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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워드의 냉장고

영어 숙어 중에 Seward’s Folly 라는게 있다. 직역하면 ’슈워드의 어리석음 ‘ 정도로 해석되는데 실제 의미는 ‘상당히 잘 한 일’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Seward ‘s Folly는 미 국무장관 슈워드의 이름을 딴 것으로 당대에는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나 훗날 거시적 안목으로 재평가된다는 의미를 지닌 관용어다.

 

슈워드는 크림전쟁으로 재정이 어려운 러시아 짜르에게서 오늘날의 알래스카를 사들였는데 이게 문제였다. 1867년 160만㎢ 규모의 알래스카 땅을 미화 720만 달러(현재가치 16억 7000만 달러)를 주고 매입했는데 일부 국민이나 의회에서는 반대여론이 거셌다.

 

오죽하면 알래스카는 슈워드의 냉장고란 비판까지 들었을까.

 

결국 슈워드는 사임해야 했고, 그 후유증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삶을 마감했지만 각종 자원은 물론, 유형 무형의 알래스카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다. 석유는 물론, 철, 금과 구리, 목재나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 미국의 역사를 바꾼 현명한 선택이었다.

 

훗날 미국 의회는 “의회에서 있었던 당신의 사과를 돌려드립니다. 알래스카는 얼음 창고가 아니라 보물 창고였습니다.”라고 발표한다.

 

국내에서도 포항제철이나 경부고속도로 등이 당시엔 큰 비판에 직면했으나 훗날 역사는 다르게 평가하는 사례로 꼽힌다.

 

김제 출신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이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성사시킨 백양로 프로젝트(지하캠퍼스 건립) 또한 요즘 신의한수 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역 사회에서도 이런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예를들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20년전 건립당시 1000억원 넘는 돈이 들어가는 등 지역 재정상황이나 민도 등을 고려할때 과하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오늘날 시각에서 보면 꽤 괜찮은 결정으로 평가받는다.

 

무주태권도원 역시 경주나 진천 등지에 비해 태권도 이미지가 빈약한 무주가 일약 전세계적인 태권도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던것만은 분명하다.

 

LH 본사를 경남 진주에 빼앗기고 대신 얻어온 국민연금공단과 기금운용본부는 앞으로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따라 ‘오히려 잘된 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전북대학교가 요즘 한창 ‘슈워드의 냉장고’논란에 휩싸여 있다. 전북대는 한옥 캠퍼스를 위해 600억 원 이상의 예산을 확보, 전통 한옥에 현대 건축 양식을 가미한 국제컨벤션센터, 법학전문대학원 등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그중 70억 원을 들여 강의실을 겸한 한옥 정문을 신축할 계획인데 일각에서 “장학금을 더 주고, 낡은 강의실을 개선하는게 급하지 수십억 원을 들여 한옥 정문을 짓는게 그렇게 시급한가”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에대해 이남호 전북대총장은 “슈워드의 냉장고라며 빈정댔지만 얼마안가 알래스카의 가치가 어떻게 판명됐느냐”며 한옥 정문은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내년 총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쟁점화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전북대 한옥 정문 프로젝트가 훗날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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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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