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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울볼'과 청년들의 '진로'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파울은 경기규칙을 위반하는 행위로 해당 선수나 팀에게 불이익이 가해진다. 하지만 야구에서만큼은 좀 다르다. 타자가 친 볼이 홈런 외에 그라운드 밖에 떨어진 경우를 파울이라고 하며 이는 스트라이크로 판정된다. 다만 투 스트라이크 후 파울볼은 스트라이크로 처리하지 않고 타자의 공격권을 보장한다. 이후 파울볼이 끝없이 나와도 타자는 삼진아웃되지 않고 타석에 설 수 있다. 이처럼 파울볼은 투 스트라이크 다음에도 타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야구만의 독특한 룰이다.

 

‘야신’(야구의 신) 프로야구 김성근 감독이 이끌었던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의 일대기를 그린 다큐영화 ‘파울볼’. 2011년 창단된 고양원더스는 야구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고 프로구단 입단을 원하는 ‘부족하거나 실패한 선수’들의 재기를 도우려 창단된 팀이다. 영화는 김성근 감독이 지옥훈련을 통해 ‘오합지졸’들의 꿈을 하나씩 이루게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뒤 2014년 고양원더스가 전격 해체되자 그 곳에 몸담았던 이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상황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제목 ‘파울볼’은 진루에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진루타를 노리는 벼랑 끝 타자들의 도전을 상징한다. 파울볼은 꿈을 포기하지 않은 야구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려는 고양원더스구단의 창단 취지와 맥락이 같다. 영화를 보노라면 프로야구단 입단만큼이나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지 못한 채 파울볼을 쳐대는 청년 백수들의 고통과 애잔함이 오버랩된다. 대학을 졸업해도 진로(직장)를 못 찾고 쪽방과 고시원을 전전하거나 대학 5학년과 6학년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아들 딸들. 그런 면에서 타자들의 ‘진루’와 청년들의 ‘진로’는 동의어가 된다. 홈런을 사시·행시·외시 합격, 3루타를 대기업, 2루타를 중견기업, 단타를 중소기업 취직으로 빗대면 더욱 그렇다.

 

영화 ‘파울볼’은 또 프로야구단들의 폐쇄적 기득권도 비판한다. 영화는 독립야구단의 탄생 배경에 이들의 기량이 높아지면 2∼3년내 국내 퓨처스리그(2군리그)에 공식 편입시킨다는 한국프로야구위원회의 물밑 약속이 있었음을 짚는다. 그러나 고양원더스가 3년간 90승 25무 6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31명의 선수가 프로 무대에 입성했는데도 기존 프로구단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정치권을 뺨치는 ‘끼리끼리’ 기득권 세력의 전형적 ‘갑질’이다. 관객들은 공정한 경쟁이 생명인 스포츠의 세계에도 갑과 을이 있음을 알게 된다.

 

영화에서 청천벽력 같은 구단 해체로 멘붕에 빠진 선수들의 진로를 찾아주려 마지막까지 전화를 붙들고 통사정을 하던 김성근 감독은 술 잔을 앞에 두고 독백하듯 말한다. “애들과 펑고를 치고 싶다”고. 펑고는 방망이로 볼을 쳐 야수들이 잡게하는 수비훈련이다. 자신의 손바닥마저 까지는 김성근의 펑고는 혹독하기로 악명이 나있다. 영화속 김 감독의 펑고 발언은 외길 야구인생에 대한 진정성과 졸지에 꿈과 길을 다시 잃은 고양원더스 단원들에 대한 절절한 사랑의 함축어다.

 

‘일자리를 최고의 과제로 삼겠다’는 지역의 대학과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청년취업에 대한 절절함이 김 감독의 그 것에 버금간다고 믿는 이가 많지 않다. 주말을 맞아 대학총장과 단체장, 국회의원들에게 청년들의 재도전과 진로에 보다 깊은 성찰과 적극적 실천을 주문하는 영화 ‘파울볼’ 관람을 권한다. 그런 뒤 그들이 ‘취업 펑고’에 나서는 모습을 보고싶다. ·체육부장·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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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yak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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