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동서고금 사회적 골칫거리다. 허용하는 나라도 있고, 그저 방관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는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을 만들었지만 사문화 된 상태였다.
사회의 양심을 찌르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2000년 9월19일 군산 성매매업소 집결지인 ‘감독골목’의 한 업소에서 불이 나 성매매 여성 5명이 사망했고, 불과 1년4개월만인 2002년 1월29일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집결지에서 불이 나 성매매 여성 14명이 사망했다. 개복동 업소 2층에는 1평 정도의 쪽방이 7개나 있었고, 내부 통로는 60~80㎝에 불과했다. 창문과 출입문에는 쇠창살이 설치됐고 안팎에서 모두 잠글 수 있는 2중자물쇠가 설치돼 있었다. 성매매 여성들은 참변을 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한 여성이 선미촌에서 자살했다. 이미 인천, 대구, 광주, 부산을 거쳤다는 이 여성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아무리 일을 해도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 빚 때문에? 창문이 온통 검은색 시트지에 가려 한 줌 빛도 볼 수 없어서? 외출은커녕 아플 때 병원 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가 비참해서?
최근 전주시가 선미촌 업소 3곳을 매입,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부는 현장시청이다.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이 곳에서 지난 9월21일부터 29일까지 ‘선미촌 리본 프로젝트’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고형숙, 김정경 등 모두 6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회를 연 센터는 염원했다.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선미촌에 있는 여성들의 삶이 지금보다 나아지는 것입니다. 20㎝가 넘는 고단한 신발 위에서 버텨낸 시간 아래로 내려와 쉴 수 있는 것입니다. 묶여버린 삶, 묶여버린 공간의 낡은 매듭을 풀고 다시 태어나, 살아나는 것입니다”
성매매특별법 13년,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무엇인가.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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