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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회사의 선물

스위스의 작은 도시 바젤은 프랑스·독일과 맞닿아 있는 국경도시다. 인구 26만 명. 크지 않은 도시지만 이곳에는 의미 있고 아름다운 뮤지엄이 26개나 있다. 인구 1만 명당 뮤지엄이 하나 꼴인 셈이니 스위스 문화를 상징하는 도시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들 26개 뮤지엄 중에는 유럽 어느 도시도 갖지 못한 뮤지엄이 있다. 하나의 캠퍼스로 평가받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다. 디자인 전공자들이 꼭 가보아야 할 곳으로 꼽는다는 이곳은 이제 대중들에게도 인기 있는 공간이 되어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 투어’ 프로그램이 생겨날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디자인의 오늘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 전시는 물론이고, 뮤지엄의 넓은 공간에 세계적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물이 모여 있어 이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장소가 되었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의 설립 배경은 단순했다. 1940년대 바젤에서 출발한 가구회사 비트라(Vitra)는 회사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비트라 컬렉션을 정리하기 위한 공간을 구상했다. ‘임스 체어’로 널리 알려진 가구디자이너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 미국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조지 넬슨, 핀란드 출신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 알바 알토,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가이자 실용주의 디자이너 장 푸르베 같은 전설적인 디자이너부터 로낭과 에르완 부훌렉 형제, 론 아라드 같은 주목 받는 현대의 산업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제작한 가구를 보급해왔던 비트라 컬렉션은 사실상 그 자체로 디자인의 역사였다. 1980년대, 비트라는 바젤 근처에 위치한 독일의 마지막 도시 베일 암 라인에 전시장을 건립하고 1천 6백여 점의 가구들을 전시했다. 그러나 뮤지엄의 구성은 단순히 가구 전시에만 그치지 않았다. 가구공장에 불이 난 것을 계기로 이 일대에 다양한 건축물을 들여 하나의 거대한 캠퍼스를 조성한 것이다. 그 결실은 놀라웠다.

 

프랭크 게리의 ‘비트라박물관’을 비롯, 영국 테이트모던 설계자이기도 한 헤르조그와 드 뫼론의 ‘비트라 하우스’, 안도다다오의 ‘컨퍼런스 파빌리온’, 버크민스터 풀러의 ‘비트라 돔’, 장 푸르베의 ‘패트롤 스테이션’, 동대문 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해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자하 하디드의 ‘비트라 소방서’, 알바로 시자나 니콜라스 그림쇼의 ‘비트라 팩토리’ 등 현대건축 거장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한 가구회사의 혁신적 발상이 가져온 결실, 우리에게는 큰 선물이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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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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