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07:09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전주 대사습

프랑스어 ‘콩쿠르’(concours)는 음악·미술·영화 등의 분야에서 실력을 겨루는 경연대회를 뜻한다. 세계적 명성의 클래식 콩쿠르가 많아 콩쿠르는 곧 클래식 콩쿠르로 통용된다. 클래식 연주자에게 콩쿠르는 실력을 공증받으며 미래를 보장받는 지름길로 통한다.

 

클래식 음악계를 관통하는 국제적인 콩쿠르들이 처음부터 스타플레이어의 등용문은 아니었다. 1900년대 초까지 만도 유럽의 전문음악원들이 각 나라의 음악가들을 기리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한 방식에 불과했다. 콩쿠르에 권위가 부여된 것은 1950년대 냉전시대 이후 서방세계와 러시아 연주자들간 콩쿠르를 통해 경쟁을 하게 된 배경이 크게 작용했다. 콩쿠르가 냉전시대의 산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셈이다.

 

클래식 콩쿠르의 영향을 받아 국악도 ‘콩쿠르’라는 이름을 단 경연대회가 여럿 생겼다. 국악에 콩쿠르를 붙이는 게 아무래도 이질적인 탓인지 국악경연은 ‘대회’나 ‘축제’라는 이름이 더 널리 쓰인다. 국악 경연대회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전주대사습놀이는 그도 아닌 ‘놀이’다. 거기에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전주대사습의 역사에 관해 정설은 없지만, 조선 중후기 여러 가지 놀이와 더불어 판소리경연이 이루어진 것으로 정리돼 있다. 당시 경연방법은 지금과 같이 심사위원에 의한 심사가 아니며, 자연스럽게 대중들에 의해 명창으로 불리게 되는 특이한 것이었다고 한다.

 

오늘의 전주대사습놀이는 한말 이후 중단됐다가 1974년 전주의 유지들을 중심으로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경연대회로 부활시키면서다. 전주대사습은 그 자체로 국악의 상징이 됐다. 그간 배출된 명창들만 봐도 전주대사습의 권위에 국악계가 고개를 숙일 만하다. 그런 과정에 어찌 험로가 없었을까. 한 때 대통령상이 폐지된 뒤 전두환 대통령에게 읍소하는 탄원서를 내 대통령상을 살리기도 했다.

 

그런 전주대사습놀이가 지난해 심사위원 뇌물스캔들로 좌초위기에 처했다. 그 책임을 져야 할 전주대사습보존회가 이사장 자리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단다. 전주대사습의 권위 자체를 무너뜨릴 만한 중한 죄를 저지른 만큼 보존회는 석고대죄가 우선이다. 국악계가 촛불을 들기 전에 폐쇄성을 깨고 철저한 자기반성에서부터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전주대사습은 보존회 몇몇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킨 전주대사습인데 몇몇 임원들의 감투싸움에 그 명성이 허물어져서야 될 것인가. 김원용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원용 kimwy@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