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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군산 신흥동 절골길

씨줄날줄 역사 품은 공간… 지금은 '거리박물관'으로

▲ 1950년대 군산시 신흥동과 현재 신흥동 절골길 풍경. 군산시 신흥동 절골길 주변 골목은 근대문화유산의 거리로 단장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절골’은 우리나라의 옛 지명으로 절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절’과 마을을 의미하는 ‘골’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합성어다. 신흥동의 ‘절골’이라는 지명은 과거 토속신앙의 작은 암자들이 월명산 일대에 많아 ‘절골’이라고 부른데에서 유래했다.

 

△시간의 흔적과 공간의 경험

 

오래된 지역을 허물어 내는 정부의 개발정책과 이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 처절하게 붕괴되는 삶의 터전, 이러한 사태가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사회에서 ‘신흥동 절골길’은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제강점기 장미동·월명동·신흥동에는 부유한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는데 이들은 주로 평지에 살았으며, 정작 조선인들은 산동네로 쫓겨올라가 산비탈에 무허가로 판잣집이나 천막집·초가집을 짓고 살았다. 이들은 주로 바다(내항)의 부두노동자였기 때문에 바다에서 멀리 벗어날 수 없었고, 이로 인해 주변 지역에 달동네가 형성됐다.

 

이렇듯 신흥동 절골길은 군산의 역사와 오랫동안 군산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향기가 느껴지는 공간으로, 많은 예술가들의 작업적 이야기로 확장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창작문화공간 여인숙은 지역교류프로그램으로 ‘도시주의展’을 진행했다. ‘도시주의’프로그램은 군산의 독특한 도시구조를 예술적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었다. 예술가들은 작업과정에서 도시 공동체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의 과거와 오늘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연계돼 있는 다양한 힘의 구조도 들춰봤다.

 

‘도시주의’프로젝트에는 김상덕 김영경 이정화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오래된 주거공간에 축적된 시간의 궤적과 일상의 삶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했다. 작가들은 ‘텃밭’ ‘안녕, 신흥동’ ‘The Meeting’을 주제로 시간의 흔적과 공간의 경험을 추적해 또 다른 세계를 열어보인 것이다.

 

△무궁무진한 콘텐츠의 공간

▲ 지난 2014년 절골길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 ‘도시주의’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 위부터 김상덕-텃밭, 김영경-안녕, 신흥동-무너진 집의 구조물, 이정화-The Meeting.

지역읽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신흥동 골목골목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김상덕 작가는 “군산은 까도까도 새로운 것이 나오는 양파 같은 곳이다. 군산은 정착해서 살고 싶은 곳이다. 군산은 흥미롭다. ‘보물찾기’를 주제로 작업하면서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가 봤던 곳만 줄기차기 다녔다. 개구리가 작은 우물 안에서 세상을 다 보았다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신흥동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조금만 깊숙하게 들어가면 평상시에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게된다. 단정하게 빗질되어 있는 길을 걷다보면 내가 어느 시대에 와있는지 아리송하기도 하고, 너무도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여기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영경 작가는 “군산은 참으로 특별하다. 10년 이상 전국을 떠도는 작업을 계획했는데 군산도 작업해야할 도시 중 하나였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전 미리 알아보기 위해 며칠 머무르기도 했다. 장기간 머물면서 작업을 진행하면 밀도 있는 작업이 나온다. 체류하는 도시에 대해 진정으로 느끼고 관찰할 수 있고 호흡할 수 있다. 군산은 저에게 ‘감사하면서 사는 삶’에 대해 알게 해준 도시다. 더불어 소통의 불가능성을 가능성으로 바꿔준 도시이기도 하다. 군산항이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월명산이 있고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맛집, 그리고 작업해야할 대상이 끊임없이 포착되고 있는데 어찌 군산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라며 군산에서의 작업에 감사해했다.

 

이정화 작가는 “군산은 저 만을 위해 하늘에서 딱 세팅된 레고 마을 같다. 무궁무진한 자언을 가진 마을과 안정적인 작업 환경이 맞춤 형태로 준비돼 있어서 누군가가 던져 주신 것 같다. 레고를 보면 없을 것 같은데 이것저것 다 있다. 요리조리 끼워 맞추면 척척 필요한게 생기고….” 이 작가는 군산이 동화속 마을 같다고 했다.

 

△일상을 기록하는 거리문화박물관

 

현재 주말이면 신흥동 절골길 주변 골목골목에는 수백 명의 관광객과 시민들이 다녀간다. 신흥동 일본식가옥을 중심으로 초원사진관까지, 좁고 좁은 골목길부터 넓고 넓은 골목길까지 사람들은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신흥동 절골길 주변 골목에는 당대의 문화가 이야기로 녹아있기 마련이고, 거기에는 남다른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버려지고 사멸하는 물건들 혹은 사라지는 이야기들, 이러한 소소한 것들로 가득한 우리만의 거리 박물관으로 변신에 변신을 반복한다.

 

신흥동 절골길 주변 골목은 그런 점에서 특별하다. 군산시민의 일상생활 주변에 숨어있는 동시대의 문화자원을 발굴해서 가치를 부여하고, 공유하도록 하는 모습까지 함께하고 있다. 예술작품만이 아니라 우리네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담긴 추억이 골목골목에 소장되고, 보존된다는 뜻이다.

 

지나간 것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의 기억은 신흥동 절골길 주변 골목처럼 공간에 남겨지기도 하고, 골목 한 귀퉁이에 붙어 있던 당대의 영화 포스터 속에 남겨지기도 한다. 때로는 그때를 함께했던 그 연인이 지금껏 이어져 함께 살아가는 누군가의 주름진 얼굴 속에 남겨진다. 그 남겨진 아름다움을 잃어버리지 않고 기억하는 일.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 서진옥 문화공간 여인숙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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