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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품

지난해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명승부를 펼친 후 앞으로 사라질 수 있는 직업들이 화제가 되었다. 이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알파고가 이세돌을 누르고 승리하자 사람들은 마치 기계 앞에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이는 모습을 보였다. 기계가 사람이 하던 일을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해 낸다면 사람이 할 일은 그 만큼 줄어들게 된다. 물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상황을 우리는 낙관하며 살아가지만, 똑똑한 기계가 속속 개발되면서 급속하게 사라지는 일자리를 대체할 새 일자리가 언제, 얼마만큼 만들어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 불명확한 예측이 인간을 불안하게 만든다. 기계가 세상 일을 다 해 버리면 사람은 뭘 해서 먹고 살 것인가.

 

고속도로 나들목에 설치된 하이패스는 점점 사람의 그림자를 지워가고 있다. 가게의 계산대도 필요없어질 날이 올 수 있다. 알파고처럼 정교한 계산 능력을 갖춘 기계는 세무사와 회계사 및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 이미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시장을 날려 버렸다.

 

3D프린팅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자동차 등 대부분 제조업 현장에서 사람의 일거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이런 예상이 가능한 직업은 수두룩 하다. 이제 사람들은 당장의 일자리 찾기보다 5년 이후에도, 10년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무엇인지 찾아 공략해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사람의 일자리를 잠식하기도 하지만 한편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무선통신이 보편화되면서 유선 부문이 타격을 봤지만 무선 분야는 끝없이 성장한다. 무선은 IOT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다. 집안의 시설과 가전제품들이 사람처럼 소통하고 움직인다. 스마트폰으로 금융결제는 기본이고 집안의 가스, 냉장고, 전기 등이 외부에서 통제된다. 소위 ‘황의 법칙’처럼 쑥쑥 커지는 첨단 과학기술의 세상은 인간의 삶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이 시위를 떠난 화살같은 ‘패스트 시대’에 전주시가 ‘핸드메이드 시티’ 카드를 들고 나왔다. 슬로시티의 가치를 이어 가겠다는 것이다. 현대 문명에서 대부분 인간은 빠르고, 저렴하고, 편리함을 추구한다. 그래서 훈훈함보다는 살풍경이 많아졌다. 그런 세상 흐름에 대한 거부반응일 수도 있겠다. 인간에게는 자연 그대로의 느낌, 감각이 좀 더 가까이에 있다. 수제품이 깃든 세상은 비단 전주만의 꿈이 아닐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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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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