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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눈물의 정치학

몇 해전 ‘1리터의 눈물’이라는 드라마가 일본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적이 있다. 15살의 사춘기 소녀가 난치병에 걸려 25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쓴 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병명도 낯선 ‘척수소뇌변성증’에 걸린 이 소녀는 걸을 수도 말할 수도 없게 된다. 그저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유일한 일과다. 처음 이 소녀는 이렇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통속에서 눈물의 날을 지낸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가족과 친구, 치료법을 찾으려 애쓰는 의료진을 보며 강한 의지로 버텨간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강하게 흔들어 큰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의 세계적 작가 쑤퉁(蘇童)이 쓴 ‘눈물’은 중국의 민간설화인 맹강녀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진시황때 만리장성 공사에 징발된 남편을 찾아 나선 맹강녀는 천신만고 끝에 장성에 도착했으나 남편이 이미 죽었다는 말을 듣고 성밑에 쓰러져 울기 시작한다. 그러자 열흘만에 성이 와르르 무너지고 남편의 유골이 나타난다. 이 소설은 힘없는 민초들이 유일하게 가진 눈물의 힘을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명시 ‘눈물’을 지은 김현승 시인은 “지상에서 오직 썩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앞에 흘리는 눈물 뿐”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요즘 미국에서는 ‘힐러리의 눈물’이 연일 화제다. 사상 첫 여성 미국 대통령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눈물 한 방울로 당내 경쟁자인 ‘오바마 돌풍’을 일단 잠재웠기 때문이다. 지극히 냉정하고 완벽해 보이는 힐러리가 인간적인 면모를 보임으로써 유권자들의 감성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그동안 대선주자들이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의 눈물’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 노 후보가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회고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TV광고는 서민들의 목을 메이게 했다. 이 2분여의 광고가 선거의 향방을 갈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눈물은 슬플 때 자연스럽게 흘러 나온다. 하지만 정치인의 눈물은 달리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전략적 도구’일 수 있다는 것이다. ‘순수한 눈물’과 ‘정치적 눈물’을 구분해야 하는 현실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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