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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2007년 1월 9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제안하자 각 언론들이 앞다퉈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두 언론사의 대조적인 결과였다. 한 방송사는 당일 저녁 뉴스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51%라고 보도했다. 다음날 한 신문은 ‘적절치 않다’는 응답이 72.3%에 이른다고 밝혔다. 헷갈리는 것은 두 개의 여론조사를 담당한 여론조사기관이 똑같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에 같은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가 이처럼 대조적인 것은 무슨 이유일까?

 

5·9 장미대선이 시작되면서 언론에는 후보자 지지율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날마다 넘쳐난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지지자들은 하나하나의 결과에 일희일비한다. SNS 등에서는 관련 소식이 밀물과 썰물처럼 교차하고, 각 진영의 사기는 이에따라 널뛴다.

 

여론조사가 현실을 얼마나 제대로 반영하는지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여론조사도 그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는 표본선정(샘플링), 낮은 응답률, 편의적 보정 등 결과를 왜곡할 수 있는 기술적인 한계는 무수히 많다. 여기에 언론사의 관점과 이해, 여론조사기관과 정당·후보와의 관계 등 인위적인 잡음까지 끼어들면 더욱 심각해진다. ‘여론을 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와 경마식 보도는 줄지 않을 것이다. 경마중계처럼 재미있고 사람을 빨아들이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치열한 경쟁과 선두다툼이 계속되면 관람객들은 손에 땀을 쥐고 숨쉬는 것조차 잊은채 경기에 몰두할 것이다. 정당과 후보측에서도 여론조사를 이용하려는 욕구를 억누르지 못할 것이다. 선두라는 이름이 주는 밴드웨건 효과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바로 보아야 한다. 앞에 언급한 2007년의 조사에서도 애초 질문은 ‘임기를 1년 남겨놓은 시점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였다. 그러나 보도되고 알려진 것은 ‘현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라기 보다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여론조사는 아 다르고 어 다를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하나하나의 결과에 연연하기 보다는 큰 흐름을 살펴보는 정도로 그쳐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이다. 후보자들의 면면을 뜯어보고 누구에게 우리의 미래를 누구에게 맡겨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통령 뽑는 일은 인기에만 맡길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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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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