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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구멍엔 물氣가 있다 물기가 있기에 생氣도 있다 생기가 있는 곳에 뼈가 있다 구멍 속엔 카멜론으로 사는 물의 뼈가 숨어있다 그래서 그런지 눈물에도 뼈가 있고 목구멍 소리에도 뼈가 있다 살아있는 것들은 구멍이 있다 구멍마다 물의 뼈가 있다 마른 총구멍, 거친 포구멍에서 녹물이 나올 때 부러진 뼈도 분단의 땅도 한 살로 푸르게 봉합될 것이다 △ 물기는 생기를 데려오고, 생기는 뼈를 키우는 구나. 눈물 속에도 뼈가 있고, 목구멍을 건너오는 모든 소리에도 뼈가 있구나. 웃던 사람은 말의 뼈에 걸려 울고, 울던 사람은 눈물 속 뼈로 삶을 곧추 세우는구나. 지구촌은 여기저기 전쟁 중이다. 마른 총(銃)과 거친 포(砲)는 언제쯤 녹물이 다 흘러 세계가 “푸르게 봉합”될 수 있을까/ 김제김영
당신마저 어디론가 떠나 세월만 가라 하신다면 그 밤들은 어디서 찾겠습니까. 먼데 계신다고 억지 부리며 마음까지 속이고 싶다면 당신을 탓하지 아니하리다. 그러나 그 밤들의 흔적들이 매일 밤 찾아와 슬피 울고 간다면 그 밤들을 어찌 하시겠습니까. △ “당신”을 “문학”으로 바꾸어 읽으면 등골이 서늘해지며 문학에 대해 더 간절해진다. 시(詩)도 더 간절하게 읽힌다. 많은 밤을 전전긍긍하면서 시를 찾아 헤매었다. 시적 화자가 찾는 문장은 “먼데 계신다고 억지 부리”는 순간이 더 많다. 많은 밤을 전전긍긍하였어도 “어디론가 떠나”버려 놓쳐버린 꿈속의 문장들이 더 많다. 헛발질하던 “그 밤들을 어찌하”겠는가? 문장을 찾아 헤매던 “그 밤들의 흔적들이/매일 밤 찾아와 슬피 울”기 때문에 시는 더욱 깊어지리라. 시인은 다시 많은 밤들을 기꺼이 헤매리라 <김제김영>.
날개도 없이 훨훨 날아 세상을 떠도는 새 날개 없이도 천 리 길 너끈히 날아가는 새 날개 달아 날려 보내면 고향도 벗어나 날아다니는 새 푸른 이끼 내려앉은 바윗돌 같은 방언 딱지 붙여 놓아도 아무렇지 않게 훨훨 날아가는 새 말이 생명이라면 이쁜 ‘아까막새’에 방언이란 딱지 떼어 내고 지역이란 장벽을 넘나들 수 있도록 날개 달아 날려 보내주고 싶은 새 이름만 들어도 웃음 나오는 새 아까막새 △ “아까막새”는 방언이다. 특히 전북지역의 사람들은 단번에 알아듣지만, 타지 사람들은 뜻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은 방언이다. 이런 방언을 재미있게 풀어 준 작품이 “아까막새”다. 새는 새인데 “날개도 없”다. 이 새는 힘이 좋아서 “ 바윗돌 같은/방언 딱지 붙여” 놓아도 조국 산천을 “훨훨 날아” 다닌다. “이름만 들어도 웃음 나오는 새”다. 시적 화자는 힘이 세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아까막새”가 “지역이란 장벽을 넘나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거시기’처럼 표준어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김제김영
중심을 놓쳐버린 여자 등나무 같은 손목이 허공을 여러 번 술렁이고 나서야 젖가슴이 드러났다 아가와 엄마가 이어지는 순간이 의식을 치르듯 진지하다 수저를 잡고 있는 여러 개의 눈과 마주쳤다 조금 전 흔들리던 여자는 어디로 가고 뿌리 깊은 나무처럼 의젓한 모습으로, 너의 앞에 놓여있는 밥그릇과 내 아기가 물고 있는 젖이 무엇이 다르냐고 반짝이는 눈으로 묻고 있다 고요가 말을 삼켜버린 식당 안 많은 입들은 대답을 놓쳐버렸다 아가는, 여자가 놓쳐버린 중심에 있다 - 「중심」 전문 △ “여자”는 말 그대로 중인환시리(衆人環視裡)에 아이에게 젖을 물리기가 좀 당황스러웠을 것이고, 공공장소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폐가 될까 봐 당황했을 것이고, 성급한 누군가가 아이나 여자에게 한마디라도 보탤까 봐 술렁였을 것이다. 아기에게 젖을 물린 순간부터 여자는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이어서 소리 없는 질문 하나가 식당을 가득 메운다. “너의 앞에 놓여있는 밥그릇과/내 아기가 물고 있는 젖이 무엇이 다르냐고”./김제김영
희망의 성화가 타오르네. 평화의 바람이 전북을 감싸네. 백제의 찬란한 역사가 숨 쉬고 조선 건국 이성계의 기상이 넘치는 이곳에서 다시 세계를 맞으리. 풍요로운 호남벌에 파도치는 금빛 물결 올림픽 함성이 피어나리라. 성화 타오르는 K-문화 수도 전북에 울려 퍼지는 세계의 우정과 화합 평화와 번영의 불꽃을 밝히리라. 세계가 전북으로 전북에서 세계로! 2036 하계올림픽 △ 김성주 시인, 전북 특별자치도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이다. 전북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들과 경쟁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셨다. 김관영 전북자치 도지사와 전북도의회 의장, 전북자치도 교육감 등 주요 인사와 도민들은 하나 된 마음으로 올림픽 유치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전북이 세계를 향해 나아가 올림픽 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대 내외에 선포하는 뜻 시다./ 이소애 시인
저녁녘 썰물 소리 돛단배 하나 애환의 닻올리고 수평선에 걸린 파도사이를 홀로 나는 새 한 마리처럼 홀로 노 저으며 석양에 홀로 숨 가쁜 돛단배 하나 바다 저편에 마음을 담고 멀어져 가는 선창에 아쉬운 듯 눈길 보낸다. △ 생의 바다에서 “돛단배” 같은 시적 화자가 “수평선에 걸린 파도 사이를” 이리저리 흔들리며 “애환” 속에 살았어도 “선창”이 “멀어져 가는” 나이에는 “홀로 나는 새”처럼 홀가분하다. 삶이 낡아가는 시간을 시적 화자는 “저녁녘 썰물 소리”라고 표현했다. 저녁도 서글픈데 썰물까지 지고, “홀로 숨 가쁜” 인생의 “석양”이다. 게다가 마음은 이미 “바다 저편에” 두었다. “아쉬운 듯”하지만, 더는 아쉽지 않은 “눈길”은 이만하면 되었다는 자족도 한 자락 깔려 있다. 오늘은 해지는 바다를 보러 가자. 가서 삐걱거리는 삶을 다시 챙겨보자. /김제김영
놀라지마, 잎이 나오기 전 숨을 수가 없어서 확, 피어버린 거야 일찍 피어나 스러지는 일이 열매 때문만은 아니야 우두둑우두둑 뻐근한 쑥국새 기지개와 쑥쑥 돋아나는 쑥이파리 한 잎도 봄꽃이야 튀밥처럼 팡팡 피었다가 대책 없이 짧다고 말하지 마 너를 바라보는 눈동자엔 붙잡지 못한 시간들이 남아있어 깊은 물에 갇혔던 빛으로부터 유쾌한 소리와 민감함이 무작정 쏟아지는 봄 △ 고난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삶의 훈련이다. 자유로운 영혼과 열정적인 삶을 통해 시를 품어내는 영감을 준다. <쏟아지는 봄>은 “붙잡지 못한 시간” 때문에 저항적인 화자의 항변일까. “쑥국새 기지개”를 봄빛으로 느낄 때 쑥국새의 날개는 움츠린 꽃의 유혹이다. 봄바람처럼 춤을 추는 쑥이파리의 흔들림이 쏟아지는 봄 풍경이다. 서로 양팔을 벌리고, 어깨동무를 하고 봄햇살을 서로 양보하는 봄꽃이 봄이 왔노라고 “팡팡 피어”난다, 쏟아진다./시인 이소애
붉은 모란꽃 한 송이만 피어도 수천 평 꽃밭이다, 나는 자목련꽃 한 송이만 피어도 천지 사방 흩어져 자칫 나를 잃는다 거기, 분홍 노랑 빨강 채송화 피면 비로소 너를 잊는다 △ <불편한 그리움>이 그리움을 더욱 아프게 유혹한다. 꽃은 바라만 보아도 꽃의 향기처럼 은은하게 떠오르는 그리움이 있다. 아니 추억이 새록새록 솟는다. “자목련꽃” 그늘에서 손잡아주던 짜릿한 기억이 꽃으로 피어나기도 하지만 잊히기도 한다. 꽃향기에 취해서 그리움이 가까이 다가오면 꽃은 온데간데없고 내 안에 그리움이 스며든다. 맹꽁이가 울면 여름이 온다. 꽃이 시들면 겨울이 가는 등짝이 보인다. 그렇듯 시인은 꽃밭에서 꽃과 어울리며 산다. 참 아름답다./ 시인 이소애
나는 이름 없는 꽃 몽글게 진흙 속에 씨앗으로 한 오백 년을 웅크리던 꿈 한 생으로는 부족하여 후생의 후생에야 떠 오른 빛깔과 향기 마침내 지상을 넘치는 사랑의 여울 번지고 물듦 △ 시인은 마음이 아름다워 꽃동네에서 산다. 등꽃 흑장미 벚꽃 개망초꽃 붓꽃 달맞이꽃과 함께 어울려서 산다. 그래서 시인을 채송화라 부른다. 온통 꽃으로만 보이는 사물들. 긍정적인 삶이 시인을 “후생의 후생에야”까지 “웅크리던 꿈”을 가슴에 품고 천만년을 이끌고 간다. 꽃으로 피어나지 않고 씨앗으로 흙에서 뒹굴며 사는 초라하게 보이는 꽃의 어미. 나는 그 씨앗의 모서리에서 연둣빛의 새싹과 꽃분홍색의 냄새를 맡는다. 상처를 보듬어 안고 깨닫는 기쁨을 본다./ 시인 이소애
너라는 거처에서 나는 행복했고 너라는 안식을 얻어 나는 더 괜찮아졌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 ‘우리’란 관계에서 내가 누구에겐가 두 사람의 한쪽인 ‘나’를 떠올린다. 한 알의 씨앗에서 둘이 보이고, 마른 가지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여린 초록빛에서 둘이 피어난다. 찔레꽃 꽃봉오리에서도 서로 껴안은, 오므리고 꼭꼭 부둥켜안은 둘의 향기를 맡는다. 서로 고통과 슬픔을 쪼개어 나눌 수 있는 든든한 동행이 부럽다. 고통을 버티거나 아픔에 대한 희망이 아침 이슬방울만큼 있어도 둘은 태양으로 보인다. 둘의 힘. 절망적인 소금사막에서도 ‘우리’가 ‘행복’한 감정을 공유했다면 온 세상을 껴안은 시가 존재한다./ 이소애 시인
그녀 곁을 스칠 때 얼굴은 열을 품고 호흡은 풍랑을 일으킨다. 마음을 그녀에게 몽땅 빼앗긴 채 가슴은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다가갈 수 없는 발걸음은 한숨뿐이다. 그녀 곁을 스친 후 가슴은 아픔 되어 더 큰 슬픔으로 이어지는데 눈길 한번 주지 못한 아쉬움에 발걸음 뒤로 묶고 그녀가 남기고 간 석양에 홀로 서있노라. △ 우리는 누군가를 짝사랑하며 산다. 짝사랑의 대상은 무한하고 다양하다. 사람, 돈, 지위, 권력, 희망 등 우리가 바라고 함께하고자 마음을 기울였던 모든 순간과 과정이 짝사랑의 대상이다. 나이가 들어서는 짝사랑의 대상이 넓어지고 짙어진다. 이성을 향한 추억 속의 짝사랑도 더 짙어지고 지나온 삶의 궤적을 따라다니면 짝사랑의 대상도 더 넓어진다. 짝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눈길 한 번 주지 못한” 짝사랑이어도 실패한 사랑은 아니다. 내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었으니까. / 김제김영
부슬부슬 봄비 맞으며 무상한 세월 안고 뚜욱뚜욱 내려앉는다 가랑가랑 가랑비 봄 마중 오는 소리 하늘 향한 꽃노래 하이얀 꽃잎들 온화한 땅김 그리워 쉬임 모르고 내려 온다 언제나 맑은 가슴에 향기로움 품어 그리움만 쌓인다 △ “하늘 향한 꽃노래”가 <백목련 연가>였던가. 폭설과 천둥 번개를 이겨내고 생명을 지켜온 나무가 꽃을 피웠다. 먼발치에서 하얀 꽃잎이 나뭇가지를 부둥켜안고 숨비소리를 내는 꽃, 백목련. “봄 마중 오는 소리”에 응답하는 꽃의 펄럭임이 조심스럽다. 외로움에 젖은 가녀린 여인의 몸짓일까? “온화한 땅김 그리워”에서 얼마나 그리움이 짧은 생의 존재 이유가 눈물처럼 “뚜욱뚜욱” 흘리는 것일까. 쉼 없이 강물처럼 흐르는 눈물이 “세월 안고” “꽃노래”를 부르는 아름다운 시가 좋다./ 시인 이소애
까만 밤 어둠을 베고 눈을 감는다 고독이 고소해서 맛있는 시간이다 찰나에, 외로움이 소리 지르며 울고 있다 쌓아놓은 삶의 갈피 사이로 그 책 주인공들의 외침과 내 사상의 무게가 맞물려 하나둘 철학자들이 베게 밑으로 몰려든다 몸은 빈 바람처럼 휘청거리고 시간이 별의 가슴으로 스미는 지금, 생의 한 가운데의 흰 구름처럼 고독한 철학자와 함께 내려앉은 행복을 한 점씩 씹고 있다 △ 잠은 다 잔 듯하다. 시적 화자의 “베게 밑으로” “하나둘 철학자들이” “몰려”들었으니 얼마나 소란스럽기도 하고 진중하기도 하랴! 엎치락뒤치락 생각이 많아지랴! 철학자마다 생의 비의 하나쯤은 슬그머니 풀어놓을 테고, 시적 자아의 “사상의 무게”도 만만치 않을 테니 “까만 밤”은 얼마나 더 암흑으로 번져가랴! 비록 잠은 못 잤어도, “고독”과 “외로움”으로 “몸은 빈 바람처럼 휘청거”려도, 내일은 또 얼마나 행복하랴! 고독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 김제 김영
우산이 넘어진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 신발이 없다 평생을 맨발로 산다 바지도 없다 불평하지 않는다 잠시 머물 집도 없다 자신을 바르게 지키고 있을 뿐 계단을 오르기 위한 곧은 걸음으로 넓은 이마 가벼운 몸 어깨와 허리를 펴고 눈에 보이는 것 흉내 내지 않고 가난한 사람을 오래 품고 살아야 한다며 말없이 일어서서 가슴은 접지 않는다 △ 우산을 쓴 사람은 비에 젖지 않는다. 꾸미기 좋아하는 사람도 여간해서는 우산에는 치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산은 “소리도” 없고 “잠시 머물 집도” 없는 “맨발”의 성자다. 평생을 “넓은 이마”와 “가벼운 몸” 그리고 “곧은 허리”를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한다. 심지어 “넘어”져도 “말없이 일어”선다. 우산은 끝까지 “가난한 사람”을 위한 “가슴은 접지 않는” 성자다. /김제김영
따로 할 말 없는 나의 연모를 그대가 알았으면 좋으련만 그대 복사꽃 위에 내 가슴 살포시 붙이고 따뜻한 꿈 지피며 서편에 달 다 질 때까지 남은 여정 그대와 더불어 영원한 혼불 태우려니 행여 바람 한 자락에 지는 복사꽃 되려 하지 아니하겠지. △ 복사꽃은 “바람 한 자락에 지는 꽃”이다. 그러나 마음 안의 복사꽃은 계절과 상관없이 환하다. 철이 없다고 해도 좋고 철을 모른다고 해도 좋다. “나의 연모를/그대가 알”아주기만 하면 된다. “남은 여정”을 복사꽃과 함께 “영원한 혼불”이 되고 싶다. 철모르는 그리고 철이 없는 마음속의 복사꽃은 시적 화자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절대 시들지 않을 것이다. “복사꽃”을 “시” 또는 “문학”으로 바꾸어 읽으면 시인으로 사는 법을 알 수 있다. / 김제김영
나는 정원사예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꽃을 피우기 위해 한평생을 몸 바친 정원사 제자들 앞에 서면 얼굴 빨개지던 꽃다운 스무 살부터 무지개빛 고운 꿈 엮어 오색실로 수를 놓았죠 찬란한 아침 햇살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어요. 잘 참고 사랑하며 더 좋은 꽃 피게 해달라고, 어느덧 황혼이 깃드니 이젠 더욱 찬란한 내일을 기약해야겠죠 나는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길 밖엔 모른다오. 언제나 희망에 찾던 행복한 정원사. △ 평생을 교사로 산 시인의 말이 공감 백배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꽃을 피우”는 일이 교사의 일이어서 교사는 한순간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교사는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가르치는 아이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고운 “오색실로” 하루를 설계하고 “찬란한 아침 햇살”에 기도로 시작하는 일과가 교사의 일이다. 요즘 교사를 함부로 대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세상에서 내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와 교사다. 같은 아이를 돌보고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격려하고 믿어주는 시절을 우리는 다시 마련할 수 있을까?<김제김영>
연필심 꾹꾹 눌러 편평히 고른 지면 위에 너를 심는다 당연한 듯 비스듬히 쓰러지는 너 마음의 문을 열어 토닥이고 상처도 내보지만 너는 항상 비스듬하다 쓰러진 심지 지면의 숨소리 이해할 때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오늘도 맨바닥의 단어들 쓸어 모으며 다시 연필심을 깎는다 △ 문학이란 우리 생활과 연관된 것들은 물론 무관하게 여겼던 것들까지도 사랑하게 만든다. 시적 자아는 “오늘도 맨바닥의 단어들 쓸어 모으며/다시 연필심을 깎는” 행위를 날마다 반복한다. 반복은 완성을 향해 가는 첫걸음이자 완성에 도달하는 전부다. “다시 연필심을 깎”는 행위는 내 마음을 깎는 행위고 나를 돌아보고 다시 발견하는 행위다. 이는 분주한 일상으로 나타나는 나(아我)를 “깎”아내고 보다 근원적이고 진실한 나(오吾)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좋은 시인은 연필심처럼 마음을 다듬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김제김영
꽃샘추위 여인이여 내 꼬마 각시 닮은 여인이여 작은 몸에 큰 봄 붙인 노루귀 수놓은 초록치마 여인이여 겨우내 참았던 그리움 눈 녹는 밤에 반 뼘쯤 온 여인이여 님보다 먼저 온 부끄럼에 노루 귓속에 몸 숨긴 여인이여 말 많은 세상사 헛바람에 상처 입을까 노루귀로 온몸 덥고 사는 여인이여 △ “꽃샘추위”에 피어나는 꽃이 있다. “작은 몸에 큰 봄을 붙”이고 피어나는 꽃이 있다. 제 몸피를 다 덮고도 남는 귀를 가진 이른 봄의 전령사가 있다. 노루귀꽃이다. 시적 화자는 “눈 녹는 밤에 반 뼘쯤 온 여인”이라는 절창으로 표현했다. 솜털 보송한 꽃대는 물론이고 커다란 귀를 예쁘게 펴들고 부끄러운 듯 “노루 귓속에 몸 숨긴” 꽃이다. 노루귀꽃이 피면 봄은 벌써 우리들 무르팍에 앉아있다./ 김제김영
꿈에 중섭의 아이들을 만났다 사나흘 전에 큰 눈이 내린 듯 처마 끝이 꽁꽁했다 중섭의 아이들은 빙판 같은 볼을 하고 있었다 드러낸 아랫도리가 퍼랬다 아이들은 연신 고개를 치켜올려 하늘을 쳐다보고는 그새 땅바닥에 엎드려 곱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었다 하늘을 그린다고 큰아이가 말했다 새를 그린다고 작은 아이가 말했다 아이들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며 중섭이 가난을 끄덕이고 있었다 겨울 하늘이 쓱쓱 스케치해 놓은 아이들의 얼굴답게 짱짱했다 또 눈이 퍼부을 듯 중섭은 눈이 까맸다 목탄처럼 까맸다 △ “목탄처럼” “눈이 까”만 화가가 시절을 견디고 있다. 아이들은 “빙판 같은 볼”을 하고 “아랫도리가 퍼”렇게 얼었다. 추위에 “곱은 손가락”이지만, 아이들은 “하늘을 그”리고 “새를 그린다” 천진무구한 아이들을 보며 가난한 중섭은 또 “목탄”을 집어 들 것이다. “하늘”이 펼쳐주는 배경엔 “새”가 맘껏 날아볼 것이다. 한 폭의 그림이 중섭의 화판을 벗어나 우리의 삶 안에서 완성될 것이다.<김제김영>
바람을 잡으려다 휘청거린다 잠시 멈추고 하늘을 봐 구름이 탄식하는 소리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 시냇물이 노래하는 소리 마음 문 열고 가만히 하늘의 소리 들어 봐 산다는 것 그냥 순리 따라 섭리 따라 바람결처럼 바람처럼 △ 곱디고운 시인의 자태가 스며든 시가 스산했던 마음으로 맑은 시냇물이 씻겨 준다. 마음이 얼마나 고요해야 ‘구름이 탄식하는 소리’가 들릴까. 자연과 소통하는 화자는 한 마리 새처럼 날개를 바람의 속도에 맞추며 나를 것이다. 가장 슬프고 고통을 견디어 내는 신음이 곧 노래하는 시냇물 소리였을 것이다. 마음이 천사여서 화자는 하늘의 소리를 순종하며, 끄덕이며, 저항하지 않을 것이다. 무릎을 꿇으며 두 손 모아 뜨거운 자비를 바람결과 물결에 띄울 것이다./ 이소애 시인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남원 모노레일 500억 참사, 시민은 분노한다
안호영 의원의 위대한 결단
태풍의 눈 ‘통합 전주시장’
완주‧전주 통합, 특례시 지정으로 완성해야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남원파크, 전·현직 시장에 구상권 행사해야
동학농민혁명 서훈, 왜 1차 봉기 참여자 배제하는가
정부는 완전통합에도 재정지원 규모 밝혀라
리셋되는 행정, 중단의 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