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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과 타서전

동양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몇 가지 체재가 있다. 기전체(紀傳體)와 편년체(編年體), 기사본말체(紀事本末體), 강목체(綱目體) 등이 그것이다. 이중에서도 역사를 사건별로 나누고 관련 내용을 모아 서술하는 기사본말체는 가장 발전된 역사편찬 체재로 꼽힌다. 애초 기사본말체는 기왕의 역사편찬 체재였던 기전체와 편년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됐다. 사건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걸고 그와 관련된 기사를 모두 모아 서술하여 사건의 시말(始末)을 기술한다는 특징이 있는데, 그 덕분에 ‘가장 발전된 역사편찬 체재’이자 ‘역사에서 사건의 전말을 알고자 하는 새로운 역사의식의 소산’으로 꼽힌다. 덧붙이자면 ‘정치적인 사건을 기술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인 역사 편찬 체재’로도 평가받는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긍익의 <연려실기술> 이 기사본말체로 쓰인 대표적인 역사서다.

 

얼마 전 흥미로운 책이 출간됐다. ‘기사본말체’형식을 앞세운 책 <전두환 타서전> 이다. ‘역사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 사건의 시말에 집중할 뿐 어떠한 주관적 평이나 해석을 더하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기사본말체의 정신이 충실한 책이다.

 

<전두환 타서전> 은 얼핏 전두환 전 대통령을 위한 책쯤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역사왜곡 논란을 촉발한 전두환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역사 왜곡 혐의가 강한 자서전에 대한 일종의 반박인 셈인데,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행적을 다룬 106건의 신문기사가 그 전말과 진실을 알리는 반박 자료로 작동한다.

 

당초 이 책을 기획한 이는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다. 집필가이기도 한 김 대표는 그야말로 ‘자기 멋대로’ 회고해 서술한 <전두환 회고록> 을 보고 왜곡된 진실을 제대로 알릴 수있는 책을 펴내기로 했다. 김대표와 의기투합한 역사학자들이 정일영 황동하씨다. 책을 엮어낸 편자들은 “그 삼엄한 시대를 거치고도 고작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떨어져 나간 ‘살점들’을 잊었다. 그 망각의 틈을 이용해 누군가는 제멋대로 과거를 회고한다”며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왔고 어떤 일을 겪어 왔는지 돌아보고 또 기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돌아보면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제 입맛에 맞게 제 멋대로 과거를 기록한’ 거짓 자서전이 적지 않다. 문제는 그런 거짓 자서전이 역사와 진실을 왜곡하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타서전’의 의미가 더 특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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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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