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조사 없이 사업 착수는 난센스
전북으로 이전한 기업들이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공장가동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인력공급 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됐지만(본보 15일자 1, 2면) 전북도의 관련 대응책이 부실하다. 기업맞춤형 인력양성을 위한 내실있는 계획이 미흡한 데다, 새로 추진하는 사업마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도는 올'기업주문식 기능인력 양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최소한의 수요 조사도 없이 사업에 착수함으로써 이전 기업들의 새로운 수요는 물론, 중소기업 인력난과 청년 실업문제를 해소할 의지조차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도는 올해 도비 3억 원을 들여 기업과 기능인력 전문 훈련기관을 연계, 총 80명의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는 '기업주문식 기능인력 양성사업'을 시범사업으로 도입했다.
제안 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훈련기관들은 자체적으로 기업의 기술·인력 수요를 조사해 거기에 맞는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본적으로 종업원 30명 이상을 둔 기업 20곳 이상과 채용 협약을 맺어야 한다. 사업 분야도 조선·자동차·기계 등 도내 전략산업 및 성장동력산업 분야로 한정했다.
그러나 도는 여태 '구인·구직자 간 눈높이 차이(미스매치·mismatch)로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청년층은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상식만 앞세울 뿐 도내 업종별·직종별 기업인력 수요 관련 자료는 없다.
전북발전연구원 지역경제팀 이강진 연구위원은 이 사업의 당위성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도가 사업의 근간인 수요 조사를 빠뜨린 것은 '실수'라고 잘라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수요 조사를 해야 이 정도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예산을 확보해 언제까지 추진하겠다는 사업 기본 계획이 나온다"며 "적어도 기술 수요에 대한 조사는 도가 근본적으로 해야 할 몫"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전체적인 사업 규모로 봐서는 20개 이상 기업과 협약서를 체결하는 조건은 이해가 안 간다"며 "80명이라는 사업 규모도 3억 원이라는 예산에 맞춰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도와 기업체 양쪽을 설득해야 하는 훈련기관 처지에선 최하 20곳 이상의 업체와 채용 협약을 맺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최종 사업 수행기관으로 3, 4곳이 선정되면, 훈련기관 1곳에서 배출할 수 있는 교육생은 20명에서 27명 정도. 당장 인력이 급한 기업체가 6개월(교육 기간) 뒤 겨우 1명 혹은 2명의 '맞춤형 인력'을 얻기 위해 협약서에 서명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는 것.
도내 한 직업전문학교 관계자는 "올해 자체 수요 조사 결과 도내 한 업체에서 단계적으로 8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고, 임금도 월 140만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도가 바꿀 수 없다고 못 박은) 기업 20개 이상과 약정을 맺게 되면 한 기업에만 이렇게 인력을 보내줄 수 없다"며 아쉬움을 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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