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외지인들이 전북 사람을 양반들이라고 평가한다. 농경사회가 주류를 이뤄서인지 성징이 순해서인지 좋게 말해서인지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사는 사람이 볼 때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머리 회전이 빨라 상황판단을 잘 하는 것 같지만 뒷심이 부족해 옳은 일에도 안 나서려는 경향이 있다. 적극성 부족이 단점으로 보인다. 여론주도층이라는 유지들은 거의가 모든 일에 적당한 스탠스를 취하면서 모난 짓을 안한다. 모난 돌 정 맞는다고 지역사회에서 비판자로 내몰리면 살기가 불편해질 수 있어 그런 처세를 하고 있다. 날마다 얼굴을 부딪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태도를 견지한다. 극단적이지 않으면서 적당히 체면치레만 한다.
유지들은 보이지 않게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간다. 그들은 자신의 명예와 경제적 이득 확보를 위해 대부분이 관과 친숙한 관계를 형성해 놓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전북은 산업시설이 빈약해 관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정보와 재정을 관이 점하고 있어 지사를 비롯해 시장 군수와 친하게 지내려는 경향이 팽배하다. 지연 혈연 학연으로 연결돼서 가깝게 지내는 사회적 성격 때문에 꼭 해야 할 말도 못하고 형식적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묘한 것은 선출직으로 뽑아 놓은 사람들과의 관계설정이 잘못됐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이나 선출직을 뽑을 때는 유권자가 갑이지만 그 이후에는 주인이 을로 뒤바뀐다는 것. 다른 지역은 국회의원과 시장 군수가 잘못하면 불러내서 혼을 내는데 이 같은 일을 못하고 있다.
도민들이 지역주의와 연고주의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연고주의를 나쁜 것이라고 탓할 일도 아니지만 연고주의에 의존하다 보니까 지역사회가 역동성이 떨어졌다. 전북은 고요한 호수처럼 조용하다.
전주 한옥마을에 연간 1000만명이 다녀가지만 밤 10시만 되면 발길이 뚝 끊긴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잦은 선거로 지역 민심만 사분오열됐다.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인가 아닌가에 따라 관의 대접이 달라진다. 편 나누기가 일상화 됐고 선거브로커를 중심으로 끼리끼리 해먹는 문화만 갈수록 발달해가고 있다.
아무리 단속이 강화돼도 돈선거판이 그대로 유지되는 게 문제다. 단체장 후보 56%가 민주당 공천을 받으려고 야단법석이다. 그 이유는 국민의당이 죽을 쒀 예전처럼 민주당 일당 독주체제가 굳어져 가기 때문이다. 시장 군수가 잘못하면 말로만 비판할 게 아니라 갈아 치워야 한다. 행동하는 양심이 촛불정신이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이 일어난지 1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세상살이는 어렵고 어둡다. 황금 개띠해인 내년에는 뒷전에서 비난과 비판만 하지 말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면서 행동으로 옮겼으면 좋겠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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