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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들은 훌륭했다. 침체의 늪에서 존재감 없이 허우적대던 전북 정치권을 말끔하게 새물로 물갈이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때도 11명 중 7명을 물갈이 시켰지만 이번에도 3명만 남겨 놓고 모두 물갈이했다. 이번에는 그간 전북정치권을 장악해온 더민주당을 쓸어내고 국민의당으로 임무교대했다. 민심의 바다가 이렇게 성나 있는 줄 미처 몰랐을 것이다. 더민주당호를 난파선으로 만들어 뒤집어 엎었다. 교만하고 배은망덕했던 그간의 더민주당에 경종을 울렸다.

 

그간 도민들은 30년간 너무도 지쳐서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더민주당만 믿고 일방적으로 표찍어온 게 한편으로 부끄럽고 잘못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제나 저제나 나아질까 싶어서 오직 일편단심으로 더민주당을 찍어왔는데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는데 우리만 둔감했던 것 같다. 세상 허투루 살았다. 더민주당이 교만에 떤 새누리당을 제치고 제일당으로 올랐지만 그 결과에 마냥 기뻐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더민주당의 30년 안방을 호남에서 고스란히 국민의당에게 넘겨줬기 때문이다.

 

더민주당 문재인 전대표가 광주에 와 ‘호남이 나를 지지하지 않으면 정계를 은퇴하고 대통령 후보도 나오지 않겠다’고 한 발언은 책임져야 한다. 광주 전·남북 총 28석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물러나야 옳다. 수도권 등 여타 지역서 성공했지만 호남에서 참패했기 때문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문 전대표는 대선 후보를 지낸 명실상부한 더민주당 최대 주주이어서 그가 한 발언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없었던 일로 그냥 넘길 수 없다. 그가 이끈 더민주당이 호남에서 이번에 몰락한 것도 연거푸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지금 상황을 새누리당이 만들어낸 국정파탄으로 보고 야권이 정권교체를 이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20대 총선 결과에 그 뜻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이번에도 문 전대표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본인의 발언을 책임지지 않고 어물쩍하게 넘기면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

 

낙선자 중에는 억울해서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당락의 결과가 남의 탓이 아닌 다 자기 탓이다. 본인들이 당선됐던 4년전 그날 밤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유권자가 무서운줄 모르고 잔뜩 목에다 힘이나 주고 기고만장하지 않았던가. 겸손은 오간데 없고 교만과 이기심이 만들어낸 업보들이다. 세상에 영원한 게 없다. 기쁨과 슬픔도 똑같다. 생과 죽음이 하나로 붙어 있듯 당선의 기쁨과 낙선의 슬픔도 하나로 연결돼 있다. 낙선도 후보가 만들어 놓은 교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험란한 세파를 이기고 나가려면 겸손 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조금만 잘난체하고 우쭐했다가는 도처에 적들이 가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주역 15번째 괘가 육효가 길하다는 겸괘가 아니던가.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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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일 baiks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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