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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생] 희망 전도사 '진안 새마을문고 움직이는 동화모임'

전원 가정주부로 구성 매달 2차례 인형극 봉사

진안 '새마을문고 움직이는 동화모임' 회원인 김진씨가 아이들앞에서 인형극을 펼치고 있다. (desk@jjan.kr)

"어린이 여러분, 저는 착한 마녀예요. 무섭지 않으니까 울지 말고 신나게 박수 많이 쳐 줄 수 있죠?" "네∼∼". 인형극에 앞서 분위기를 띄우는 한 구연가의 오프닝 멘트다.

 

인기동화 '지구가 아프네요'와 '강아지 똥'을 각색한 인형극이 진행된 10월 29일 오전 11시 진안 성화어린이집.

 

분장한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마녀복장을 한 등장인물에 몇몇 아이들이 까무러치게 울음보를 터트린다. 소스라친 모습도 잠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짜여진 동화극이 힘찬 함성과 함께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공연에 흠뻑 매료되는 4∼7세 원생들. 어쩔 수 없는 철부지 어린애 그대로다.

 

꿈과 희망의 전도사 '새마을문고 움직이는 동화모임(회장 송애경·42·진안읍)'이 동극(動劇) 하나로 진안 고원을 발깍 뒤집어놨다. 동화구연은커녕, 마땅한 놀이문화하나 없는 시골이기에 그 요동은 더욱 크다.

 

화려한 동심의 무대를 배경으로, 회원 5명이 손인형과 함께 펼치는 인형극은 어린이들의 상상의 나래를 펴기에 부족함이 없다. 소실적 할머니들이 잠들기전 읽어주던 동화구연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공연이 끝나면 인형을 만져보려는 아이들이 줄을 서고, 착한 마녀와 함께 사진을 찍기위해 모여든 아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마녀분장을 한 등장인물을 따라나서겠다고 떼를 쓰는 아이들도 간혹 있을 정도.

 

이런 식으로 공연을 한 게 벌써 아홉차례다. 평범한 주부들로 구성된 이들 회원이 동화구연에 본격 나서기 시작한 때가 올해 5월임을 감안하면 적은 공연횟수가 아닌 셈이다.

 

새마을문고 진안군지부에서 마련한 '손주사랑 동화구연 교실'을 통해 동화 구연사 자격증을 취득한 지 채 3개월도 안된 상황에서, 매월 2차례 이상의 공연은 힘에 버거울만도 한데 말이다.

 

어릴때부터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을 통해 배운 유익한 지식을 우리 자녀들에게도 들려주고 푼 엄마들의 마음에서 시작됐다.

 

처음 동화구연을 접해본 초보 엄마들로선 비록 교육은 받았지만 마음만 앞섰을 뿐, 실행에 옮기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주부로서 가정일과 매주 모여 대본연습에 동화구연에 필요한 소품을 손수 만들고 순회 봉사활동을 다니기에는 역부족이였기 때문이다.

 

올 3월, 제2기 동화구연 과정이 개설되고 자신들에게 미진한 발성법과 다양한 성대모사 기법 등을 통해 모든 회원이 많은 자신감을 갖게 됐고, 내친김에 동화구연 지도교사 자격증까지 거머진 이들 회원.

 

이 기세를 몰아 지난 5월, 4곳의 유치원과 어린이 집에 순회 인형극 공연 일정을 잡은 게 동극을 펼치는 기화점이 됐다.

 

적은 인원으로 처음 인형극에 출현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봉사를 통해 얻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한달 넘게 각본쓰기에서부터 연출, 소품제작, 음악에 이르기까지 모든 준비 과정을 자비를 들여 꾸려가는 일이 가능하게 한 것도 이 때문.

 

차량도 회원들 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먼거리까지 이동할 때는 수많은 인형극 장비와 회원들이 동시에 움직여야하는 번거로움이 따르지만 필요한 곳이 있으면 먼거리라도 마다않는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매주 월요일 마이도서관에서 만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독서지도를 해주는 것으로, 솟구치는 프로의식은 잠시 제껴둔다.

 

1권의 양서를 선택해 회원간의 독서 토론을 벌이는가 하면 공연 대본연습에 인형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시점도 바로 이무렵이다.

 

하루 해가 짧을 정도로 1인 3역을 소화해내기가 여간 버겁지 않지만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위한 일을 불평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들이 이 모임을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동화 구연가 김진씨(37·진안읍)는 "산골아이들에게 미래의 큰 꿈을 품을 수 있는 이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 기분을 알리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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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문 sandak7@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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