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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다르지만

▲ 최성철

고향은 그리움이다. 누구든 태어난 고향이 있고 그 고향을 잊지 못하여 일생동안 향수에 젖은 채 고향을 찾아가곤 한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잊을 수 없는 마음의 보금자리다. 들길을 헤치고 가다보면 건너다보이는 고향집. 푸른 대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던 옛 고향집은 언제 가도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놈이 갑자기 제 고향이 어디냐고 묻기에 무심코 ‘00산부인과’라고 말했다가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아들 녀석은 나의 농담을 곧이 곧 대로 듣고 학교에 가서 산부인과가 고향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녀석이 학교에서 알아오라고 했다면 자세히 알려주었을 텐데 지나간 이야기로만 듣고 대답해 준 것이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미안한 마음에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고향이라고 설명을 해주다보니 또 하나 문제가 발생했다. 나의 직장 특성상 이사가 잦아 나, 아내, 아들, 딸 넷 다 고향이 다른 꼴이 된 셈이었다. 궁여지책으로 아버지 고향은 제 1고향, 아들 딸 고향은 제2의 고향이라고 둘러댔다. 흔히들 타향도 정들면 제2의 고향이라고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일부 사람들 중에는 고향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편향된 애향심으로 잘못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개인의 이익과 출세를 위해 이용하려는 경향이 존재하는 것이다. 고향이 같다고, 출신 학교 동문이라고, 성씨가 같은 집안이라고 암암리에 챙기고, 뭉치고, 어울리고, 서로 봐주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토박이들은 고향이 다르다고 텃세까지 부려 뭇 사람들의 타향살이를 힘들게 한다. 결국 지역감정으로 발전되어 국토 개발의 불균형, 인재 등용의 차별이라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편향된 고향 사랑이 사회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주범인 것이다. 이 같이 고향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갖가지 부정적인 측면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바뀌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며 이렇게 노랫말을 지었다.

 

‘고향은 다르지만 한겨레이고, 얼굴은 다르지만 이웃이라네./조상이 물려 준 흰 옷의 정신, 받들어 오늘의 거울로 삼자./ 사는 집 다르지만 한마음이고, 차린 옷 다르지만 한뜻이라네./ 지키는 질서에 명랑한 하루, 펼치어 내일의 꿈을 이루자./ 일터는 다르지만 보람찬 하루, 하는 일 다르지만 슬기로워라./ 다듬고 익히어 내 할 일 다 해, 우리의 새날을 가꾸어 가자.’/

 

한국방송협회에서 주최한‘밝고 바른 우리사회 건설’을 위한 온 국민이 함께 부를 노래 가사 현상 공모에 입선한 작품이다.

 

최창권 작곡, 이용 노래로 ‘고향은 다르지만’이라는 제목으로 노래가 만들어졌다. 한동안 마을과 학교, 회사, 건설현장 등에서 확성기로 틀어주었는데 노래의 생명은 그리 길지 못했다. 건전가요는 내용이 아무리 건전해도 생명이 짧다고 했다. 인터넷에서 이용의 노래 곡목 속에 나와 있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요즈음은 동요 속에 그리는 아름답고 정겨운 고향은 이젠 찾아보기 어렵다. 꽃피고 새소리 들리는 시골마을 고향은 사라지고 그 자리는 고속도로 로 변했고 아파트단지와 공장 건물로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고향마을은 이렇게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아직도 우리 마음의 고향은 그대로 남아 있어 힘들고 치쳤을 때 언제나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안식처는 마련해 준다. 도시생활 속에서 부대끼며 이 사람 저사람 눈치 보면서 마음에도 없는 말과 행동으로 살아가는 고달픈 현실에서 고향은 언제나 엄마 품속같이 아늑함을 주고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해마다 귀성객의 행렬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한마당 잔치를 보는 것 같다. 우선 마음부터 들뜨는 게 고향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설렘에 모처럼 복권 한 장 사 지갑에 넣고 다니는 일주일처럼 마음 넉넉했다. 고향은 다르지만, 고향의 본질을 찾아 다 함께 같이 사는 세상을 만드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 최성철 수필가는 〈대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군산구불문학 회원이며 대한문학 작가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초등 교장직을 정년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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