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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국회 인재근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새(2011~2015년) 벌 쏘임 환자 발생 건수가 5만6천288건, 뱀 물림 건수가 2만775건에 달했다. 이에 따라 4년간(2011~2014년) 뱀물림 9명, 벌쏘임 133명이 목숨을 잃었다. 벌초와 성묘를 하는 8~10월 사이 전체의 63%인 3만6497명이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전북에서만 5년간 벌 쏘임 사고가 5061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벌초하다 벌에 쏘이거나 예취기에 다치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단다. 추석 풍속도가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주말 전국의 도로마다 ‘벌초정체’가 빚어진 걸 보면 조상의 묘소를 잘 관리하려는 마음은 아직 여전한 것 같다.

 

벌초는 처서 이후에 하는 게 일반적이다. 처서가 되면 풀이 성장을 멈추기 때문에 이때 벌초를 하면 비교적 오랫동안 산소를 깨끗이 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음력 팔월 초하루를 벌초일로 정해 벌초를 하는 풍습이 전해오고 있다. 이날 일가가 모여 벌초하는 일을 두고 ‘소분(掃墳)한다’ ‘모듬벌초한다’고 부른단다. 벌초는 우리만의 풍습은 아니다. 중화권에서는 4월5일 청명절(Tomb Sweeping Day)을 기해 우리와 같이 묘소를 관리하고 성묘하는 풍습이 있다.

 

벌초의 형태는 사회의 변화와 함께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보통 3대 이상이 함께 사는 대가족인 경우가 많아 벌초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친척들도 전국으로 흩어져 살면서 벌초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지역에 남아있던 문중의 사람들이 벌초를 책임지고, 일가친척들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벌초비를 주는 형태가 많았다. 농촌의 고령화에 따라 이마저 여의치 않게 되면서 벌초 대행업자에게 맡기는 게 대세가 됐다.

 

매년 ‘벌초정체’가 반복되고 있으나 장례문화가 바뀌면서 벌초도 옛풍속이 될지 모르겠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기준 ‘전국 17개 시·도별 화장률 추이’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 화장률은 72.1%로 집계됐다. 2001년 화장률 20.8%에 비해 격세지감이 있다. 봉분 대신 이렇게 납골당이나 수목장으로 모시는 장례문화의 변화에 따라 벌초를 추억으로 떠올리는 날이 멀지 않을 것 같다. ‘처삼촌 무덤에 벌초하듯’한다거나 ‘핑계 없는 무덤 없다’ ‘굽은 솔이 선산 지킨다’ ‘산소등에 꽃이 피었다’는 속담도 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 될 성 싶다. 김원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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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용 kimwy@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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