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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장(麗江)과 지진

실크로드와 함께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교역로로 꼽히는 중국의 차마고도(茶馬古道)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 길이가 500km에 이르고 평균 해발고도가 4000m 이상인 높고 험준한 길이지만 눈 덮인 높은 설산과 삼강병류 협곡(Three Parallel Rivers of Yunnan Protected Areas)과 같은 신비로운 원형으로 2003년 유네스코의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중국 서남부 윈난성과 쓰촨성에서 티베트를 넘어 네팔과 인도까지 이어지는 육상 무역로인 이 길의 이름은 윈난·쓰촨성의 차와 티베트에서 생산되던 말을 교역했다해서 붙여진 것이다.

 

차마고도가 시작되는 지점에 윈난성의 고원도시 리장(麗江)이 있다. 이곳에는 13세기 남송시대에 조성된 고성이 있는데, 나시족의 거주지였던 이곳 리장고성은 지형적 특성으로 예부터 무역상들의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곳이다.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지름만도 10km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의 ‘리장고성’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배경이다.

 

1996년, 윈난성에 규모 7.0의 지진이 있었다. 200여 차례의 여진까지 이어지면서 리장 역시 도시의 3분의 1이 파괴되는 큰 피해를 입었지만 800년 역사를 지닌 리장고성은 그대로 살아남았다. 강력한 지진에도 전통 목조건물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리장고성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1999년 4월 유네스코는 리장고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리장에는 리장고성과 함께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장이머우 감독이 2000년부터 추진해온 대형프로젝트 ‘인상(印象)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대형가무극 ‘인상여강’이다. 차마고도의 신비가 서려있는 설산고원의 도시 리장의 상징인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상여강’은 리장 오지에 살고 있던 소수민족 농민들이 배우다. 나시족을 비롯한 소수민족 농민 500여명은 고향을 떠나 옥룡설산에 와 2년여 동안 혹독한 훈련을 거치고서야 배우가 됐는데, 그들이 펼쳐내는 춤과 노래는 그 자체로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리장은 지금 연간 30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 관광도시가 됐다. 7~8년 전만 해도 500만 명 관광객을 자랑했던 리장의 놀라운 성장인데, 한편으로는 이러한 성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밤이면 유흥가로 변한다’는 리장고성의 밤 풍경을 전해 들으면 이 오래된 도시의 미래가 더욱 걱정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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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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