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전북칼럼] 국회의 가을

국회엔 가을이 없다. 기승을 부리던 팔월의 더위가 한풀 꺾이는가 싶으면 그때부터는 계절의 변화에 둔감해진다.

왜냐하면 가을의 한 복판에 국정감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일간의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서 책상 위의 서류들을 정리할 때쯤 되면 계절은 어느새 초겨울로 접어드는 것이 국회의 가을 풍경이다.

국회의원에게 국정감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나라의 살림을 제대로 꾸려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고쳐야 할 것은 없는지를 조목조목 따져보아, 한해를 평가하고 반성하는 동시에 다음해를 준비하는 것이 바로 국정감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의원 개인에게 있어 국정감사는, 그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소임을 다 해왔는지, 혹시 자기 책임을 미루거나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를 평가받는 기간이기도 하다.

계절의 변화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국정감사가 국회의원에게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회의원보다 더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이 나라의 국민들이다. 왜냐하면 국회의원은 그들을 대신해서 국정감사의 현장에 자리하고 있는 것일 뿐, 정작 국정을 평가하고 비판해야 할 당사자는 바로 국민 개개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별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이제 '불신' 정도가 아니라 그보다 더 위험한 '무관심'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매번 투표 때마다 국민의 참여를 호소하지만 그 결과는 해마다 나빠지고 있으며, '정치', '정치인'이라는 말만 들어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모습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사실 그럴만한 이유도 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한 '정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이미 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치를 외면하는 국민들에게 '국정감사'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지나친 '욕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더 필요한 것이 국민의 '관심'이다. 왜냐하면, '정치'가 바른 길로 안내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바로 국민의 '비판'이기 때문이다.

'무관심' 속에서는 따끔한 '비판'을 기대하기 어렵고, '국민을 위한' 정치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욕심'을 부려서라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국정감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직접 국정을 평가하는 동시에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이 그들의 임무를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는가를 지켜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국민이 '정치'에 그리고 '국정감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노력도 결국 '국민 모두의 관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정한 결실을 맺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를 바른 길로 안내하기 위한 '정치인'과 '국민'의 힘이 모아져야 할 때다. 가을을 잊은 국회의 모습이 국민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불러 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회의원 정세균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교육일반제18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축전 탁구대회 전북서 개최

전시·공연전북 청년작가들의 비빌언덕, 유휴열미술관

스포츠일반전주에 시니어 태권도장 문열어

교육일반소통·협력으로 완성하는 전북교육거버넌스 개최

전북현대[CHAMP10N DAY] ③은퇴 앞둔 ‘원클럽맨’ 최철순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