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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세상에 공짜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공짜란 행운이자, 불로소득이다. 그에 합당한 노력이 없거나 미흡해서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굴러 들어온 복덩어리다. 누가 이를 문전박대할 수 있겠는가?

 

옛말에도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고 했다. 양잿물은 가성소다이다. 부식성이 강한 독극물로 많이 먹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마다하지 않고 먹겠다는 것은 공짜에 대한 인간의 유혹이 얼마나 강한지를 말해준다.

 

그러나 유혹은 강할수록 독성이 있는 법이다. 한 가난한 농부가 있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점차 땅을 늘렸지만, 욕구를 채우기에는 항상 허기가 졌다. 결국 악마의 유혹에 빠져서 땅을 매매하기로 거래를 한다. 땅의 면적이 아니라 ‘하루동안’에 1000루불을 주기로 했다. ‘하루동안’이라는 것은 아침에 출발해서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걸어서 돌아오면 그 안쪽의 땅을 모두 차지하는 것이었다. 농부는 아침 일찍이 서둘러 떠났고, 눈 앞의 비옥한 경작지에 이끌려 출발지에서 자꾸만 멀리 갔다. 욕심을 억누르며 옆으로 방향을 바꿨지만, 이미 너무 멀리 왔다.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하기 위해 기를 쓰고 내달렸지만, 결국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고 만다. 농부의 이름은 바흠이었고, 그가 마지막으로 차지한 것은 2m도 안되는 작은 땅이었다. 톨스토이의 러시아 민화집 ‘인간에게 땅은 얼마나 필요한가’의 이야기다.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한 두 번쯤의 횡재 경험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것이 과연 횡재이고 공짜일까? 내가 길 가다가 우연히 주은 1만원짜리는 오늘 아침 누군가가 떨어뜨린 뒤 아쉬워하는 돈이고, 내가 우연히 받게 된 용돈은 나를 둘러싼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베푼 호의일 것이다. 결국은 상대가 있는 제로섬 게임으로 누군가 얻으면 누군가 잃게 되는 것이다.

 

흔히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한다. 시식코너의 음식도 더 많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고, 여성들이 화장품을 사면 받을 수 있는 맛사지도 화장품 가격에 포함돼 있다. 결국 공짜에는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요구하는 마음이 알게 모르게 배어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전북에서 64.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전국에서 최고의 지지율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전북 도민들의 지지가 가장 높다는 것은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문 대통령이 도민들의 기대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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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leesw@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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