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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시대를 건넌 아버지는 왜 자주자주 노래에 엉켰을까 광복절 환호 속에 막걸리 거나한 날 단상에 올라 온 동네 흐드러진 김삿갓 노래 어제처럼 쟁쟁하다 만주벌판 누비느라 못다 한 소절 내 비록 잇지 못했어도 한더위 잦은 심부름 어김없어 열두 살 단발머리 노란 주전자 골목 휘돌아 집으로 가는 길 몰래 가끔 마셨지 미스터 트롯 막걸리 한잔에 한 잔 맹물로도 얼큰하다 △ 영탁의 ‘막걸리 한 잔’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만주벌판 누비”시던 아버지 생각난다. “광복절 환호”성과 함께 막걸리 거나하게 드시고 “김삿갓 노래” 부르시던 아버지 생각난다. 아버지 심부름으로 막걸리 받아오다 “몰래 가끔 마”시던 어린 나도 거기 있다. “미스터 트롯 막걸리 한잔” 들으면서 막걸리 대신 “한 잔 맹물”만 마셔도 아버지 생각이 얼큰하게 올라온다./김제 김영 시인
담쟁이 넝쿨이 벽에 붙어 바락바락 기를 쓰며 오르고 있다 맨 앞 꼭두만을 고집한다 제 뿌리가 땅에 뻗어 있는 줄은 까맣게 잊고 오직 하늘만 바라본다. 그 밑을 한들거리며 여유롭게 해찰하는 능수버들이 있다 △ “바락바락”이라는 말, 참 질긴 말이다. ‘바락바락’이라는 말은 ‘악을 쓴다’라는 말과 짝을 이룬다. 바락바락 악을 쓰는 사람의 목덜미에는 예외 없이 핏대가 선다. 벽을 기어오르던 “담쟁이 넝쿨”도 담쟁이의 핏대였다. 굵은 그 핏대는 여간해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자기의 목적을 다 이룬 후에야 슬그머니 주저앉는다. 핏대를 타고 올라온 말속에는 불이 들어있어서 제 속도 타고 듣는 사람의 속도 탄다. 능수버들이 손잡아 주지 않았으면 불같은 성미가 들끓는 세상은 잿더미가 될 뻔했다./ 김제 김영 시인
밤새 꽃이 하는 말 듣기 위해 새벽하늘에 귀 하나 걸어 놓았다. △ 캄캄한 밤이 결국은 아침에게 자리를 내주는 이유가 이 시에 있다. 어둠 속에 핀 꽃이 이 어둠을 물리쳐 달라고 기도했을 것이다. 동이 트기 전에 어둠을 헤치고 꽃은 우물의 첫물을 길어 올렸을 것이다. 신은 꽃의 기도를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시려고 “새벽하늘에/ 귀 하나//걸어 놓았”을 것이다. 해서 아무리 캄캄하고 절망스러워도 끝내 꽃은 활짝 피어날 것이다./ 김제 김영 시인
푸른 하늘의 구름은 추상화다 천 년 고찰 은적사 뒤 숲길을 거니는데 삶이란 찰나가 아닌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면 자유일 텐데 꽃과 나무는 가벼워지면서 새 생명을 잉태하는데 시간의 빠름에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데 나는 자유로운 산중인이 되어 자연과 같이 인생의 한 조각 자서전을 쓰고 있다 △ 삶이 순간이란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실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린다. 매 순간 천만년 살 것처럼 마구 덤비고, 욕심부린다. 순간마다 끝까지 혼자만 살아남을 것처럼 싸우고 미워한다. “꽃과 나무”가 모든 걸 내려놓는 시간이 있듯, 사람도 어느 순간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자연의 말을 충실하게 받아 적으며 자연의 한 조각으로 스며들고 싶을 때가 있다. / 김제 김영 시인
바람 솔솔 불던 어느 늦은 초겨울 저녁 할머니는 집 뒤 장독대에 시루떡 정성 들여 차려놓고 한없이 소원성취 위해 손바닥이 닳도록 빌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뒤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던 철없는 손주는 시루떡 먹고 싶은 마음으로 할머니 기도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그 손주는 그때의 시루떡을 생각하면서 할머니 기도를 듣고 있습니다 △ 그리움과 현실이 충돌하는 순간 옛 기억은 내적 분열로 폭발하여 시어를 불러낸다. 시는 기억에 대한 파편이다. 할머니의 기도는 장독대 시루떡으로 떠오르지만, 할머니 나이가 된 손주는 비로소 기도가 들리는 것이다. “손바닥이 닳도록” 할머니의 손은 뜨거웠을 것이다. 기도는 시루떡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할머니의 뜨거운 그리움이 기억을 불러온다. 시루떡이 할머니이다. / 이소애 시인
허공 화면에 보고 싶은 정을 찍고 싶다 시간 고리마다 인연 줄을 잇고 싶다 바람 화폭에 천연색 갈망을 그리고 싶다 기나긴 상념으로 가꾸며 끝나는 생몰의 그리움아 △ 시는 결핍에 대한 반응이다. 결핍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으로 시가 탄생한다. 부족함과 그리움이 시가 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을 내놓아도 '갈망'은 마음속에 남기 마련이다. 화자의 내적 분열은 불멸을 향해서 달려가는 욕망이 아닐까. 그리움과 현실이 “찍고 싶다” “잇고 싶다” “그리고 싶다” 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욕망의 그림자가 보인다. '생몰의 그리움'은 영적인 갈망이 아닐까. / 이소애 시인
아리랑 아리랑 흥남동 고개를 넘자 어린 시절 고개 넘어 학교에 가고 하교 후 고개 위 산 말랭이에서 땀을 닦았지 서쪽은 시가지 전망 동쪽은 논과 밭 끝없이 이어진 곳 말랭이 초가집 한 채는 양철지붕 가난한 이웃들 골목길에 모여 살았지 마부였던 친구 아버지 말 앞세워 아리랑 고개 넘고 어머니는 학독에서 보리쌀 갈고 밀가루 수제비 만들어 나눠 먹고 엿장수 친구 아버지 팔고 남은 엿 나눠 먹던 그 시절 친구들 어디로 갔을까 보고 싶은 그 얼굴들 △ “산 말랭이에서 땀을 닦았”던 소년이 기억으로 땀을 닦는다. “흥남동 고개”처럼 등굽은 허리를 펴고 옛 추억을 더듬어 본다. 수제비 맛도 떠올려 보면 저절로 아리랑 고개를 넘어 학교에 가던 책가방이 무겁다. 어쩌랴. 달콤한 엿처럼 항상 떠오르는 친구도 이젠 혼자서 아리랑 고개를 넘고 있겠지. 지금 어디선가 친구들도 화자를 목청껏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너무 먼 곳에서. / 이소애 시인
무릎 꿇은 나에게 하늘은 변명할 여지 없이 회초리를 들어 엄한 말씀 뉘우치라 하신다 △ 얼마나 큰 상처이기에 “변명할 여지 없이” 무릎을 꿇게 하였을까. 용서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내가 만나는 순간 용서의 방법을 터득한다고 한다. 내 안에 그가 존재하는 숨소리가 들려올 때, 영적인 교만이 겸손한 자세로 바뀔 때, 침묵과 기다림 속에서 성장할 것이다. 종탑에서 맴도는 바람의 발자국 같은 화자의 모습이 보인다. 햇살 좋은 날엔 “소나기”도 지나갈 뿐이다./ 이소애 시인
고봉 쌀밥 한 그릇 나무 위에 걸려 있다 땔감 없어 칠십 리 변산에서 종일 걷고 걸으며 지게질 흉년들어 먹을 것 없어 소나무 생키로 개떡 쪄먹던 육이오 살육의 남북전쟁 그 시절이 쩍 벌어진 사자 이빨 보듯 흉측스러이 솟고라진다 어머니 독새기 풀때죽으로 점심 때우든 그 시절 쌀밥 한 그릇은 대접받았다 이팝나무 이팝꽃에서 옛 고통을 견디어 낸 숨소리가 들린다. 생각만 하여도 고봉밥은 가장 슬픈 눈물이 강물처럼 흐른다. 가난이 웃음꽃으로 피어난 꽃은 화자의 꿈을 슬프지만 화려하게 대접한다. 어린 시절의 아픔과 고통의 상처를 “어머니 독새기 풀대죽”이 위로하는 꽃이다. 혹독한 겨울을 경험한 꽃은 자비롭다. 고봉밥 한술 떠먹고 가라고 외로운 사람 붙잡는 꽃이다./ 이소애 시인
하늘을 담아내는 넌 누구냐 하루도 그윽할 날 없는 이 마음 티끌 없기를 쫓고 쫓건만 멀건 날은 한 손에 꼽힐 뿐인데 명지바람에는 잔물결치고 뜬구름에는 그늘 드리우고 하늘빛에는 끝 모를 쪽빛 물들이는 허물이 허물 아닌 듯 자신을 내어주는 넌 누구냐 △ 대야는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義)가 없다. 손이 없어서 움켜쥐지도 않고 발이 없어서 달아나지도 않는다. 대야는 배알도 없다. 자기만의 고집이 없고 생각조차 없는 듯하다. 그저 “하늘을 담아”낼 뿐이다. “멀건 날은 한 손에 꼽힐”정도여서 “하루도 그윽할 날 없”다. 그래도 대야는 하늘을 담아낼 뿐이다. ‘말없이 말을 건네올 뿐이다.’ 모든 기관이 얼굴 한 개뿐인 대야, ‘대야’라는 말을 입 안에 넣고 가만히 굴려보면 끝없이 너른 수평선 너머까지 마음이 펼쳐지는 듯하다. 오늘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손을 가진 듯하다./김제 김영 시인
흘러가는 새털구름과 같이 하늘을 찌를 듯 도열한 내소사 입구 전나무 숲길을 걷는다 한 아름 넘는 전나무 두 그루가 태풍과 맞서다가 지쳐서 다리를 쭉 뻗고 누워 있다 스님! “저 쓰러진 나무는 무엇에 쓸 건가요?” 네! “한 오백 년 비바람에 잘 말려 법당 지은 대목수 불러 잘 다듬어 부처님 이쑤시개로 쓸 겁니다” 사천왕 부릅뜬 눈이 샐쭉 웃는다 △ 눈코 없는 나뭇등걸도 “한 오백 년 비바람”을 겪어야 부처님 치아라도 친견하겠다. 아무 감정 없는 통나무도 “한 오백 년 말”라야 부처님 법당 지은 대목수의 연장 맛이라도 볼 수 있겠다. 싸움판에서 처절하게 패배하고 “다리를 쭉 뻗고” “쓰러진” 저 나무토막도 비바람 까락까락 견디고 나면, 퉁방울눈을 부라리는 사천왕도 무섭지 않겠다. 참말이지 하나도 안 무섭겠다. /김제 김영 시인
누구의 눈길도 닿지 않는 그 어두운 골목 끝 담장 구석 어름에서 고개 푹 숙인 채 끝내 피기를 멈추질 않는 내 희망이여 △ 들꽃은 누가 보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꽃을 거두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양지바른 곳은 본래부터 내 자리가 아니어서 “어두운 골목 끝/담장 구석 어름”에서 고개를 떨구고 산다. 언제 한번 어깨 펴고 호탕하게 웃어본 적 없다. 환한 태양 아래를 넘본 적 없다. 그늘에 뿌리를 내리고 작은 희망을 피우고 또 피우는 “흰 풀꽃”은 봄이 늦게 찾아와도 불평하지 않는다. 그저 최선을 다해 “피기를 멈추지 않”을 뿐이다./ 김제 김영
내 인생에 당신과의 만남은 축복이었소 생사고락을 같이 한지 반백년 지금 이 시간이 귀하고 행복한 순간이라오 만남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만 남아 그리움 밀려오면 종이배 접어 그립다 한마디 적어 시냇물에 띄어 보내리 △ 사는 게 별거 아니다. 지구라는 자리에서 마음 맞는 사람과 한바탕 놀다 가는 것이다. 이것을 천상병 시인은 ‘소풍’이라 말했다. 삶과 죽음이 이음 동의어가 될 때까지 서로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핑계 삼지 않을 때까지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이다.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길을 접어도 밀려오는 그리움조차 시냇물 따라 흐르게 두는 것이다./김제 김영시인
남녀의 결혼은 손수건 같은 만남 슬프고 힘들 땐 눈물을 닦아주고 지치고 힘들 땐 땀을 닦아주는 만남 상대를 온전한 사람이라 생각 말고 나의 장점으로 보완해주기 위한 만남 한평생을 미워도 고와도 한 이불 덮는 만남 △ 손수건의 일과는 잘 닦아주는 것이다. 일과는 의무이기도 해서 손수건은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어야 하고 땀은 산뜻하게 닦아주어야 한다. 장가들고 시집가는 일을 나타내는 ‘혼인’이라는 말속에는 서로에게 의존적 존재라는 개념도 들어있다. 남편은 아내로 말미암고 아내는 남편으로 말미암는다. 그래서 “상대를 온전한 사람이라 생각 말고/나의 장점으로 보완”하는 만남이다. 지금 곁에 있는 상대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그리고 나의 장점을 그의 허물 위에 덮어주자. 손수건의 일과처럼 그의 땀과 눈물을 닦아주자. /김제 김영 시인
시리도록 아픈 눈송이 한 아름 뒤집고 복수초 노랑 꽃망울 펼치며 봄을 부르는데 찬 서리 아직 미련이 남아있다고 길 떠나지 못한다고 밤마다 쓴웃음 짓더니 꽃잎 조각 위 그리움만 한 아름 떨궈놓고 사라지셨구려 △ 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른 나뭇가지가 초록 옷을 입더니 뽕긋 연둣빛 새싹이 나를 건드린다. 노란 저고리를 입은 복수초꽃이 새색시처럼 얼굴을 붉히는 봄 길목에서 주춤거리는 잔설이 따스한 입깁을 길목에 내놓는다. 봄인가? 복수초의 순결한 꽃잎이 봄의 색이다. “그리움만 한 아름 떨궈놓고” 겨울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가슴이 아프지 않고서 어떻게 이별을 경험하리./이소애 시인
온 천지에 비단 깔고 무슨 생각을 마른 가슴에 불지르나 얼핏 내미는 속살을 보면 순정 싱그러이 울렁거리네 향기 내뱉는 풋사랑아 어쩌자고 한꺼번에 다 주려하나 못다 피면 한이 되고 끊자니 연(緣)이 너무 깊구나 아서라, 못 참겠다 너에게 빠져 죽어도 좋다 미치겠다 봄아. △ 시가 봄을 업고 왔다. 아니, 봄이 시를 훔쳐 왔다. 불타는 사랑이 꽃으로 피어나니 잠재웠던 풋사랑이 들먹이는 봄이 왔다. “싱그러이 울렁이는” 순정을 누가 알까? 미치도록 사랑의 늪에 빠져버린 시인에게 꽃분홍 편지를 쓸까. 봄이 훔칫 놀라 뒷걸음 칠까 봐 살금살금 담장 너머로 편지를 던져볼까 보다. 휘파람 불며 대문을 오락가락하는 봄을 붙잡아 놓을 거다./이소애 시인
바람난 봄바람은 못하는 것이 없다 현호색 꿈으로 별밭을 만들고 쑥쑥 자란 쑥대머리 쑥버무리도 만들고 자지러지는 벚나무 웃음 면사포도 만들고 무엇보다 잘 만드는 것은 짝없는 새들의 팔베개도 만들고 심지어- 올망졸망 도시락을 거느리고 봄나들이하는 푸른 노동도 만들어낸다 바람난 봄바람은 못하는 것이 없다 △ “바람난 봄바람은 못하는 것이 없다”라면 봄바람 한번 피워보면 어떨까? “별밭”도 만들고 “쑥버무리 떡이며” “짝없는 새들의 팔베개도” 만들어 준다니 올 봄바람은 양팔 벌려 껴안아 볼 일이다. 얼굴만 스쳐 지나가는 봄바람이어도 가슴이 울렁거리던 기억을 불러 봄을 초록으로 불러야겠다. 사랑 빛. 움츠렸던 마음을 봄나들이 가는 도시락처럼 맛과 멋을 거느리고 바람 붙잡고 꽃 피워야겠다./ 이소애 시인
저절로 갇힌 게 아니고 네가 가뒀다 사랑이라고 명명했던가 유밀하게 손가락을 걸었던가 네가 보면 결별이고 내가 보면 그리움이다 △ '섬' 은 외롭다. '섬' 은 그리움이 늘 밀물과 썰물을 없고 파도치는 소리가 섬으로 왔 다 간다. '섬'은 '네가 가뒀다' 는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드리운 그림자와 같았을 것 이다. '손가락을 걸' 었던 사랑은 영원하리라는 꿈이 있다. 때려야 소리 나는 종소리처럼 '네가 보면 결별' 인 사랑이 아직 그리움으로 살아 있다는 심장 소리를 바다에 띄워보면 어떨까. 사랑은 삶을 윤택하게 하는 마술사와 같다.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새끼손가락은 단단한 옹이가 박혔을 터이다. / 이소애 시인
배추흰나비 두 마리 날아간다 자기야 자기야 깔깔 호호 엉켰다 풀어졌다 풀어졌다 엉켰다 허공마당을 누벼 활활 타오르던 봄 내내 긴 하루였다 △짧고 아름답다. 시속으로 걸어가 보니 동심의 내가 된다. 저절로 눈 앞에 펼쳐지는 그림이 봄을 색칠하고 있다. 봄이 “엉켰다 풀어졌다” 하면서 나비 날갯짓은 “활활 타오르고” 있으니 “자기야”를 수백 번 불러서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겨울은 봄을 이길 수 없던가. 통증의 고통에 부대끼며 사는 사람에게 이 시를 읊어주고 싶다. 얼마나 평화로운가. 허공 마당을 누비며 춤추는 나비가 얼마나 부러울까. 마당에 꽃처럼 피어오르는 봄볕으로 얼마나 뛰어가고 싶을까. / 이소애 시인
칠흙같이 캄캄함을 가다가 돌부리에 차이기도 했고 물구덩이에 빠지기도 했으며 움푹 파인 곳에 헛짚어도 보았다 초롱불이나 촛불처럼 희미하지만 밝혀둘 일이다 한 치 앞이 안 보일 때 어렴풋이나마 발밑을 비춰준다면 한 걸음 한 걸음 살펴 걷는 길에 길이 보이지 않겠는가? 등잔박물관에서 손과 의절한 조족등을 밝히자 등이 빙그르르 돌면서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걷고 있느냐고 길은 무탈하게 잘 찾아가느냐고 △ 옛날에 길을 갈 때 발밑을 밝혀주던 조족등이 있다. 이 등은 손잡이가 윗부분에 있고 불빛을 비추는 화창이 아랫부분에 있다. 초를 꽂던 초꽂이는 회전하게 되어 있는데 덕분에 걸을 때마다 정확하게 수평을 유지하며 발밑을 비추게 된다. 사람은 죽는 날까지 길을 걷고 길을 찾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수평을 유지하는 “등이 빙그르르 돌면서 묻는다” “길은 무탈하게 잘 찾아가느냐고” 헛짚어 살지 말라고. /김제 김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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