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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34)클래식 음악 천재들의 수명

35세 짧은생애 모차르트·가곡의 왕 슈베르트…천재성과 수명, 상관관계 없다

'요절한 천재 음악가' 하면 누구나 모차르트를 먼저 떠올린다. 그의 음악이 전문가와 대중 모두에게 그만큼 사랑을 받아서이겠다. "저 먼 아름다운 별나라에서나 태어났어야 할 그가 그만 잘못하여 지구에 태어나 오페라,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 실내악 등 모든 장르에 주옥같은 음악들을 남긴 채 지구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요절했다."며 그의 짧은 생애를 안타까와하는 모차르트 마니아들이 참 많다. "하늘에서 잠시 쫓겨난 음악천사"라고 하는 이도 많다. 모차르트의 음악 천재에 대한 정성스런 칭송인 셈이다. 그러나 모차르트보다 훨씬 더 짧은 삶을 산 천재 음악가가 있다. 페르골레지(Giovanni Battista Pergolesi, 1710~1736)다. 그는 서른다섯해를 산 모차르트보다 9년이나 더 적은 26세의 삶을 살며 소나타 형식이 완성되는데 기여하였고 막간극(intermezzo) <마나님이 된 하녀(la serva padrona, 1733)> 를 작곡하여 희극오페라가 대중의 사랑을 받게하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클래식 역사를 통틀어 영국이 가장 자랑하는 영국 바로크음악의 대가 퍼셀(Henry Purcell, 1659~1695)이 36살을 살았고, '가곡의 왕'으로 칭송되는 슈베르트는 31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10곡의 오페라를 작곡하였고 오페라 <노르마> 에 나오는 아리아 '정결한 여신'으로 사랑받는 벨리니는 모차르트와 같은 35세의 짧은 생애였으며, 멘델스존은 38세, 쇼팽도 38세의 짧은 생애였다. 독일 낭만오페라의 전통을 확립한 베버(Carl Maria von Weber, 1786~1826)는 40세, 연가곡 <시인의 사랑> 등 낭만가곡으로 사랑을 받는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은 46세,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던 루이 모로 고트샬크(Louis Moreau Gottschalk, 1829~1869) 역시 40세의 짧은 생애였다.

 

천재 음악가들은 그럼 본래 단명한가? 아니다. 장수한 천재음악가들도 참 많다. 요한 제바스찬 바흐보다 한 세기 먼저 태어나 샤인(Johanne Hermanne Schein, 1586~1630), 샤이트(Samuel Scheidt, 1587~1654)와 더불어 독일의 '3대 S'로 불리기도 하는 쉬츠(Heinrich Schutz, 1585~1672)는 87세의 수명을 누렸다. 독일 중부에서 태어난 그는 당시 음악의 중심지인 베네치아에 유학하여 조반니 가브리엘리에게 새로운 이탈리아 양식을 공부한 후 독일로 돌아와 드레스덴 작센궁정에서 교회음악가로 활동하며 가사의 의미와 이미지를 음악으로 잘 살려 낸 작곡가로 유명하다.

 

지금도 가장 영향력있는 이론서의 하나인 화성의 방법론을 기술한 책 「화성론(Traite de I'harmonie)」(1722)의 저자인 작곡가 라모(Jean-Philippe Rameau, 1683~1764)도 81세의 수(壽)를 누렸다. 교향곡과 현악 사중주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하이든은 77세, 피아노 황제 리스트는 75세,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명사격인 베르디(Giuseppe Verdi, 1813~1901)는 88세의 수명을 누렸다.

 

교향시와 오페라를 작곡하며 생애 대부분을 독일 음악계의 중심에서 활동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는 85세, 현대음악의 대표 음악가들, 피에르 블레즈(Pierre Boulez, 1925~),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 1928~), 노노(Luigi Nono, 1924~)들을 가르쳤고, 사색·명상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메시앙(Olivier Messian, 1908~1992)은 84세, 아방가르드 음악의 대표 작곡가로 활동한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는 80세의 수를 누렸다.

 

우리나라 음악가들을 잠깐 살펴보면 <봄처녀> <봉선화> 등 친근한 애창곡들을 많이 작곡하여 '한국의 슈베르트'로 불리기도 하는 홍난파(1898~1941)는 43세의 비교적 짧은 삶을 살았으나, <동심초> <산유화> 등 많은 가곡을 작곡하여 '한국가곡의 아버지'로 호칭되기도 하는 김성태는 1910년 생, 지금 100세로 생존해 있다. <살아난 녹두장군> 등을 작곡한 우리고장 출신 정회갑(1923~)도 87세로 현재 생존해 있다.

 

그러고 보면 음악천재와 수명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불철주야 열심히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음악 천재들이여! '천재음악가는 요절하더라'는 쓸 데 없는 걱정은 하지 말고, 건강에 유의하며 열심히 노력하여 클래식음악 전당에 이름을 남기는 훌륭한 음악가가 되길 바란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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