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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깨진 약속 (상) 도내 실태

성격차·경제적 빈곤·폭력이 주된 원인 / 홀로되면 극빈계층 전락…생활고 허덕

# 1. 필리핀 이주여성 A씨(39)씨는 결혼 3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2002년 국제결혼 중개업소를 통해 남편(39)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결혼해 한국에 정착하게 됐으나 남편이 술만 마시면 아내의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일삼았고,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통일교를 강요하면서 종일 감시했다. 급기야 쉼터를 찾아간 A씨는 2005년 이혼 뒤 아들과 함께 월세 15만원 짜리 원룸에서 살고 있다.

 

# 2. 네팔 이주여성 B(25)씨도 남편(52)과 이혼 소송을 준비 중이다. 농사꾼인 줄 알았던 남편이 알고 보니 재혼인 데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였던 것. 불과 3개월 남짓 산 남편은 경제적 부양은 커녕 한국말을 잘 모르는 B씨에게 술만 마시면 때린 뒤 "아들을 놓고 나가"라며 윽박 질렀다.

 

도내 다문화가정이 이혼·사별 등으로 해체되면서 이주여성들의 인권이 사각지대에 놓였다. 여성 주간(7월1~7일)을 앞두고 전북도와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가 지난달 28일 무주덕유산리조트에서 연 '전북도 다문화가족 정책·실천의 현주소와 발전방안'을 주제로 한 워크숍에서 다문화가정의 이혼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통계청 조사 결과 전북의 다문화혼인은 1129건으로, 전체 혼인(9711건)의 10.8%를 차지했다. '전국 지역별 혼인 건수 및 다문화 구성비' 중 전남(12.5%)에 이어 전북이 두 번째로 높다. 다문화혼인 비중이 높아지면서 다문화이혼도 늘어나는 추세. 전북 지역 다문화이혼은 2009년 457건, 2010년 525건, 2011년 552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이혼 중 다문화이혼 비율은 서울(16.0%), 전남(13.7%)에 이어 전북(13.1%)이 세 번째로 높았다.

 

이혼 사유는 전국적으로 성격 차이(29.4%)가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전북에선 2009년부터 성격 차이(21.4%) 외에도 경제적 무능력(21.1%), 학대와 폭력(17.7%) 등도 무시 못할 원인이다.

 

이혼 외에도 사별로 인한 다문화가정의 해체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인 초혼 부부의 나이 차이가 2.2세인 데 반해 다문화가정의 초혼 나이 차이는 9.5세로 남편이 아내보다 나이가 많아 질병으로 먼저 죽게 될 개연성이 높은 데다 사고로 남편이 먼저 죽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다문화가족의 해체는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의 다문화가정 지원정책이 이주여성의 초기 적응을 독려하고 자녀들의 맞춤형 교육 지원에 중심을 두다 보니 이혼·사별을 한 이주여성들의 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중 소득 200만원 미만이 64.4%를 차지해 대다수 경제적 취약계층에 해당되지만, 이혼 소송 중이거나 이혼한 이주여성들은 거주지가 없고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서 일정한 수입마저 보장되지 않을 경우 가출했다가 들어가고 또 재가출을 하는 패턴이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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