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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도록 아픈 눈송이 한 아름 뒤집고 복수초 노랑 꽃망울 펼치며 봄을 부르는데 찬 서리 아직 미련이 남아있다고 길 떠나지 못한다고 밤마다 쓴웃음 짓더니 꽃잎 조각 위 그리움만 한 아름 떨궈놓고 사라지셨구려 △ 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른 나뭇가지가 초록 옷을 입더니 뽕긋 연둣빛 새싹이 나를 건드린다. 노란 저고리를 입은 복수초꽃이 새색시처럼 얼굴을 붉히는 봄 길목에서 주춤거리는 잔설이 따스한 입깁을 길목에 내놓는다. 봄인가? 복수초의 순결한 꽃잎이 봄의 색이다. “그리움만 한 아름 떨궈놓고” 겨울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가슴이 아프지 않고서 어떻게 이별을 경험하리./이소애 시인
온 천지에 비단 깔고 무슨 생각을 마른 가슴에 불지르나 얼핏 내미는 속살을 보면 순정 싱그러이 울렁거리네 향기 내뱉는 풋사랑아 어쩌자고 한꺼번에 다 주려하나 못다 피면 한이 되고 끊자니 연(緣)이 너무 깊구나 아서라, 못 참겠다 너에게 빠져 죽어도 좋다 미치겠다 봄아. △ 시가 봄을 업고 왔다. 아니, 봄이 시를 훔쳐 왔다. 불타는 사랑이 꽃으로 피어나니 잠재웠던 풋사랑이 들먹이는 봄이 왔다. “싱그러이 울렁이는” 순정을 누가 알까? 미치도록 사랑의 늪에 빠져버린 시인에게 꽃분홍 편지를 쓸까. 봄이 훔칫 놀라 뒷걸음 칠까 봐 살금살금 담장 너머로 편지를 던져볼까 보다. 휘파람 불며 대문을 오락가락하는 봄을 붙잡아 놓을 거다./이소애 시인
바람난 봄바람은 못하는 것이 없다 현호색 꿈으로 별밭을 만들고 쑥쑥 자란 쑥대머리 쑥버무리도 만들고 자지러지는 벚나무 웃음 면사포도 만들고 무엇보다 잘 만드는 것은 짝없는 새들의 팔베개도 만들고 심지어- 올망졸망 도시락을 거느리고 봄나들이하는 푸른 노동도 만들어낸다 바람난 봄바람은 못하는 것이 없다 △ “바람난 봄바람은 못하는 것이 없다”라면 봄바람 한번 피워보면 어떨까? “별밭”도 만들고 “쑥버무리 떡이며” “짝없는 새들의 팔베개도” 만들어 준다니 올 봄바람은 양팔 벌려 껴안아 볼 일이다. 얼굴만 스쳐 지나가는 봄바람이어도 가슴이 울렁거리던 기억을 불러 봄을 초록으로 불러야겠다. 사랑 빛. 움츠렸던 마음을 봄나들이 가는 도시락처럼 맛과 멋을 거느리고 바람 붙잡고 꽃 피워야겠다./ 이소애 시인
저절로 갇힌 게 아니고 네가 가뒀다 사랑이라고 명명했던가 유밀하게 손가락을 걸었던가 네가 보면 결별이고 내가 보면 그리움이다 △ '섬' 은 외롭다. '섬' 은 그리움이 늘 밀물과 썰물을 없고 파도치는 소리가 섬으로 왔 다 간다. '섬'은 '네가 가뒀다' 는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드리운 그림자와 같았을 것 이다. '손가락을 걸' 었던 사랑은 영원하리라는 꿈이 있다. 때려야 소리 나는 종소리처럼 '네가 보면 결별' 인 사랑이 아직 그리움으로 살아 있다는 심장 소리를 바다에 띄워보면 어떨까. 사랑은 삶을 윤택하게 하는 마술사와 같다.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새끼손가락은 단단한 옹이가 박혔을 터이다. / 이소애 시인
배추흰나비 두 마리 날아간다 자기야 자기야 깔깔 호호 엉켰다 풀어졌다 풀어졌다 엉켰다 허공마당을 누벼 활활 타오르던 봄 내내 긴 하루였다 △짧고 아름답다. 시속으로 걸어가 보니 동심의 내가 된다. 저절로 눈 앞에 펼쳐지는 그림이 봄을 색칠하고 있다. 봄이 “엉켰다 풀어졌다” 하면서 나비 날갯짓은 “활활 타오르고” 있으니 “자기야”를 수백 번 불러서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겨울은 봄을 이길 수 없던가. 통증의 고통에 부대끼며 사는 사람에게 이 시를 읊어주고 싶다. 얼마나 평화로운가. 허공 마당을 누비며 춤추는 나비가 얼마나 부러울까. 마당에 꽃처럼 피어오르는 봄볕으로 얼마나 뛰어가고 싶을까. / 이소애 시인
칠흙같이 캄캄함을 가다가 돌부리에 차이기도 했고 물구덩이에 빠지기도 했으며 움푹 파인 곳에 헛짚어도 보았다 초롱불이나 촛불처럼 희미하지만 밝혀둘 일이다 한 치 앞이 안 보일 때 어렴풋이나마 발밑을 비춰준다면 한 걸음 한 걸음 살펴 걷는 길에 길이 보이지 않겠는가? 등잔박물관에서 손과 의절한 조족등을 밝히자 등이 빙그르르 돌면서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걷고 있느냐고 길은 무탈하게 잘 찾아가느냐고 △ 옛날에 길을 갈 때 발밑을 밝혀주던 조족등이 있다. 이 등은 손잡이가 윗부분에 있고 불빛을 비추는 화창이 아랫부분에 있다. 초를 꽂던 초꽂이는 회전하게 되어 있는데 덕분에 걸을 때마다 정확하게 수평을 유지하며 발밑을 비추게 된다. 사람은 죽는 날까지 길을 걷고 길을 찾는다. 어떤 상황에서든 수평을 유지하는 “등이 빙그르르 돌면서 묻는다” “길은 무탈하게 잘 찾아가느냐고” 헛짚어 살지 말라고. /김제 김영 시인
바람을 쥐어짜면 파란 나뭇잎들 사사삭 비벼댄다 덤으로 앉은뱅이 풀꽃들은 나풀거린다 잉크 색깔로 물들어버린 스폰지 짜듯 손아귀에 힘을 주어 오롯이 아그려쥔다 후두둑 때맞추어 풀섶 떨치고 작은 새 한 마리 날아간다 힘겹게 모아진 물방울이 낮게 낮은 곳으로 제 몸 구르며 방울진다 △ 바람이 불어온다. 나뭇잎들은 서로 통통한 볼을 비빌 것이고, 풀꽃들은 바람 속에 나풀거릴 것이다. 작은 새 한 마리는 제 방향으로 날아갈 것이고, 매달렸던 물방울은 낮은 곳으로 구르며 제 몸피를 늘릴 것이다. 구르는 동안 자꾸만 커져서 바다에 닿을 것이다./김제 김영 시인
오솔길로 접어들면 새 한 마리 소프라노 음계를 올려 부채든 유월의 나무 사이 톡 하고 건드리면 가슴은 유리잔이 되어 청량감을 쏟아낼 것 같아 면사포를 곱게 쓴 식장으로 청아한 그 모습이 그려지는 못다 부른 그이의 곡조 누구라도 개운한 몸뚱어리 그 곁에만 있어도 푸른 바다가 물거품 올려 수평선에 수놓은 흰 구름 같이 신경은 잔잔한 다도의 시간 △ “부채든 유월의 나무 사이”라는 구절에서 오래 마음이 머문다. “톡 하고 건드리면” 나무가 시원한 기분을 쏟아낼 것이고 마음은 저절로 시원해질 것이다. 숲속의 새는 더 높이 노래할 것이고 푸른 바다와 수평선은 면사포를 쓴 채, 유월의 식장에 들어설 것이다. 시인은 가만히 차 한 잔을 우려낼 것이다. 풍경 속의 시인은 그대로 자신도 모르는 동안 유월의 풍경을 완성할 것이다./ 김제 김영 시인
시(詩)가 자꾸만 떼를 쓰는 날 그런 날이면 그 연유를 묻느라 그곳에 오른다 흩어진 생각을 한데 모아 굳은 의지로 그곳에 오르면 구름이 잡힐까 그늘에 가려 오락가락하던 나 고덕산 덕봉암에 뜬구름 같다고 부처께 사뢰면 정상에 오른 호기로 엉킨 내 생각이 다른 새로운 헛꿈이라도 잡힐까 △ 원고지 앞에서, 또는 껌뻑거리기만 하는 죄 없는 커서 앞에서, 시인은 자꾸 궁싯거린다. 쉽게 풀어지지 않는 문장과 행간과 단어들을 이리저리 옮겨보기도 하고 잘라보기도 하고 늘여보기도 한다. 그리 만만하게 써지면 시가 아니다. 이럴 때는 훌쩍 산에 오른다. 시 속에 구름이라도 불러 앉혀보고 싶은 간절함이다. 시 속에 다른 헛꿈이라도 모셔오고 싶은 절절함이다. 시인이 한 줄 시를 모셔오는 일은 저렇게 지성스러워야 한다./김제 김영 시인
깊은 밤 고요 어둠의 껍질 발톱으로 꽂으며 제 몸 찢는 고통 매미 등을 수직으로 쪼개 내리는 별똥별 하나 우아한 날개돋이 망사 날개는 하늘의 진동으로 바르르 펴지고 몸은 이윽고 한 생을 우는 울음통 된다 오랜 기다림으로 빚는 소리의 완성 님 향한 생의 날갯짓 나도 세상 벗고 탈각脫殼할 수 있다면 그리하여 빛 부신 당신의 노래 될 수만 있다면 △선퇴 하나가 바람에 흔들린다. 다 떠난 자리에 바람과 햇볕이 번갈아 드나든다. 어떤 반응도 없다. 그저 고요할 뿐이다. “어둠의 껍질 발톱으로 꽂으며/제 몸 찢는 고통”을 느끼지만, 생은 언제고 한 번은 아프게 찢겨나가야 “우아한 날개돋이”가 시작된다. 복잡한 세상을 벗고 탈각한 마음만이 누군가에게 빛 부신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 /김제김영 시인
파도가 어찌 한두 번만 철썩이랴 한 계절이 다 저물 때까지 가슴 복판을 수만 번 치는 파란 그리움 헤치고 부서진 듯하다가 다시 부푸는 큰 너울 바다 파도가 어찌 한두 번만 철썩이랴 어둠 속에 묻어둔 별빛 살아나듯이 초롱초롱 눈부시게 굽이치는 그리움의 물결 하여, 해변에 자꾸 눕는다 모래톱마다 하얀 사연을 얹으며 세상에 비틀거리지 않는 건 없다 바람 앞에서 바다는 그의 생애가 파랗게 멍이 들도록 출렁이거나 비틀거리고 밤 깊숙이 눈 뜨는 그리움의 바다 △<겨울 바다>의 풍경을 떠올려 본다. 밀물과 썰물에 오가는 바다는 소리로 삶의 고통을 모래 위에 오선지를 긋고 음표를 그린다. 뜨거운 연인은 하트를 모래에 남긴다. 파도는 철썩이며 사랑을 시샘하며 지우고, 옆으로 가는 농게가 오선지에 쉼표를 찍는다. 겨울 바다는 그리움이 많아 파랗게 멍이 들도록 출렁이는 걸까. 수평선을 넘나들다가 겨울 바다는 봄을 업고 올 것이다. /이소애 시인
당신을 나라고 부르지 마세요 처음부터 당신은 내가 아니었어요 당신의 마음을 사랑으로 믿고 한없이 부풀었던 내 마음이 문제죠 이전의 기억을 잊은 부드러운 속살 경계를 지우며 변해가는 당신의 모습 나는 그 매력에 푹 빠졌지요 그런 당신이 이내 스러져가는 이슬 같은 것이라고 어찌 상상이나 했겠어요 그 달콤함에 스왈스왈하다 보면 당신의 사랑은 더욱 커지고 나는 김빠진 맥주가 되어간다는 줄도 모르고 △“스러져가는 이슬” 같은 사랑에 취하고 싶다. <거품>이면 어쩌랴. 사랑은 이별을 동반할 때 내게로 온다. “김빠진 맥주가 되어간다” 한껏 부풀었던 사랑이 식어 간다는 사실이 재밌다. 경계를 지우며 변해가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던 과거가 이슬처럼 식어 가는 사랑의 묘미를 어찌하랴. 풍선처럼 터질 듯 부풀어가는 뜨거운 열정이 거품이라고 느꼈을 때는 이미 누군가가 사랑을 훔쳐 가지 않았을까. /이소애 시인
초저녁부터 문풍지가 울어대는 냉골방에서 우리 할매는 밤새도록 물레를 돌렸다 베를 짤 실을 마련키 위해서였다 할매는 해마다 겨울만 되면 턱없이 늙었다 물레바퀴에 눈처럼 하얀 실타래가 차곡차곡 감긴 만큼씩 꼭 그만큼씩 늙었다 할매 뒤를 이어 엄니가 물레를 이어받았다 물레를 물려받은 엄니 머리에 겨울이면 해마다 백발이 곱으로 늘었다 엄니 언제부턴가 할매가 돼 가고 있었다 △쓸쓸한 나의 감정을 다독여주는 시다. “꼭 그만큼씩 늙었다”라는 할매와 엄니가 “물레를 물려받”을 때처럼 늙음도 그러하다는 시인에게서 따뜻함을 느낀다. 옛 추억을 떠올리는 물레바퀴 소리가 실타래 감기듯 고단한 삶의 숨소리 같다. “문풍지가 울어대는” 냉골 방에서 하룻밤 자고 싶다. 누비저고리를 입었던 소녀가 되고 싶다. 문풍지 소리가 힘들어하는 백발의 노인을 위로해 줄 것 같아서다. /이소애 시인
이 길일까, 저 길일까 오늘도 머릿속이 노란 민들레 날이 갈수록 길은 자꾸 가팔라지고 봄바람에 마음 어수선하다 하루종일 입에 침이 마른다 갈 길이 천 리 아무리 치켜떠도 눈앞이 캄캄하다 정녕 지도 밖 길은 없는 걸까 꽃잎 흔들고 가는 바람에 애만 탄다 황사 바람 속 세상은 오리무중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체념하듯 날아오른 홀씨 하나 떠간다 지금 가는 길이 제 길이라 믿는 민들레 홀씨 두둥실 높다 △민들레 홀씨처럼 삶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화자가 허공에 떠돈다. 외로움의 농도를 저울에 올려놓지 않아도 번뇌의 아픔을 안다. “황사 바람 속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창공을 나는 홀씨의 슬픔과 두려움이 시를 부른다. 체념한 홀씨는 아파트 그늘을 지나 휘도는 바람이 붙잡는다. 찌그러진 단칸방에 몸을 내려놓지만, 민들레의 꿈은 “두둥실 높다” 바람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겠지만 홀씨는 외롭지 않아야 산다. 그래야 꽃으로 핀다. /이소애 시인
햇빛 갈아입고 산에 올랐어라 탱탱한 도토리가 딴죽 걸어 길을 잃고 한참 정신 줄을 놓았어라 가랑잎 사이 얼굴이 붉은 가을을 줍다가 눈이 먼 죄로 지금도 도토리 키 재기하며 살고 있어라 △가을이 깊어갈수록 붉은 단풍이 “탱탱한 도토리”를 유혹하고 있다. 청춘을 물들였던 연정이 “정신 줄을” 잡아당겼던 가을이 간다. 쓸쓸한 밤엔 별빛처럼 더 아름다운 낙엽의 빛. ‘색’은 시인의 마음에 그리움으로 스며든다. 이럴 땐 도토리 한 움큼 양손으로 쥐어보면 가을을 줍는 것일 터. 가을은 사랑했던 옛 기억으로 찾아올 것이다. 사랑은 갔지만 사랑의 기억은 남아있을 시인의 슬픔이 가을을 줍는다. /이소애 시인
진흙 속 백팔번뇌 깨끗이 정화하여 자비로 피어나는 연꽃의 계향충만戒香充滿 부처님 독경 소리가 온 누리에 스미네 * 계향충만戒香充滿: 연꽃이 피면 물속의 시궁창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가 연못에 가득하다. △어느 자리에서나 향기로 그 자리를 빛내주는 사람이 있다. 언제 만나도 환한 낯꽃으로 주변을 피어나게 하는 사람이 있다. 백팔번뇌로 진흙탕이 된 마음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아무 말씀 없으셔도 내 귀에는 그의 독경 소리가 들리는 듯한 사람이 있다. 잘 정돈되어 안과 밖이 경건한 사람이 있다. 애써 내색하지 않아도 은은한 향기로 주변을 감싸는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연꽃이다. /김제김영 시인
연분홍 키 작은 꽃잎 넉 장 땅에 기듯 살아가는 짝사랑하는 낮달맞이꽃 큰 빛 은혜 받아도 희미한 사랑에 애자져 빈혈 앓듯 핼쑥한 꽃 진노랑 키 큰 꽃잎 넉 장 노란 꽃수술 달맞이꽃 초저녁이면 꽃몸 열어 기운 받고 새벽이면 꽃잎 접는 만족한 은혜 짱짱한 사랑 달빛 사랑이야 어떠하든지 믿음대로 피는 꽃 묵은 밭뙈기를 뒤덮은 달맞이꽃이 피기를 기다린 순간이 있다. 낮 동안의 열기를 잔뜩 머금은 어린 꽃봉오리가 ‘뽁’하고 터지는 순간이었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라는 『데미안』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낮달맞이꽃과 달맞이꽃은 빛과 온도를 가늠하여 피어나는 꽃이다. 달빛에 대한 믿음으로 피어나는 꽃이다. 새벽이면 밤새 받은 달빛의 은혜에 만족하는 꽃이다. /김제김영 시인
존망 지추 절박한 시절 돌담 초가집 찬바람 솔솔 나무꾼 지게 목발 두드리고 콧노래 부르며 산으로 간다 처녀총각 새끼줄 허리에 감고 지게 목발 장단 맞추고 나무하려 간다 휘파람 불어 올려 본다 총각 나무꾼 선녀와 만남 복연 선경 이라 지나간 추억의 나무꾼 도시로 도시로 가는 청춘 오는 백발 수구초심 이라 숙흥 온정 농경 문화 인간은 물 따라 산다 △가을 하늘이 텅 비어 고요하다. 시골 마을도 텅 비어있다. 서로에게 은근히 사랑을 고백하던 산골 마을의 청춘들은 모두 도시로 떠났다. 지게 목발을 두드리며 부르던 콧노래도 바람 따라 멀리 떠나버렸다. 이젠 아무리 애를 써도 휘파람은 돌아오지 않고 백발만 흩날릴 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마음에도 없으랴, 더는 윗목에서 물그릇이 얼지 않는다고 추억조차 얼어붙었으랴! /김제김영 시인
매화향기 동글동글 영글어 수줍게 웃는다 쑥향이 짙어지고 올망졸망 감꽃도 피었어라 한잔에 봄을 마시고 빈 잔에 여름을 따르니 어느 하늘 어느 바람 끝에 머물러 있을 그리움의 조각들이 저홀로 눈물 짓더라 △계절을 타고 오는 모든 것이 어디 그냥 그것뿐이겠는가? 봄의 매화 향기며, 공터마다 초록 이불을 깔아주는 쑥 향기며 추억 속의 감꽃들은 그냥 그것만이 아니다. 어딘가에 묻혀있던, 아니면 무언가에 잠시 잊혔던 그리움의 조각들이 매화와 쑥과 감꽃을 매개로 기어코 눈물을 불러오는 것이다. 해서 나의 빈 잔은 그냥 빈 잔이 아니다. 다음 계절의 그리움을 미리 꾸어다 그렁그렁 채워놓은 잔이다. /김제김영 시인
아프게 하는 것들 때문에 슬픔이 가져다준 차가운 마음 적막에 스며드는 저녁 바람의 향기가 노크를 합니다 이제도 잊지 못하는 그리움 깊은 속가슴에 번지고 눈물로 여물은 씨앗 하나 고독한 마음밭에 심어 키웁니다 생의 물음표에 답하는 설렘의 꽃 숨결 피어나는 향기로운 그 기슭에 기대어 비로소 보이는 것 너머 뭉클한 마음의 소리 들립니다 생각에 살피던 얼룩진 마음일랑 씻어 내리고 생채기 딱지 진 자리에 핀 눈물꽃 바람의 향기로 마르는 날입니다 △슬픔은 “차가운 마음”을 가져다줍니다. 차가운 마음은 빗장을 스스로 닫아겁니다. 빗장 걸린 마음 안에서는 생채기 난 눈물이 흐릅니다. 그 “눈물로 여물은 씨앗 하나”가 마음 밭에서 자랍니다. 저녁 바람의 향기가 마음의 문을 두드립니다. 생채기는 “바람의 향기로” 말라 딱지가 지고 “고독한 마음밭에 심”었던 씨앗 하나가 제 문을 열고 나오는 중입니다. 더는 고독하지 않아도 될 시간입니다. /김제김영 시인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남원 모노레일 500억 참사, 시민은 분노한다
안호영 의원의 위대한 결단
태풍의 눈 ‘통합 전주시장’
완주‧전주 통합, 특례시 지정으로 완성해야
“위기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남원파크, 전·현직 시장에 구상권 행사해야
동학농민혁명 서훈, 왜 1차 봉기 참여자 배제하는가
정부는 완전통합에도 재정지원 규모 밝혀라
리셋되는 행정, 중단의 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