 하는 것 또 있어요 내 마음속에 감춰둔 생각들은 따라서 하지 못해요 △ 시인의 곱고 순수한 열정과, 천진한 순화의 과정과, 해맑은 마음을 곱게 쓴 동시가 나를 불렀다. 말을 건넨다. 아름다운 봄꽃들이 유혹하는 순간부터 동심으로 돌아간다. 거울 앞에 진달래꽃 한 송이를 놓았다. 온 방 안이 진달래꽃으로 물들었다. 거울 속 꽃과 한데 어우러진 봄꽃의 향기가 참 좋다. <거울이 못하는 것>에서 분노의 싹이 사그라들었다. “내 마음속에 감춰둔 생각들은 따라서 하지 못해요”라지만 꽁꽁 묶어둔 미운 생각도 거울이 등을 다독이며 위로해 주었으면 어떠리./ 이소애 시인
지난날 한 잎 두 잎 단풍 안案 몇몇 이제 새 계절 기하幾何 깨쳐 가던 그 교실 그 시절처럼 날씨 구도 여백에 파란 하늘을 구름 몇 점 위에 두고 사과나무 깨쳐 가는 신록이 든 여문 가을 안案을 △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마음이 깃든 작품으로 읽힌다. 생계를 위해 다녔던 직장은 “단풍 案”이라는 단풍 책상이다. 곱게 물들었으니. 푸르게 살아보았으니 이제 “새 계절”을 시작한다. “기하幾何”를 배우던 “시절처럼” 다시 시작점에 선다. “파란 하늘”이며 “구름 몇 점” 그리고 “사과나무”는 시인의 교과서다. 여기서 다시 ‘몇 기 어찌 하’를 깨우칠 것이다. <김제김영>
가슴이 메이도록 불러도 불러봐도 대답 없는 어머니 그리움은 태산처럼 세월이 흐를수록 보고픈 어머니 소리 내어 불러보았습니다 가슴이 터지도록 내 어머니 뒷산 소나무를 지붕 삼고 밤이슬 맞으시며 가슴앓이하면서도 육 남매 닭처럼 품에 안아 길러내시는 끝내는 나팔꽃이었습니다 △ 얄브스름한 줄기 끝에 나팔꽃이 매달렸습니다. 나팔꽃의 삶은 명지바람만 불어도 휘청거렸습니다. 밤새 뒷산에 올라 “가슴앓이”를 했지만, 자식들만큼은 절대 세상 밖으로 내놓지 않았습니다. “육 남매 닭처럼 품어 안아” 따듯한 품 안에서 길러내셨습니다. “가슴이 메이도록” 그립지만, 이제는 곁에 없는 어머니를 “가슴이 터지도록” 부를 뿐입니다. 메아리조차 대답이 없어 더 먹먹하게 돌아오는 길입니다./ 김제 김영
꽃 피는 일만큼이나 가슴 떨리고 먹먹한 소리 천방지축 봄바람 햇볕은 누이처럼 따사로운데 숲 속의 앳된 연두 잎 고요를 밟으며 산불처럼 번진다. 새롭다는 것은 누군가를 맞이하는 일 상처 딱지를 떼는 일 봄날의 오후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눈시울 따끔거리고 북방의 황사바람 소용돌이치는데 심장을 다독이는 저음의 봄비소리 꽃잎 가슴을 저민다. △ 봄이 되면 숲속의 연두가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온다. 뒤이어 “가슴 떨리고 먹먹한 소리”로 꽃이 피어난다. ‘피어난다’는 말은 ‘터진다’는 말, ‘터진다’는 말은 ‘쏟아낸다’는 말, ‘쏟아낸다’는 말은 ‘다독인다’는 말, ‘다독인다’는 말은 ‘고요해진다’는 말과 서로 손을 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봄이 오면 “상처 딱지를 떼”고 “숲속의 앳된 연두 잎/고요를 밟으며”피어나는 것이다. “가슴 떨리고 먹먹”하게 세상이 다시 피어나는 것이다./ 김제 김영
기차 정거장 대합실에 앉아 가는 사람 쳐다보고 오는 사람 쳐다보는데 가슴으로 젖어오는 바람소리 엊그제 같은 그 옛날 점심때를 알리는 소방서 오포 소리 그립다. <중략> 하늘을 덮을 듯 키 큰 은행나무 최씨 문중 청지기가 사는 세 칸 기와집 높은 토방 감싸듯 뻗은 뿌리 멀리서 온 타관 아줌씨 기린봉 굿쟁이 무당 <중략> 앞 골목 안창으로 들어가면 혼불 소설 쓴 최명희 소설가집이고 <중략> 갓길 채전밭 옆길로 들어서면 가람 이병기 시조 시인의 집 양사재 위로 오목대 산기슭이 미끄러져 내려온다 <중략> 마주쳐 오는 누군가 고향맛을 물어보면 그냥 웃을까 △일찍이 전북의 문화예술을 유달리 사랑하셨던 시적 화자의 절절함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작품이 길어 ‘몹쓸 <중략>’이 많다. 이 코너의 지면이 한정적이어서 작가와 독자의 넓은 마음에 기댈 수밖에 없다. 꼭 찾아 읽어보시라고 인터넷 전북일보에는 전면을 탑재한다. 읽는 내내 아릿한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은 우리를 순수의 세월로 데려갈 것이다. /김제 김영
기차 정거장 대합실에 앉아 가는 사람 쳐다보고 오는 사람 쳐다보는데 가슴으로 젖어오는 바람소리 엊그제 같은 그 옛날 점심때를 알리는 소방서 오포 소리 그립다. - 저 풍남동 은행나무 골목에요 - 지금은 한옥마을 문턱입니다 아! 저기 저 집이 나 살던 옛집인데 마당 구석에서 쑥불 타는 매캐한 연기 엄니는 거적대기 깔고 앉아 기왓장 가루로 놋그릇 닦으시고 우리는 평상에 누워 강냉이를 먹었지 하늘을 덮을 듯 키 큰 은행나무 최씨 문중 청지기가 사는 세 칸 기와집 높은 토방 감싸듯 뻗은 뿌리 멀리서 온 타관 아줌씨 기린봉 굿쟁이 무당 시루떡에 촛불을 켜고 아들 며느리의 손자 점지를 빌고 가족들의 소원성취를 빈다 앞 골목 안창으로 들어가면 혼불 소설 쓴 최명희 소설가집이고 몇 발짝 걷다보면 흙돌담 안에 정원수가 꽉 차있고 기둥만 보이는 커다란 기와집이 몇 채인가 쉬엄쉬엄 걷다보면 철대문 집 벽돌담에는 오색돌 문패 나무대문집 나무기둥에는 나무문패 양철대문집 문짝에는 나무문패가 있었지 갓길 채전밭 옆길로 들어서면 가람 이병기 시조 시인의 집 양사재 위로 오목대 산기슭이 미끄러져 내려온다 한나절 걸어온 뒷길을 돌아보고 전주천 제방 밑으로 내려가 흐르는 물 한웅큼을 떠 가슴에 안았다 남부시장 할매집에 들어가 선지국 한 뚝배기 사먹고 경종배추 묵은지 서너포기 사고 모싯잎 송편도 한무데기 사들었다 초여름 한낮은 아직 한뼘이나 남았는데 마주쳐 오는 누군가 고향맛을 물어보면 그냥 웃을까 △ 일찍이 전북의 문화예술을 유달리 사랑하셨던 시적 화자의 절절함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작품이 길어 ‘몹쓸 <중략>’이 많다. 이 코너의 지면이 한정적이어서 작가와 독자의 넓은 마음에 기댈 수밖에 없다. 꼭 찾아 읽어보시라고 인터넷 전북일보에는 전면을 탑재한다. 읽는 내내 아릿한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은 우리를 순수의 세월로 데려갈 것이다. / 김제 김영 시인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타 먹고 무게를 달아보니 빈 잔의 눈금은 날아간 지 이미 오래 바람 앞에 허깨비로 후들거려도 가을의 균형을 잡고 꼿꼿이 서 있다 부끄럽지 않은 당당함 둥글어 모나지 않는 겸손으로 나무의 푸른 향기까지 담아와 구겨진 투정도 참아내며 군소리 하나 없다 홀리듯 뜨거운 입맞춤에 붉은 입술 자국 묻어나 꽃이 피고 중독된 갈증의 목마름을 채워 흐릿한 혼미함도 깨워주는 재주 재활용도 못하는 일회용이라고 놀려도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순발력에 나 반했어, 한 잔의 맛 별미를 내는 한 사발이야. △ 사물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게 하는 시가 좋은 시다. 이 시를 읽고 난 후, 커피를 마신 종이컵을 물끄러미 다시 바라본다. 책상 한쪽에 찌그러진 채 “가을의 균형을 잡고” 의젓하다. 종이컵의 역할은 “꽃이 피”는 일, “목마름을 채”우는 일, “흐릿한 혼미함을 깨워주는 재주”다. 이런 재주에다가 “둥글어 모나지 않”고, “나무의 푸른 향기까지 담”은 종이컵을 새로 발견한다. 다 내주고 싸늘하게 식은 종이컵을 새삼스레 두 손으로 감싼다./김제 김영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남원 모노레일 500억 참사, 시민은 분노한다
안호영 의원의 위대한 결단
태풍의 눈 ‘통합 전주시장’
완주‧전주 통합, 특례시 지정으로 완성해야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남원파크, 전·현직 시장에 구상권 행사해야
동학농민혁명 서훈, 왜 1차 봉기 참여자 배제하는가
정부는 완전통합에도 재정지원 규모 밝혀라
리셋되는 행정, 중단의 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