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강좌 등 품질 업그레이드…쌍방향 소통 강조 실천에 옮겨
"중학교(익산 남성중) 2학년때 주말에 정읍 집에 다녀오면서 하숙비로 낼 쌀 두 말(40ℓ)을 어깨에 메고 익산역에서 인화동까지 20분 이상을 걸어다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비가 오면 막막했지요. 행여 쌀이 젖을라 비가 그칠때까지 역에서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임실군 강진면 출신으로 초등학교 5학년때 정읍 신태인으로 이사해 중학교까지 전북에서 마친 곽덕훈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사장(61)은 고향에 대한 여러 추억들을 아직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지금도 매년 4월 마지막주 일요일에는 형제는 물론 사촌들까지 모두 함께 모여 조상묘를 돌보며 정담을 나누고, 추석에도 형제들과 함께 부모님 묘소를 찾는단다.
"고향에 가끔 다녀오고 가슴속에 항상 그리움을 담고 있어서인지 서울에 있어도 고향이 멀리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내일(10일)도 조카 결혼식이 있어 전주에 내려간다"는 곽 사장을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EBS 본사에서 만났다.
지난해 10월15일 공개 모집을 통해 3년 임기의 EBS 사장으로 취임한 곽덕훈 사장은 취임이후 사내에 여러 변화를 시도했고,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EBS 변화의 핵심으로 삼은 것은 '소통'이다. 특히 EBS의 수용자(시청자)인 국민과의 소통에 신경쓰고 있다. 쌍방향 소통이 제대로 이뤄져야 수용자가 원하는 EBS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곽 사장은 지난해 12월7일 '시청자와의 대화-EBS에 바란다'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했다. 방송사 대표가 방송에서 시청자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고 나선 것은 방송 역사상 최초였다고 한다.
그는 EBS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EBS 대표와의 대화'코너도 신설했다. 이 곳에는 벌써 4000건에 육박하는 수용자들의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실무자가 직접 해야하는 세부내용이 아니면 자신이 직접 답변한다.
"수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더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다"는 곽 사장은 이 코너를 통해 수용자들의 세세한 욕구까지 알게 됐다고 한다. 대화를 통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수시로 업무 지시를 내린다.
취임 6개월을 앞두고 있는 그는 "그동안은 수능강의를 비롯한 학교교육 부문이 다소 위축되어 있었다"며 "취임후 조직 재정비를 통해 학교교육 부분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중심'이던 조직을 '교육중심'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아날로그 기반'을 '디지털 기반'으로 개편했다.
학교교육본부를 설치하고, 산하에 '학교교육기획부'를 만들어 기획 기능을 강화했다. 또 교육방송연구소를 신설해 고품질 교육서비스를 위한 R&D(연구개발) 기능도 확충했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가 앞으로 EBS 강의내용이 대입 수능에 70% 이상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학교교육 부분에서 EBS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곽 사장은 "그동안 대입 수능시험과 EBS 강의와의 연계율은 30% 수준이었다"며 "연계율이 70% 이상으로 확대되면 사교육 억제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수험생들이 연계율만 믿고 EBS 교재 내용을 달달 외워서는 안된다"며 "EBS 교재는 개념 이해 중심 교재로 활용하고 EBS 문제지 역시 문제 유형 등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BS 강의와 대입수능과의 연계율 확대를 예견한 듯 곽 사장은 수능강의 강좌 및 서비스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올 1월에는 '스타 강사'를 대거 영입하고, 최상위권 강좌 등 다양하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수능강좌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능강의 영상도 HD급 고화질로 개선했고, 수능전문사이트 EBSi(www.ebsi.co.kr)도 개편했다.
이같은 강좌 및 서비스 품질 개선 노력은 곧바로 효과로 이어졌다.
수능강의 히트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했고, 일요일에는 하루 강의 히트수가 100만 건을 넘어서기도 한다.
곽 사장은 "지속적인 강좌 및 서비스 품질 개선 노력, 정부의 수능시험과의 연계 강화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능강의와 함께 EBS의 다큐·교양 프로그램 확대를 원하는 시청자들도 많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EBS가 학교교육과 평생교육 두 축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4월에 방송될 '한반도의 매머드', 연말에 극장에서 먼저 상영될 '한반도의 공룡Ⅱ', 현재 준비중인 '사비성 복원 프로젝트', '앙코르 와트' 등 대형 작품들이 올해 선보일 예정"이라며 "EBS가 다큐 명가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은 콘텐츠의 질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EBS의 경우 방송제작 비용의 65%를 자체 충당하고 있다"며 "보다 질 좋은 교육 및 교양 콘텐츠 생산을 위해서는 EBS에 배분되는 TV 수신료(2500원중)가 상향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70원이 배분되고 있는데 적어도 700원 수준은 돼야 한다는 것.
향후 EBS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10년 뒤에는 누가 더 많은 디지털 리소스를 갖고 있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클립 뱅크인 EDRB(Educational Digital Resource Bank)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 EBS를 넘어 세계속의 EBS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는 곽 사장은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교육기반 클립 뱅크(동영상 교육 클립 뱅크)를 구축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곽덕훈 사장은
임실군 강진면 학성리 죽원마을에서 태어났다. 갈담초등학교 4학년 말 가족이 정읍 신태인으로 이사해 화호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전학온 지 1년 밖에 안됐지만 6학년때는 전교 어린이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때는 활발한 성격에 모험심도 강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중학교는 익산 남성중을 다녔다. 1학년때 신태인역까지 자전거로 6㎞를 달려 기차를 타고 통학했지만 너무 힘들어 2학년때는 하숙을, 3학년때는 친구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고등학교는 당시 한양대 공대에 다니던 친구 사촌형의 권유로 서울고에 진학했다. 담임 선생님의 소개로 하숙집 아들을 가르치며 학교에 다녔고 서울대 자원공학과에 입학했다.
1976년 제일은행 전산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2년 뒤 단국대 전산교육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1983년 한국방송통신대 전산학과 교수가 된 뒤 전자계산소장, 교육매체개발연구소장, 컴퓨터과학과장, 교무처장, 평생대학원 정보과학과장 등 30년 가까이 정보통신기술을 교육과 접목하는 일에 매진해 왔다.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사이버대학협의회장, 교육인적자원부 원격대학설치심사위원장, 산업자원부 e-Learning 콘텐츠표준화포럼 회장,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정보화정책자문단 e-러닝분과위원장,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을 역임했다.
인터넷 강의의 창시자라는 자부심이 크고 이러닝(e-Learning : electronic Learning, 전자학습)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는 평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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