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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천자망(逆天者亡)

연말이면 각 기관단체 등에서 송구의 소회와 영신의 다짐을 함축하는 사자성어를 정해 내놓는다. 전북도는 2018년 사자성어로 ‘반구십리’를 선정했다. 직역하면 백 리를 가려는 사람은 구십 리를 가고서도 이제 절반쯤 왔다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무슨 일이든 잘 마무리 될 때까지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끝 마무리를 아름답게 해야 또 다른 일도 힘차게 시작할 수 있다. 힘차게 시작한 일도 끝 매듭이 잘 돼야 즐겁고 만족스럽다. 그 만족스러운 결과를 위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반구십리’에 담겨 있다.

 

반구십리는 6개월 앞으로 닥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대부분의 현역 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에게 실감나는 말이다. 임기 48개월 중 42개월을 숨가쁘게 달려온 그들이다. 남은 6개월 동안 마무리가 제대로 안돼 흠결이 생긴다면, 출마도 하기 전에 경선탈락하거나 용케 선거에 나서도 승리를 다짐할 수 없다. 입단속, 몸단속에도 신경 써야 한다. 하기야, 요즘 전북 정치 판세가 약30년 전쯤으로 돌아가 특정 정당 후보가 되면 ‘지팡이를 꽂아도 당선’이란 얘기가 나돌 정도이기는 하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국가와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 등의 이야기를 입에 달고 다닌다. 하지만 이를 행동으로 증명해 보인 정치인이 몇이나 될까 싶기도 한 것이 한국정치사의 현실이다. 정치인 처벌은 솜방망이격이다. 옥살이는 커녕 벌금형이나 집행유예형이 다반사니, 범법에 무감각한 자들이 많다.

 

지난해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1위 군주민수(君舟民水)나 2위 역천자망(逆天者亡)은 정치인들이 항상 가슴에 새기고 살아야 할 명구다. 백성이 곧 하늘이고, 거스르면 망하게 된다. 그것을 증명한 것이 촛불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노동자 없이 존립하는 기업은 없다. 최근 전주시내버스 파업 사태 속에서 지역 최대 시내버스 업체가 사주의 34세 아들 김모(등재이사)씨 앞으로 500억 채권 설정을 해준 사실이 드러나 소란스럽다. 회사 수익이 김씨 계좌로 입금된다. 사주인 김씨 쪽은 완벽한 빨대를 꽂은 셈이다. 근로자들은 뭔가. 소변 참아가며 하루종일 뼈 빠지게 일한 그들은 봉이 됐다. 촛불 이후 마치 정의가 바로서는 듯 요란하지만, 아직 요원하다. 기업주가 근로자를 돈벌이 소모품 정도로 취급하니 고교 실습생이 자살하는 것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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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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