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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애창곡

지난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요즘 자신이 즐겨 듣는다는 노래 2곡을 소개했다. 박 대통령의 애창곡은 거북이의 ‘빙고’와 솔리드의 ‘천생연분’ 등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공개석상에서 처음 소개한 애청곡은 윤상의 ‘달리기’와 영화 ‘국가대표’의 주제곡이었던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였다. 평소 자신의 취향이나 기호를 잘 드러내지 않았기에 다소 의외였지만 노랫말을 듣고 보니 요즘 박 대통령의 심경을 엿볼 수 있었다.

 

‘달리기’는 “지겨운가요 힘든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설 순 없으니/ 이유도 없이 가끔은 눈물나게 억울하겠죠…”이란 가사다. ‘버터플라이’는 어리석은 세상은 너를 몰라 누에 속에 감춰진 너를 못 봐 나는 알아 내겐 보여 그토록 찬란한 너의 날개/ 겁내지 마 할 수 있어 뜨겁게 꿈틀거리는 날개를 펴 날아올라 세상 위로…”이란 내용이다.

 

아마도 박 대통령이 이 노래 가사를 직접 각료들에게 소개한 것은 경제살리기와 노동개혁 등 국정 핵심과제를 잘 마무리하라는 격려와 당부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병우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 파문,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과 관련된 최순실씨 의혹, 김재수 농식품부장관 해임건의안 의결 등 잇따른 파장에 따른 심경의 일단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온다.

 

역대 대통령들도 애창곡이나 즐겨 듣는 노래가 있었지만 개인적인 취향이었기에 노래에 실린 정치적 의미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직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가요를 즐겨하지 않았지만 굳이 애창곡을 꼽자면 ‘사랑이여’와 ‘만남’ 정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선 전에는 ‘아침이슬’, ‘타는 목마름으로’ 등 운동권 노래를 주로 불렀지만 공식 애창곡은 ‘이정표’와 ‘작은 연인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선 ‘선구자’ ‘그리운 금강산’ 등 가곡을, 사석에선 ‘목포의 눈물’을 즐겨 불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즐겨 부른 애창곡은 없었지만 금지곡의 대명사인 ‘아침이슬’을 좋아해 청와대 공식 행사때마다 가수 양희은씨를 초청해 부르게 했다.

 

군 출신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베사메무초’, 전두환 전 대통령은 ‘방랑시인 김삿갓’ ‘38선의 봄’ ‘향기 품은 군사우편’이 애창곡이었다. 대중가요와 악연이 많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황성옛터’ ‘잘살아보세’ ‘새마을 노래’ ‘짝사랑’ 그리고 왜색이란 이유로 금지시킨 ‘동백아가씨’를 즐겨 불렀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은 ‘희망가’, 윤보선 전 대통령은 박재홍의 ‘유정천리’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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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kwon@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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