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정치권의 시선은 온통 여의도에 쏠려 있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공천작업이 속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의 행보다. ‘공천혁명’을 주도하는 모습이 신선함을 넘어 감동적일 정도다. 집 나이로 올해 70살인 박 위원장은 전남 강진이 고향으로 판사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분이다. 침몰 위기의 통합민주당에 구세주 처럼 등장했다.
정치와는 무관한 박 위원장을 민주당에 처음 추천한 사람은 민청학련 사건으로 한 끗발했던 나병식 풀빛출판사 사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재야 출신 우원식 의원이 강금실 최고위원에게 전달했고, 강 위원이 다시 손학규 대표에게 추천했다고 한다. 손 대표는 지난 1월 삼고초려 끝에 박 위원장을 모셔왔다. 조건은 “공천심사위원회에 전권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박 위원장은 수락과 함께 공정한 공천을 위해 외부와 내부 심사위원 비율을 7:5로 관철시켰다. 이어 주식투자 전문가이자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씨, 이이화 재야사학자, 짚풀운동가로 신동엽 시인의 부인인 인병선씨,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장병화 임종국 기념사업회 회장 등을 공심위원으로 영입하는 파격을 보였다.
이들의 지지와 공천혁명을 바라는 국민여론을 바탕으로 박 위원장은 지난 5일 공천기준을 발표했다. 비리·부정으로 금고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람은 예외없이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과 손학규 대표계까지 중량급 인사 11명이 망라돼 있다. 당연히 “억울하다”며 반발이 거셌고, 후폭풍까지 염려되고 있다.
가장 반발 수위가 높은 사람은 DJ의 측근인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DJ의 차남인 김홍업 의원이다. 이들은 DJ를 등에 업고 호남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DJ의 눈을 가리고 노후를 명예롭지 못하게 하는 인사들에 다름 아니다.
사실 박 위원장의 공천 쿠데타는 ‘호남 현역의원 30% 물갈이’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대선 후보, 강금실 최고위원의 수도권 출마 권유’ 때부터 시작된 것이나 다름 없다. 그의 원칙주의가 전통 야당을 살리고, 우리의 정치발전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계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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