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 이전" vs "일괄 이전" 유치전 가열
동남권 신공항 건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에 이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방 이전도 지역 간 갈등과 대립을 심화하는 뜨거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노무현 정부 때 주택공사는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토지공사는 전북 전주혁신도시로 각각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방침에 따라 두 공사를 LH로 통폐합하고올해 상반기 중 이전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전북도는 신공항 건설 백지화로 악화한 영남 민심을 달래려고 정부가 LH를 경남으로 모두 옮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 김완주 도지사가 삭발까지 하며 '분산 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경남도는 '일괄 이전' 성사를 위한 총력전을 선언하는 등 LH 이전 문제가영호남 갈등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전북 "분산 이전으로 경제 활성화"..도지사 삭발 = 전북도는 사장을 포함한 LH 인력의 24.2%를 전주혁신도시로 옮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 지사는 6일 이 같은 분산 이전을 촉구하며 삭발로 배수진을 쳤다.
LH가 경남으로 일괄 이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표출로 해석된다.
이는 "지역 간 갈등 문제를 조기에 매듭지으려는 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하면서 경남을 달래는 차원에서 LH를 일괄 이전하려는 분위기를 감지했다"는김 지사의 말에서 엿볼 수 있다.
김 지사는 최근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전북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잇달아 접촉하는 과정에서 LH 이전 문제가 정치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전북도는 LH 본사를 유치하면 새만금사업을 비롯해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조성등 굵직한 국책사업이 탄력을 받고 다른 지역의 기업 유치를 위한 공단 조성이나 서민용 주택건설 등이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방세수 증가도 염두에 두고 있다.
LH는 통폐합 직전 경기도 성남시에 연간 322억원(최근 4년 평균)가량의 세금을 냈다.
LH와 같은 대기업은 전체 영업이익의 20∼25% 정도를 법인세로 내고 이 중 10%가 지자체 몫(지방소득세)이 되는데 이 액수가 상당할 것으로 전북도는 추산하고 있다.
다만 2007년 조세특례법 개정으로 취.등록세 등 광역단체인 전북도의 몫은 전액면제되며 전주시 몫이 될 지방소득세는 5년간 전액 면제되고 이후 2년은 50% 감면된다.
LH 본사유치추진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임병찬 전북애향운동본부장)는 오는 21일 서울에서 분산 이전을 촉구하는 궐기대회를 열고 5월 초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는문화축제도 개최할 방침이다.
시민사회단체의 릴레이 성명과 대통령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
◇경남 "쪼개선 안된다.
.일괄 이전에 총력" = 경남도는 LH가 토공과 주공을 통폐합해 출발했는데 다시 쪼개서 이전하는 것은 경영 합리화 방안과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신공항 백지화와 LH 이전도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LH 일괄 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방위 점검체제를 가동하고 이전 보류나 백지화 등 예기치 않은 결정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전북도지사의 삭발에 대해 "과도하게 대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경남도는 LH를 일괄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경남도 구도권 동남권발전전략본부장은 "정부가 일괄 이전과 분산 이전 등 여러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신공항처럼 지역갈등과 효율성 등을 내세워 이전 보류나 백지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차단하는데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남도는 진주가 전주에 비해 낙후한 지역으로, LH 이전을 통한 경기 활성화가시급하다고 주장했다.
LH가 진주에 들어서면 4천524명의 인구가 유입되고 연간 260억원 정도의 지방세 수입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관련 서비스업 증대에 따른 간접효과(소득증가)가 직접효과의 4배에 달하고 주택관리공단과 한국시설안전관리공단 등이 동반 이전해 지역발전의 획기적인 계기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지사는 오는 11일 도의회 의장과 교육감, 창원대 총장, 경남상의협의회장, 진주시장을 만나고 18일에는 국회 국토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은 최구식의원 등 도내 출신 국회의원들과 간담회를 하는 등 LH 이전 성사의지를 다지기로 했다.
김 지사는 이달 중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특임장관, 국토부장관, 지역발전위원장 등 LH 이전과 관련 있는 중앙 기관장도 잇달아 만날 계획이다.
◇정부, 이달 중 논의 본격화..상반기 중 매듭 방침 = 국토부는 애초 작년 연말까지 LH 지방이전 문제를 매듭지을 방침이었지만 경남-전북의 입장이 강경하고 올해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2년이 다 되는 현재까지 아직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시간만끌고 있다.
그러나 지난 5개월간 공석이던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의 신임 위원장에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을 선임됨으로써 LH 본사 지방이전 논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우선 이달 중 2기 지역위의 민간 위원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이전 후보지인 경남과 전북 행정부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LH 본사 지방이전 협의회를 열어 논의를 재개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LH 이전이 지자체별로 여건이 모두 달라 일방적으로 조정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 합의를 먼저 유도하고 합의가 어려우면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을 택할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갈등이 있는 국책사업은 가능한 한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LH 지방이전문제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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