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과·김부각·시래기·산나물 제품 주력 / 대통령 명절 선물용으로 청와대에 납품 / 지난해 20억 매출…올 들어 미국 수출도
남원시 노암제1농공단지에 위치한 ‘춘향골사람들 영농조합법인’은 임종준 대표이사를 포함해 8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업체다. 3300㎡ 부지에 공장 규모는 2000㎡로 비교적 아담한 편이며, 지난해 매출액도 20억원 정도다. 하지만 전통식품산업의 메카를 꿈꾸는 이 업체의 포부와 가능성은 대단하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가공해 전국은 물론 해외 소비자의 식탁에 올리겠다는 남원 춘향골사람들. ‘내 가족이 먹을 음식처럼 만들겠다’는 전통식품의 명가는 올해 26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성장의 탑을 쌓아 올라가겠다는 각오다.
△전통식품의 고급화 및 제품화
춘향골사람들은 전통한과, 김부각, 시래기, 산나물 등 크게 4종류의 먹을 음식을 내놓고 있다.
지역 내에서 생산된 찹쌀을 주원료로 사용해 정직한 맛을 담은 전통한과는 말그대로 전통 그대로의 제조방식을 고집하는 최고의 식품이다. 화학첨가물색소가 아닌 천연분말 등을 이용해 색이 고운 한과를 만드는 게 특징이다. 위생관리 시스템(HACCP) 도입과 최첨단 제조설비, 금속검출기 가동 등으로 이뤄지는 철저한 생산관리는 이 업체의 자랑거리다.
김에 양념한 찹쌀풀을 발라 참깨를 뿌려 볕에 말렸다가 기름에 튀겨먹는 김부각. 춘향골사람들은 이 김부각의 고급화 및 상품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체의 화학조미료나 방부제, 첨가제를 넣지 않고 오직 우리땅에서 길러낸 자연산 김과 찹쌀이 원료로 사용된다. 고소하고 바삭한 맛이 일품이다. 아이들 도시락 밑반찬용, 술안주, 간식용으로 제격이다.
지리산청정시래기는 100% 계약재배 또는 자가생산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조선무청, 시래기전용 열무, 배추우거지 등을 삶아서 냉동하거나 건조해 공장, 식당, 가정에서 손쉽게 조리할 수 있게 포장돼 있다. 이 시래기는 밥과 김밥, 된장국, 나물, 고등어조림, 등뼈감자탕, 들깨국 등에 안성맞춤이다.
취나물, 고사리, 토란대, 고구마대 등 자연향이 가득한 지리산산나물의 제품화도 눈길을 끈다. 국내산 나물을 제철에 수확해 적당한 온도에 삶아 건조해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있는 웰빙식품이다.
△춘향골사람들이 걸어온 길
이 업체는 2002년에 전통한과 가공공장으로 출발해 2006년에 현재의 위치인 노암농공단지에 자리를 잡았다. 2004년에 농림부가 주최한 전통식품 선발대회에서 ‘한과부문 전라북도 1위’를 차지했고, 2008년에는 대통령 명절 선물용으로 청와대에 납품했다.
춘향골사람들은 또 노동부 지정 클린사업장(2007년), ISO9001 인증(2009년), 농림부 전통식품 품질인증(2010년), 농수산품질관리원 스타팜 인증과 바이전북 인증(2011년), 여성친화일촌기업(2013년)으로 전통식품산업의 메카를 향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월에 미국 H마트로 냉동 나물류 등 15종(3만여개)의 제품 납품을 시작으로 3월에는 18종(3만여개)의 제품이 추가로 수출됐다. H마트는 미국 내 45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동부지역 최대의 아시아 마트다. 청정지역인 남원에서 생산된 봄 나물류가 미국의 밥상에 오르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춘향골사람들은 올해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 제품을 수출할 예정이다. 2014년 수출 목표액은 5억원 정도다.
● 임종준 대표이사 "차근차근 쌓아가는 신뢰·명성 중요"
임종준(41) 대표이사는 더디지만 안정적인 성장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짧은 기간동안에 비약적인 성장을 원하는 대다수의 기업가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임 대표는 왜 이 같은 마인드를 갖게 됐을까? 어쩌면 그 답은 ‘전통식품의 명가’라는 목표 속에 있는 듯 보였다.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성장을 원하지 않아요. 차근차근 쌓아가는 신뢰와 명성이 중요하죠.” 임 대표가 고향인 남원에 내려와 2002년 7월에 춘향골사람들을 창립한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면서, 2년여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듭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행착오는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는 비법이자, 신뢰와 명성을 구축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됐다는 점이다.
“서울 벤처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사업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왔고, 친척이 운영하는 유과공장에서 사업 아이템을 얻었어요. 당시 유통은 전혀 몰랐고, 기술력도 부족해 실패를 반복했죠. 2년여 기간동안 전북대 도서관과 국회 도서관에서 레시피, 유통 등과 관련한 논문을 뒤지기 시작했어요. 그 때 맛의 기준을 자리잡았고 유통에 눈을 뜨기 시작했죠.”
임 대표는 사업 초반에 기술력, 자금, 유통 때문에 애로를 겪었지만 그동안 큰 풍랑없이 사업을 이끌어왔다. ‘감당할만큼만 성장한다’는 그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물론 임 대표에게 욕심이 전혀 없는 게 아니다. 춘향골사람들이 ‘전통식품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에는 수출을 본격화하고 홈쇼핑 방송 등 공격적인 홍보마케팅도 준비중이다.
이런 임 대표에게도 다양한 제품개발은 버거운 문제다.
임 대표는 “개발하고자 하는 사업 아이템은 있으나, 급속냉동이 아닌 상온보관 방식 등의 기술적 역량이 부족하다”면서 “춘향골사람들이 전통식품의 메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품개발이 필요하다. 기술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남원에서 생산된 청정 농산물이 국내는 물론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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