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벚꽃축제가 갖는 무게가 떨어졌지만, 봄 축제가 많지 않던 시절에 벚꽃축제는 늘 시비의 대상이었다.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벚꽃을 우리가 축제로 즐기는 것부터 잘못이라는 비판이 늘 따라다녔다.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라는 학설이 나오면서 그 비판이 어느 정도 완화되기는 했다. 그럼에도 매번 축제 자체가 먹고놀자판의 상업주의로 흘러 ‘바가지 상혼’이라는 말이 지워지질 않았다.
그런 탓인지 벚꽃축제의 생명력은 짧은 절정기의 벚꽃만큼이나 길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진해 군항제가 벚꽃 개화기에 열리는 대표적 벚꽃축제로 전통을 자랑하는 정도다. 전북의 경우 정읍시에서 가장 의욕적으로 벚꽃축제를 진행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단순히 벚꽃만으로 고유의 축제성이나 지역성을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 벚꽃축제들에 인파가 몰리면서도 달리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전북 벚꽃의 대표적인 명소는 전주~군산간 도로인 ‘번영로’였다. 4차선도로의 양옆 백리길에 이르는 벚꽃터널이 장관이었다. 번영로 벚꽃은 스토리도 있었다. 재일관동지구 전북인회가 1975년 전군도로 가로수 조성사업비로 당시 700만원을 기탁해서 6700그루를 심었다.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통로로 아픔을 간직했던 번영로의 벚꽃은 10여년 전까지도 도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축제기간 만경교(목천포 다리)에 펼쳐졌던 야시장은 많은 비판을 받으면서도 매년 상춘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계속 이어졌다.
번영로의 벚나무는 40여년의 고령으로 인해 하나 둘씩 고사하고, 제때 보식이 안 되면서 번영로는 벚꽃명소로서 자리를 내놓았다. 벚꽃철 불야성을 이뤘던 야시장을 지켜봤던 만경교는 2년 전 철거됐다. 익산국토청은 익산·김제시와 손잡고 철거된 만경교 인근에 만경문화관 건립을 추진한단다. 벚꽃의 화려했던 시절을 포함, 일제강점기의 아픔까지 지역의 애환을 담는 역사적 공간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마지막 불꽃을 태울 올 ‘벚꽃엔딩’은 아직 남아 있다.
김원용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