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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는 길

길은 소통이고, 확장이고, 시쳇말로 발전의 시작이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작품 ‘가지 않는 길’이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건, 일상 속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크고 작은 길에서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도전, 단 한 번 뿐일 수 있는 건곤일척의 선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노란 숲 속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한참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지나간 사람의 흔적이 적어/ 아마 더 걸어야 할 길이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 길을 걸어가면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중략) 먼 훗날/ 나는 어디에선가/한숨을 쉬며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그 중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시인 프로스트는 수많은 사람들이 앞서 간 길, 잘 다져진 길을 가기보다는 숲 속의 한적한 길, 수풀이 우거져 순조롭게 나아가기 힘든 길을 은근히 권하고 있다. 전자는 가기는 편하겠지만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지대다. 후자는 당장 수풀을 헤치며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경쟁이 적은 블루오션이다.

 

인생은 최초에, 혹은 나중에라도, 어떤 길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인간성은 물론 삶의 질 등 많은 부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선택한 길 위에서 만난 직업과 친구, 이런 저런 주변 환경은 때론 우호적이지만 때론 극도의 스트레스다. 그래서 ‘먼 훗날’은커녕 당장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길은 당사자가 선택하는 것이 맞지만, 어쩔 수없이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제강점과 광복, 전쟁 등 고난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살아온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그렇다. 6.25전쟁부터 10여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상당수도 희생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요즘 취업난에 처한 청년들에게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이 권장되고 있다. 아스팔트 길에는 사람이 가득하니 수풀길이든, 자갈길이든 헤쳐 나아가라 한다. 성공하는 청년도 더러 있지만, 스타트업 벤처 창업의 성공률은 5%도 채 안된다. ‘실패는 성공의 지름길’을 되뇌며 다시 일어서 뛰라한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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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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