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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생] 임실 신덕풍물단 상쇠 신옥금씨

10여년전 남편 암투병으로 서울생활 정리뒤 귀향…풍물패 구성 5년째 이끌어

흔히 풍물패를 이끄는 우두머리의 상쇠잡이는 대부분 남성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요즘에는 간혹 여성들도 꽹과리를 드는 예가 있다.

 

전자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집단을 리드하는 성향을 보이지만 후자는 부드러운 이미지로 패거리의 화합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물론 옛날에는 아무리 사당패라 할지라도 감히 여성들이 넘보지 못한 자리가 상쇠잡이로서 그만큼 중요한 자리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농촌지역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풍물이 유일한 문화활동으로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3년에 조성, 5년째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임실군 신덕면의'신덕풍물단(단장 박병일)'상쇠잡이는 여성인 신옥금씨(46)다.

 

면소재지의 인구가 불과 300여명에 불과한 탓에 풍물패 회원들은 40여명 남짓이지만 매주 월요일이면 복지회관에서 심오한 가락 터득에 구슬땀을 흘린다.

 

신씨의 꽹과리가 신호음을 내면서 풍물패의 사물놀이가 일제히 장단과 어깨춤을 들썩이며 신나는 한마당 놀이를 연출되는 것이다.

 

첩첩산중 두메산골에서의 신덕풍물단이 구성된 동기는 신씨가 서울 생활을 접고 10여년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부터다.

 

당초 신덕면 수천리가 고향인 신씨는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유학, 직장생활을 거치면서 지금의 남편인 이영복씨(50)를 만났다.

 

하지만 10여년 전에 남편이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암선고를 받으며 모든 생활을 청산, 자신의 고향인 이곳으로 귀향을 결심하게 된 것.

 

마지막 여생을 시골에서 보내겠다는 남편의 의지에 따라 그녀는 아파트를 처분한 돈으로 집을 짓고 호구지책으로 식당도 차렸다.

 

다행이 친오빠의 덕으로 농토도 임대, 남편은 벼와 고추농사 등을 소일거리로 삼으며 자신의 병도 잊은 듯 했다.

 

이러구러 수년째, 남편의 안색이 점차 좋아지면서 신씨는 혹시나 하고 병원 문을 두드렸고 점차 호전되고 있다는 의사의 말에 뛸듯이 기뻤다.

 

남편에게 약 한첩 쓰지 않고 세상을 원망했던 그녀이지만 새로운 희망이 온 몸에 짜릿한 전율로 퍼져왔던 것이다.

 

젊은 부부는 이때부터 하늘에 감사를 표시하고 새로운 인생을 설계, 정미소 운영과 농사일을 넓혀 가면서 풍년가를 부르는 여유도 부렸다.

 

자녀도 아들 둘을 낳아 무럭무럭 자랐고 지금은 벼와 밭농사 등 시골에서는 대농으로 불릴 만큼 살림도 늘어났다.

 

나이가 들면서 여유가 생긴 신씨는 우연히 접한 사물놀이에 매료, 지난 2003년에 풍물단 구성을 결심했다.

 

당시 군의원인 박병일씨를 정점으로 풍물깨나 한다는 마을사람들을 모았고 지역에서 설장고로 이름난 유막래씨를 초청해 관심을 끌었다.

 

이같은 소식에 필봉농악보존회 양진성 회장이 신덕면 풍물단을 방문, 매주 1회씩 사물놀이 교육과 풍물패 운영 등을 지원했다.

 

풍물패가 구성된지 3년여, 회원들은 임실군민의 날과 소충사선문화제 등의 풍물경연대회에 참가하는 실력을 갖췄고 전국대회 우수상 수상 등의 결실도 맺엇다,

 

상쇠잡이인 신씨의 남편도 지금은 북채를 잡고 풍물단원으로 활동,언제 암투병 환자였냐는 의문이 들 정도로 생생한 모습이다.

 

신덕면풍물패의 활동에 힘입어 요즘 신덕면민들의 자긍심은 하늘을 찌를 정도로 의가가 투합된 상태다.

 

해마다 열리는 군민의날 체육대회는 만년 꼴찌를 보였으나 지난해는 12개 읍·면중 5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약적 신장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모든 행사에는 풍물패가 앞장, 면민 화합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 다.

 

신씨는"행복은 우연히 찾아도 오지만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꽹가리의 낭랑한 음률이 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전해준 것 같다"고 주변에 감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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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parkj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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