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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39)대답 없는 질문(The unanswered question)①

말 없이 소리로 질문하라…독특한 예술음악의 창시자 美 아이브스…끊임없는 연구로 새로운 음악세계 추구

 

20세기 미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피아니스트이자 작곡자이며 지휘자인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은 클래식음악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모교인 하버드대학교에서 강의한 여섯 강좌를 묶어 「대답 없는 질문(The unanswered question)」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이 강의의 제목은 아이브스로부터 빌려 온 것입니다. 그는 1906년에 <대답 없는 질문> 이라는 제목의 간단하면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을 쓴 사람입니다. 아이브스는 마음 속에 고도로 형이상학적인 질문을 품고 있었습니다. '음악은 어디로?'라는 질문입니다. 20세기에 들어서서 65년이나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중략) 이 연속강의가 끝날 즈음에는 우리가 그 궁극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허위에 찬 가정이 될 것입니다."

 

아이브스(Charles Ives, 1874~1954)는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한 음악가로 미국적인 독특한 예술 음악의 창시자로 추앙받고 있다. 밴드마스터이자 교회음악가, 음악교사인 아버지에게서 어려서부터 이론과 작곡을 배운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응접실 노래, 민스트럴 쇼 노래, 행진곡도 친숙했고 바흐,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등 클래식 작곡가들의 소나타와 교향곡도 친숙했다. 그의 아버지는 소리에 대한 열린 자세의 접근을 장려했다. 예일대학에 가서도 그는 이론 및 작곡을 공부했다. 그가 마음먹고 작곡한 칸타타 <거룩한 나라> 가 큰 호응을 얻지 못하자 그는 보험업에 뛰어들었고 독특한 경영으로 크게 성공하여 그의 보험회사 아이브스와 마이릭(Ives & Myrick)은 전국에서도 가장 번창한 보험회사가 되었다. 낮에는 사업하고 작곡은 밤이나 주말·휴일에 하는 전문적인 아마추어 작곡가! 특이한 별칭인 셈이다. 보험회사의 수익이 있으니 아이브스는 실험적 작품 발표에 드는 비용에 대한 걱정 없이 자신의 경비로 자신의 독창성을 마음껏 펼치는 창의적인 작품들을 출판하고 발표하며 당대 가장 중요한 클래식음악 작곡가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아이브스는 항상 새로운 음악을 추구했다. 따라서 동년배로서 조성의 굴레를 벗어난 12음기법이라는 새 음악어법을 창안한 쇤베르크와도 자주 비교된다. 쇤베르크가 유럽전통음악의 한계를 숙고하면서 전통의 굴레를 벗어났다면 아이브스에게는 아예 처음부터 그런 전통의 굴레가 없었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망명한 쇤베르크가 세상을 떠났을 때 유품을 정리하던 쇤베르크의 아내는 쇤베르크 노트 속에서 한 메모를 발견했다. "이 나라(미국)에는 한 위대한 인간이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을 지키면서 배워나가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무관심에 경멸로 응했으며 찬사와 비난 두가지 중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아이브스다." 쇤베르크 아내는 이 메모를 아이브스에게 편지로 전했고, 우연이었겠지만 아이브스는 편지를 받은 지 채 3년이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생뚱맞은 대화를 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의 음악인 아이브스의 <대답 없는 질문> ! 원래의 편성은 현악 4중주와 트럼펫, 4대의 목관악기를 위한 곡(曲)인데, 요즈음은 현악 4중주 대신 현악합주로 연주하고 목관은 플롯이나 오보에 혹은 클라리넷으로 연주된다. 조용한 현악 음향 위에 삶의 의미가 뭐냐는 듯, 생명의 의미가 뭐냐는 듯 트럼펫이 끈질기게 질문을 한다. 아이브스는 이를 '존재에 대한 영원한 질문'이라고 했단다. 대답이 없다. 목관악기들(클라리넷)은 딴전만 피운다. 그러니 불협화의 느낌이 심해질 수 밖에…. 그러면서 작게 더 작게 울리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존재의 의미에 대한 질문인가? 구애받고 싶지 않은 자유에 대한 질문인가? 무대에는 현악기 연주자들만 있고 트럼펫은 무대 뒤, 목관악기들은 공연장 구석이나 객석, 혹은 움직이면서 연주한다. 현악기는 조성음악을, 트럼펫은 무조성에 가까운 음악을 연주한다. 한 작품에서 조성과 무조성이 섞여있거나 연주자들이 서로 다른 곳에서 연주하는 것은 대단히 용감한 혁신적 실험이었다.

 

현대음악이나 실험적 음악도 관심을 갖고 들어보면 참 재미있다. 어떤 때는 전통 클래식보다 더 재미있다. 관심이 있어야 친해짐이 있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 음악도 현대 정서에 맞게 변할 수밖에 없다. 대답이 없어도 존재의 의미를 항상 질문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의 고민을 아이브스는 현대적 음악어법으로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말 없는 소리로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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