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03:59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블랙리스트'와 문화정치

프랑스는 해마다 세계 최대의 관광객이 몰리는 나라다. 그 힘은 문화와 예술로부터 나온다. 국민들의 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프랑스의 문화정치를 분석한 책이 있다. 파리 8대학 교수인 장 미셸 지앙이 저술한 <문화는 정치다> 다. 이 책은 나폴레옹이 이룩한 제1제정 시대(1804년~1814년)부터 프랑스 제 5공화국을 이끌었던 미테랑 정권까지 프랑스 정치의 중요한 기틀이 된 문화 정책들을 소개하고 그 과정과 문제점을 분석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들춰낸다.

 

거슬러 올라가면 프랑스는 프랑수아 1세부터 문화정치를 실험하고 실현해왔다. 프랑수아 1세는 진정한 문화 권력의 기초를 확립했고, 막강한 권력을 쥐고 흔들어 절대왕정의 상징이 된 루이 14세조차 궁정을 예술가들의 거주지로 만들고 국가 문화기구를 만들었다. 군인이자 정치가였던 드골 대통령은 1959년 문화부처를 만들어 초대 장관에 작가 앙드레 말로를 불러들였으며, 문화적인 정치가로 꼽히는 미테랑 대통령은 문화개발국을 창설하고 조형미술 창작진흥기금과 방송산업 지원 기금을 신설해 자유롭고 창의적인 창작을 북돋았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프랑스가 칸영화제나 아비뇽축제 등 세계적 문화축제의 발원지가 될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이러한 문화정치 역사의 탄탄한 기반에 있을 터다.

 

‘문화융성’으로 문화정치를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의 전모가 정점에 이르고 있다.

 

사실 예술인 탄압과 검열의 ‘흑역사’는 역대 정권에서도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 주도로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집요하고 철저하게 실행에 옮겨졌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더구나 문화예술인들의 성향을 분류해 정부 지원을 받지 말아야 사람들을 구분한 목록까지 만들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전달하고 실행했다는 상황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다이빙벨> 상영으로 점화되었던 부산영화제 사태나 <세월오월> 의 작가 홍성담을 둘러싼 광주비엔날레 사태 역시 이 ‘블랙리스트’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현실에서 박근혜 정부가 내세웠던 ‘문화강국’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궁금해진다. 문화예술을 권력을 위한 도구로 치부했던 이 정권의 천박함에 이 책의 한 구절을 전하고 싶다.

 

‘문화정치는 바로 예술이 행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들의 역할을 부추기고자 존재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정 kimej@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