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05:49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배드민턴 전설 박주봉

김원용 논설위원

 

전북은 배드민턴의 메카다. 전북 출신의 배드민턴 올림픽 메달리스트만 해도 손가락으로 다 꼽지 못할 정도로 즐비하다. 한국이 그동안 올림픽에서 획득한 금메달 6개 중 4개가 전북 출신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배드민턴이 첫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바르셀로나에서 전북 출신 3명의 선수가 남녀 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을 시작으로, 리우올림픽까지 전북 출신의 독무대였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혼합복식 금메달을 놓고 전북 출신의 박주봉과 김동문이 대결하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 배드민턴 대표팀을 이끈 이득춘 감독, 여자복식 동메달리스트 신승찬, 이용대와 콤비를 이룬 유연성이 전북 출신이다.

한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 여자 복식을 우승으로 이끈 일본 배드민턴 감독 박주봉이 화제가 됐다. 일본 여복 배드민턴은 준결승에서 한국을 이기고 결승에 진출, 일본 올림픽 사상 첫 배드민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일본 여복 배드민턴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4강에 올랐으며,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부터 13년째 일본 대표팀을 맡은 박 감독이 변방에 있었던 일본의 배드민턴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것이다.

일본팀 우승 후 박주봉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보고 의아스럽게 여긴 사람들이 많다.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일본 국기를 가슴에 다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이 맡은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것 역시 칭찬받을 일이다. 국가가 일본이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의아한 것은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이었던 박주봉이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일본에서 지도자로 빛을 발하느냐다.

박주봉은 고향 전북에서 명성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올림픽금메달리스트 이름을 붙인 체육관만 해도 전북에 여럿 있으나 박주봉체육관은 없다. 박주봉은 전북 배드민턴계에서 ‘왕따’였다. 전주농고를 졸업한 뒤 대학 진학(한국체대) 과정에서 동료 선수와 지역체육계를 등진 원죄가 있어 전북배드민턴계와 거리가 생겼으며, 그 틈이 치유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감독이 한국 배드민턴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더 큰 포부를 갖고 있다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일본 감독을 선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배타적 풍토에서 적응하지 못해 해외를 전전하는 상황이라면 한국 체육의 미래를 위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국내 배드민턴계의 주류인 전북의 탓이라면 더욱 안 될 말이다.

고향에서 아끼고 품어야 한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원용 kimwy@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