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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말투

양아치나 시정잡배들이 쓰는 말은 일반 사람들의 말과 다르다. 사용하는 용어나 억양은 물론 감정의 농도에도 차이가 있다. 과잉감정이다. 그들의 말투에서는 항상 폭발 직전의 긴장감이 묻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들을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그들이 노리는 것도 그 것일 거다.

 

정치인들의 말투도 일반인과는 다르다. 말 한마디마다 분명한 노림이 있기 때문이다. 내 편을 부추기고 상대편을 억누르는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명분을 내세우고 ‘점잖음’으로 포장한다. 일반 국민을 의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가 노골적으로 충돌하는 마당에는 국민이 설 자리가 없다. 정치인들이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풀어 버린다. ‘핵 사이다’ 발언을 기대하는 열성 팬들도 한 몫을 거든다. 결국은 시정잡배의 말투와 다를 바 없게 된다.

 

대권 도전에 나선 홍준표 경남지사의 막말로 정치마당이 시끄럽다. “민주당에서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하는가 하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의 막말 퍼레이드야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종편 방송사 경비원에게 “니들 면상 보러온 거 아니다. 네까짓게”(2012), 청년위원장에게 돈을 받은 일이 있느냐고 질문하는 여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게”(2011), 무상급식 문제로 단식하는 도의원에게 “한 2년간 단식해봐.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냐.(…)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갑니다"(2016),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2015) 등 일일이 열거할 수가 없다.

 

원래부터 거칠었던 그의 입이 걱정인 것은 대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득표를 위한 선거전략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려 들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가 본보기이다.

 

그러나 국가에는 국격이 있고, 사람에는 인격이 있고, 하물며 물건에도 품격이 있다. 격을 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편을 가르고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을 험지에 몰아넣는 일뿐이다. 트럼프가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자유한국당의 대통령 후보가 9명이나 된다는 사실, 그리고 그중에서도 홍준표 지사가 가장 유력하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나의 코미디는 아닐까?

 

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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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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