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말갛게 익어가는 산열매 속엔 맑은 물소리가 알알이 박혀 있다 그 물소리 하나 똑 다서 입에 넣으면 아! 새콤한 산의 향기 말갛게 익어가는 산열매 속엔 맑은 햇살이 알알이 박혀 있다 그 햇살 하나 똑 따서 입에 넣으면 아! 사르르 녹는 빨간 해 /허호석 △세상 모든 것이 저 혼자 익어가는 것은 없지요. 자그마한 산열매 하나가 익으려면 맑은 물소리와 맑은 햇살이 힘을 보태야 하지요. 어디 이것들뿐이겠어요. 햇살을 실어 나르는 다람쥐의 낭창낭창한 꼬리, 물소리를 업어 키우는 바위의 단단한 등, 그리고 또 산열매를 들여다보는 시인의 그윽한 눈길까지 함께 이룬 것이지요. 이 시를 읽으면서 내가 이만큼 익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배려에 빚진 것을 새삼 깨닫네요. 모든 인연들에 감사한 하루가 시작됩니다. /김제김영 시인
그대는 내게 있어 마르지 않는 샘물이어요 그대 있기에 가슴은 설레임으로 부풀고 그대 있기에 깊은 사색 감미롭고 바알간 그리움에 젖어요 그대 있기에 빛나는 눈동자로 다음을 약속하고 그대 있기에 허연 억새 찬란해 보이고 저문 들녘 외롭지 않아요 (중략) 하지만 돌아서 눈 감으면 왜 이리 눈물이 날까요 / 배순금 △그 사람이 없으면 세상 아무것에도 의미 없다. 평소에는 무심히 지내다가도 곰곰 짚어갈수록 콧날 시큰하게 울리는 사람이 그 사람이다. 좋은 일보다 궂은일에, 기쁜 일보다 슬픈 일에 꼭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 눈물 콧물 다 쏟아놓아도 “내게 있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삶의 활력이 되는 그런 사람 마음에 하나씩은 다 간직하고 산다. /김제김영 시인
음악은 풀에서 시작된다 바람 끝이 닿을 때 맺혔던 이슬이 떨어질 때 풀잎은 비올라의 현이 된다 귀를 열고 청력의 볼륨을 높이면 저 신의 음률을 들을 수 있다 신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가 무관심한 저 풀잎에 있다 거기서 노래를 만들고 있다 /문효치 △봄꽃 지고 나면, 강아지풀과 수크령을 바라보며 여름과 가을을 지난다. 변변한 줄기도 없이 기도하는 고개뿐인 풀들이다. 바람 속에서 기도하는 저들의 목선은 어떤 미인의 목선도 단번에 압도할 만큼 부드럽고 온유하다. 저물 무렵 노을을 등에 지고 비탈밭에 모여 기도하는 수크령의 풍경은 밀레의 만종보다 아름답다. 바람에게 등을 내어준 채, 까끄라기마다 바람의 울림을 정직하게 받아쓰는 수크령은 황야의 사자보다 더 근엄하다. 이럴 때는 신이 수크령의 현을 켜고 있는 게 틀림없다. 음악은 풀에서 시작되는 게 틀림없다. /김제김영 시인
한순간 섬광 같은 것이 지나간다 잡으려면 도망가고 아쉬워 망설이면 다시 발끝에서 빛나는 아침 이슬방울 같은 것 그 속엔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이 있고 내가 흘린 땀과 눈물도 있다 가야할 길이 보인 듯해서 손 내밀어 잡으려면 또 사라지는 비 갠 날의 무지개 같은 것 도망갔다 되돌아오는 애인 같은 것 /이희정 △섬광처럼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시상과 아침이슬처럼 잡으려다 번번이 놓치는 시상이 있다. 안타까이 스쳐 지나가는 시상은 나의 어린 시절과 눈물과 땀이다. 기어이 잡아보고 싶은 그래서 괜찮은 시 하나 써보고 싶은 시상은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무지개 같기도 하고, 포기할까 생각하면 다시 슬며시 들어오는 애인 같기도 하다. 그래서 시인은 시상을 잡으려고 늘 전전긍긍하는 사람이다. /김제김영 시인
애써 식구들 손 잡고 모여 앉으면 호미로 찍어 피 흘리며 몸뚱이 통째로 뽑혀 쓰러진다 어쩌자고 저를 찍어낸 호미를 향기로 감싸는지 알겠다 그토록 오랜 세월 죽어도 다시 살 수 있었던 이유∼ /최경순 △풀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또 풀은 언제까지 살아남을까? 틀림없이 어리석은 질문인 줄 알면서도 최시인의 '풀이 사는 길'을 읽으면 떠오르는 의문이다. 성경을 비롯해 천지창조에 대한 대부분 기록은 사람이 맨 처음 이 세상에 오게 된 역사를 기술하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창세기도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는 여섯째 날이 천지창조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대개 사람들은 잊고 있을 것이다. 풀은 사람보다 먼저 세상에 왔다. 그러나 풀은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일년생이 많고 연대기를 기록할 만큼 긴 생을 누리지 않는다. 그러나 끈질기게 다시 살아난다. /김제김영 시인
어느날인가 부터 고개를 들면 내가 오르고자 했던 위가 보이고 있었다. 한 걸음만 오르면 한 걸음만 오르면 그 순간 이어령 선생께서 말을 걸어왔다. 위가 보이면 옆으로 가라 부처도 나타나 말을 걸어왔다. 네가 주었던 것도 잊어버려라 무주상보시 주문에 걸린 아이처럼 지금껏 걸어온 길에 점하나 찍고 나는 위가 아닌 옆으로 가려한다. /김미림 △金美林 문학박사(1992년 월간 시문학 우수상으로 등단) 현)전북문단 편집위원, 전주풍물시 사무국장.시집) 꽃불놓는 진달래. 세상태어나는 풍경소리로 . 직녀성에서 바라다 보니.
시어詩語가 꿈틀대다 붓질하고 싶은 풍경이 살아나다 문득 걸어가고 싶은 곳이 다가오다 낮추어 따라가는 시선의 끝 경계 짓는 비좁은 그림자 끈을 붙잡고 한 생의 방점을 놓는 다리 한 발짝 두 발짝 별빛 근원을 찾아가는 길 하늘에 닿으라 중력에 이끌리어 무질서 속 질서를 향하여, /이점이 △길은 화자가 걸어야 할 방점을 놓는 다리여서, 길은 시어가 꿈틀대고 붓질하고 싶은 마음의 충동이 일어나는 생의 광장이다. 화자는 길에서 별빛의 소리를 듣는다. 별빛으로 따라가면 하늘이 보이고 무질서한 세상을 벗어나 질서로 이끈다. 달려가지 않고 한 발짝씩 걸어가야 할 광야에서 길을 찾는다. 단단하고 올곧은 화자의 방점은 오직 질서를 향하여 뚜벅뚜벅 걷는 일일 것이다. 그 길이 울퉁불퉁한 비탈길 일지라도 힘차게 걸어갈 것이다. /이소애 시인
어머니의 서랍에는 오방색 헝겊이 부적처럼 있었다 오빠의 배냇저고리는 물론 언니가 사다 준 꽃무늬 팬티가 오랫동안 새것인 채 서랍 속에 있었다. 어느 날 텅 빈 서랍 속에서 비단 천으로 싸고 또 싼 네모난 상자를 꺼내시던 어머니 둥근 안경을 낀 아버지의 삼십 대가 고스란히 담긴 사진 한 장 새벽 네 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날마다 정리하던 빈 서랍 가끔은 무엇을 찾는지 아침까지 더듬는 날도 있었다 요양병원 가시기 전날까지 무수히 여닫고 뒤지던 서랍 희미한 기억 너머에 숨겨둔 박물관 물품처럼 고이 간직했던 소중한 어머니의 사랑들 /안영 △요양원에 가실 어머니의 창백한 얼굴을 떠올려 본다. 목이메인다. 서랍은 어머니의 기억을 고이 간직하고 있을 터. 어머니의 기억 창고인 서랍. 서랍 속에는 오빠가 있고, 언니의 꽃무늬 팬티가 있었다. 빈 서랍을 가득 채운 아버지의 청춘이 고스란히 있었기에 옛사랑을 꺼내어 보는 슬픔과 그리움이 있는 공간. 오방색이 어머니 생각이다. 서너 뼘 되는 서랍이지만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기억을 담고 있다. 수수만 년을 비단 천으로 싸고 또 싼 슬프디슬픈 어머니의 등 굽은 뒷모습이 보인다. 슬프다. /이소애 시인
고영 두 사람이 한 자전거를 타고 한 묶음이 되어 지나간다 핸들을 조종하는 남자 뒤에서 남자를 조종하는 여자 허리를 껴안고 중심을 잡는다 남자의 근육 세포가 미세함 그대로 여자의 가슴에 전해진다 둘이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를 조종해가는 완벽한 합일! 지금, 세상의 중심이 저들에게 있다 △오랜만에 짜릿한 전율이 감도는 ‘사랑’이다.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는 것 같은 사랑 이야기여서 잊고 살았던 사랑을 다시 찾고 싶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던, “한 묶음이 되어” 달렸던 추억이 기억으로 나의 청춘을 불사른다. “허리를 껴안고 중심을 잡는” 그 순간은 바람도 비껴가지 않았던가. “핸들을 조종하는 남자”의 등은 이 세상에서 제일 듬직하고 커 보이지 않았던가. 고통은 ‘사랑’의 무늬였습니다. 이소애 시인
<새 아침을 여는 시> 감사 서석구 나무가 열매를 주는 것은 하늘에 감사의 보답이고요 나무가 그늘을 주는 것은 사람에게 감사의 뜻이고요 꽃이 향기를 주는 것은 바람에 감사의 뜻이고요 꽃이 아름다운 빛깔을 주는 것은 태양에게 감사의 뜻이랍니다 가을 하늘이 저리 높고 파란 것은 보아도 보아도 하늘이기 때문이지요 △코로나19와 함께한 공포의 한 해를 보내면서 ‘감사’의 시를 선뜻 내놓으셨다. 시는 번뇌를 버리고 바른 이치를 깨달은 마음이 어휘 그림자 속에 숨어있다. 시를 읽는 동안 부끄러움을 준다. 아니 ‘감사’라는 시어에 항거하고 싶어진다. 모든 아픔과 고난은 덮어두고 하늘과 나무와 태양 그리고 내 곁의 사람에게도 감사할 줄 알아야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다시 성찰해 본다. 침묵으로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를 떠올려 본다. 이소애 시인
바람도 없다 동백꽃 진다 꽃잎 사이 슬픈 꿈도 지고 있다 나는 뒤늦게야 알았다 꽃잎 속에 몇 동이 눈물이 고여 있었다는 걸 길바닥에 눈물이 흥건하다 햇빛 출렁이는 소리 봄을 건너고 있다 /박영택 △ 뚝- 동백꽃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길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내 발목을 붙잡는 힘의 소리였다. 꽃이 지면 사랑도 떠나는 걸까? 흰 눈이 초록 잎 사이사이에서 찬바람을 멈추게 하는 오후였다. 하마터면 밟을 뻔했던 꽃의 눈물을 본 건 하얀 눈 때문이리. 추울수록 빨갛게 물드는 동백의 슬픈 꿈. 그 꿈은 지는 꽃의 아픔이 스며들어 사랑의 무늬를 색으로 세상에 내놓는다. 햇빛의 출렁임은 이별의 흐느낌이다. 동백꽃은 죽을 때 아름다움을 어느 곳에 묻을까. /이소애 시인
두 사람이 한 자전거를 타고 한 묶음이 되어 지나간다 핸들을 조종하는 남자 뒤에서 남자를 조종하는 여자 허리를 껴안고 중심을 잡는다 남자의 근육 세포가 미세함 그대로 여자의 가슴에 전해진다 둘이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를 조종해가는 완벽한 합일! 지금, 세상의 중심이 저들에게 있다 /고영 △오랜만에 짜릿한 전율이 감도는 사랑이다. 빛바랜 흑백사진을 보는 것 같은 사랑 이야기여서 잊고 살았던 사랑을 다시 찾고 싶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했던, 한 묶음이 되어 달렸던 추억이 기억으로 나의 청춘을 불사른다. 허리를 껴안고 중심을 잡는 그 순간은 바람도 비껴가지 않았던가. 핸들을 조종하는 남자의 등은 이 세상에서 제일 듬직하고 커 보이지 않았던가. 고통은 사랑의 무늬였습니다. /이소애 시인
나무가 열매를 주는 것은 하늘에 감사의 보답이고요 나무가 그늘을 주는 것은 사람에게 감사의 뜻이고요 꽃이 향기를 주는 것은 바람에 감사의 뜻이고요 꽃이 아름다운 빛깔을 주는 것은 태양에게 감사의 뜻이랍니다 가을 하늘이 저리 높고 파란 것은 보아도 보아도 하늘이기 때문이지요 △코로나19와 함께한 공포의 한 해를 보내면서 감사의 시를 선뜻 내놓으셨다. 시는 번뇌를 버리고 바른 이치를 깨달은 마음이 어휘 그림자 속에 숨어있다. 시를 읽는 동안 부끄러움을 준다. 아니 감사라는 시어에 항거하고 싶어진다. 모든 아픔과 고난은 덮어두고 하늘과 나무와 태양 그리고 내 곁의 사람에게도 감사할 줄 알아야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다시 성찰해 본다. 침묵으로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를 떠올려 본다. /이소애 시인
자리에 앉자마자 허물어진다 기댈 곳을 찾는 머리는 허공이 벌린 아가리 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즐거움을 모르는 엉덩이는 들썩들썩 지하철 창가에 휙,휙 덩어리진 어둠이 풀어진다 그러는 사이 마주 보는 고통처럼 창문이 겹친다 곁가지에서 삐져나오는 통증이 포개지고 묘사할 수 없는 시침이 사방으로 튄다 수첩에 놓아둔 방점들이 또르르 바닥을 구른다 팔뚝에는 핏물로 굳어진 검붉은 움막 한 채 미처 지우지 못하고 나온 밥상은 어두워져도 다리를 접지 못한다 첫차는 엄숙하면서도 냉정하게 정해진 시간을 엄수한다 △아침 밥상을 치울 시간조차 없이 출근한 하루는 온통 어둠이다. 지하철 자리에 앉자마자 온몸은 허물어진다. 창밖으로 덩어리진 어둠들이 지나가고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지하철과 교행할 때는 서로의 고통이 겹친다. 생활전선에서 얻은 팔뚝의 피딱지는 가난한 움막 한 채, 기다려주지 않고 엄숙하면서도 냉정하게 첫차는 출발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짧은 시간에 스쳐 가는 것들을 스케치한 풍경이 읽는 순간 저릿하다. <김제김영>
누대에 걸쳐 야성野性 다듬으며 외길 섬기던 그 충정 잊었는가 뜬장에 가두고 꿈마저 외면한 냉혹 컹컹 세상 꾸짖어도 누구도 듣지 않는 막장의 절규 외면당한 세상에서 오지게 밟고 뛰었던 마당 죄다 잃어버리고 쇠줄에 끌리면서 마구 흔들리는 뜬장의 고뇌를 보며 나도 울고 너도 운다 △개는 원래 야생이었다. 사람들이 길들여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개도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노력했다. 야성을 다듬어 사람에게 순치된 것이다. 반려동물로 키우며 반려자로 함께 하는 예쁜 모습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뜬장에 사는 개는 땅을 짚지 못한다. 뜬장에 갇히는 순간부터 자유를 잃고 마당을 잃는다.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외길 섬기던/그 충정이 허망할 뿐이다. /김제 김영
빨간 수류탄 가을 허공이 매설해 놓은 성냥개비 같은 안전핀 하나도 없어 저도 언제 터질지 몰라 햇살도 달빛도 더 이상 건들 수 없는 가지 끝에 잠든 탐스런 염문 번개처럼 뽀개져 별처럼 쏟아질까 수습할 수 없지만 앞가슴에 하나 차고픈 내 마른 혀를 울리는 원초적 사고뭉치 △파란 가을하늘에 원초적인 사고뭉치가 폭발 직전이다. 탐스러운 저 염문은 안전핀도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 햇살 한 오라기도 저 염문에는 태산처럼 무겁다. 저 염문 터지는 날에는 동네방네 별처럼 쏟아지는 가을을 어찌할 것인가? 석류가 벙글기 시작하면 철이 든 어른들은 이슬 맞은 나비처럼 미동도 없이 가을 속에 스며들어야 한다. /김제김영 시인
김해강 시비가 파헤쳐져 산골로 던져졌다 28년 동안 덕진공원에서 살았던 시비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그 정수리에서 태양을 섬기던 삼족오는 쇠망치를 맞고 사라진지 오래고 깊게 새겨진 「금강의 달」도 어둠이 되었다 금간 시비는 얼굴도 가리지 않은 채 운구에 실려 곡비도 없이 낯선 길을 갔다 기림을 받던 시인은 무대 뒤로 사라졌다 우리는 무엇을 보았던가 역사의 입을 벌려 무엇을 듣는가 저만치 상투 틀고 감발한 동학장군이 개남아 개남아 김개남아 너무도 많이 불러 남의 이름이 된 내 이름이 누구인가 부르고 있다 --------------------------------------------- △시비 때문에 시비가 붙고 말았다. 시인을 기리기 위해 전주 덕진공원에 세워졌던 시비 옆에 어느 날인가는 단죄비도 세워졌다. 시비 곁을 일부러 에돌아서 지나다니는 동안 속담에 업어다 난장 맞힌다는 말이 딱 덜어지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해강 시인의 시비는 시빗거리 없는 산골 마을에서 소쩍새 울음소리에 삭아갈 것이다. 힘없는, 주권 없는 나라의 백성은 언제든 시비조로 조롱받을 일에 쌔고 쌔게 휘말릴 것이다. 거친 역사는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할 것이다. 누군가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두고두고 후배들을 보는 마음이 착잡할 것이다. /김제김영 시인
80을 훌쩍 넘겼다 인생고락 짊어진 세월과 함께 그 인생광장에 언론 30년, 정치 25년, 문단 35년 굴곡진 나의 역사를 쓴다 이글거리는 단풍도 겨울 앞에선 추풍낙엽이듯 저녁노을이 지는 어느 날 느닷없이원로의 상징인 문채문학상을 받으란다 생애의 찬란한 노을이었다. -------------------------------------------------- △전북문협에서는 해마다 새만금문학제 행사를 한다. 2021년부터 문단의 원로에게 드리는 상을 신설했다. 80이 넘은 문인 중에서 왕성하게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으면서, 문학성이 뛰어나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분에게 드리는 상이다. 제1회에 수상을 하신 김철규 시인은 문채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받으셨다. 환호와 갈채 속에 받으신 상은 문인에게는 생애의 찬란한 노을이다. 문단 생활 35년 동안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작품활동으로 찬란한 문학적 성과를 이루신 결과다. 작품으로 읽어보니 문채라는 말이 새삼 경건하다. 축하드린다. /김제김영 시인
뿌리를 땅에 깊숙이 내리고 사람의 냄새를 맡고 사람 소리를 듣는다 잎가지 바람에 흔들리며 하늘을 노래하고 하늘 음성에 귀를 댄다 하늘과 땅의 주고받는 속삭임 어느 날 간절한 사랑 씨앗은 맺히고 그 속에 하늘과 사람과 땅을 담으니 뚝 떨어져 다시 땅으로 돌아와 아련한 하늘의 기억을 여는 꽃이 된다 하늘을 품었나니, 사람꽃들 형형색색 향내 그윽이 풍기는 사랑꽃밭정이가 된다 ------------------------------------------- △시를 읽을 때마다 가슴에 스며드는 슬픔이 꽃으로 피어난다. 은하수에도 사랑꽃밭정이가 있겠지요. 하늘의 기억을 여는 꽃은 하늘과 땅의 뜨거운 추억이 숨어서 피는 꽃이리. 하늘의 음성이 뚝 떨어져 그리움을 위로해 주고 외로움을 다독여 준다면 사랑꽃으로 불러주어야 한다. 꽃이 고운 햇살과 바람보다는 사람 냄새를, 사람 소리로 씨앗이 맺힌다고 한다. 꽃은 화자의 그리움에 젖은 하늘꽃이다. 그리움은 씨앗으로 여물고 온종일 하늘 구름송이와 별빛을 기억하리라. /이소애 시인
한여름 쪽마루에 앉아 맨밥에 고추장 넣고 버무린 비빔밥은 마냥 군침이 돌았다 사기그릇에 맹물 한 대접도 저절로 따라 온다 예로부터 전주비빔밥은 오직 젓가락으로 비비라 전해져 왔다 나락 냄새와 오방색을 살살 받들면 서로서로 윤기가 난다 왼손과 오른손 동서남북 기운이 하나로 어우러져 온전한 비빔밥이 된다 잘 섞는다는 것은 내 빛깔을 걸러서 상대가 피어나도록 곁을 내어주는 것 서로 부대끼는 동안 두루두루 매끄러운 참기름을 둘러주는 것이다 내 것도 한술 떠보시게 -------------------------------------------- △입맛을 다시며 맛있게 읽히는 시다. 내 빛깔을 걸러서/ 상대가 피어나도록 곁을 내어주는 전주비빔밥의 깊은 맛은 음미해 본 사람만이 안다. 그냥 참기름을 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대낌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라니 시가 놀랍다. 전주비빔밥을 먹었을 나에게 화자는 내 것도 한술 떠보시게 숟가락을 내민다. 서로 부대꼈던 코로나의 아픔도 어우러지면 치유가 될 것 같아 시가 맛있다. 비빔밥의 어울림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오방색을 받든다니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이소애 시인
[사설] 재점화된 ‘새만금 복합리조트’ 긍정적 검토를
[사설] 전주시의회 감시보다 자정노력 급하다
[금요칼럼] 여기는 딴 나라 같다
[청춘예찬] 골목문구생활 ⑥다시, 쓰는 마음으로
[오목대] 노인일자리 사업의 방향
[금요수필] 걷노라면
[병무 상담] 병역이행 궁금하면 물어봐
[사설] 공공기관 2차이전, 농협중앙회 등 집중해야
[사설] ‘RE100 국가산단’ 새만금 유치, 역량 총결집을
[사설] PC방 가장한 불법 게임장 뿌리뽑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