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07:29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기억의 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만나게 된 한 장의 그림.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빨간 원을 붙잡고 손을 아래로 내밀어 노란색 구명조끼를 입은 아이들을 끌어올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고 최윤미양의 언니 윤아씨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그림이다. 그림 위에는 ‘투표’라는 제목의 글이 함께 올려졌다.

 

“나에게 오는 16년 4월13일의 투표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꺼내주는 일이다. 나에게 오는 16년 4월13일의 투표는 아이들을 억울함에서 꺼내줄지도 모르는 기회다. 나에게 오는 16년 4월13일의 투표는 아무리 아파도 아이들과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는 간절함이다. 너무나 아프고 또 아픈 간절함…그게 나의 투표다”

 

14일 아침, 20대 총선 투표 결과를 들여다보다가 이 글과 그림을 만났다. 최씨의 바람처럼 20대 총선은 ‘세월호로 희생된 아이들을 억울함에서 꺼내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을까.

 

의미있는 결과가 있다. 지난 2년 동안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가족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그래서 ‘세월호변호사’란 별칭을 얻은 박주민 변호사의 당선이다. 박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여러 제한과 한계 속에 묶어둔 세월호특별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일 터다.

 

전북도교육청 로비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세월호로 희생된 단원고 빈 하용군과 박 예슬양의 그림 전시다. 하용이의 꿈은 화가였고, 예슬이의 꿈은 디자이너였다. 교육청 로비, 좁은 복도의 벽에 걸린 아이들의 그림은 재기발랄하다. 꽃, 동물과 물고기, 사람, 기학학적인 도형을 다룬 일러스트나 그림으로 기록한 일상의 풍경이 흥미롭다. 고등학교 2학년, 꿈 많던 아이들은 무엇을 상상하고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 소박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가득 담긴 그림들이 세상에 말을 걸고 있다. 그 중 하용이의 독특한 그림이 관객들과 눈을 맞춘다. 보라색 얼굴을 한 소년. 소년의 머리위에서는 풀과 나무와 꽃이 자라나고 있다. 하용이의 상상력이 거기, 함께 자라고 있다.

 

돌아보니 세월호의 비극이 아이들의 서러운 죽음이 우리의 기억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었다. 내일(4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는다. 기억해야할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회는 불행하다. 다시 ‘기억의 힘’을 불러내야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정 kimej@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