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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와 대한민국

 

모든 질병치료는 무료다.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가 무료이니 그리 특별한 사회제도가 아닐 듯 한데 중요한 것은 그 의료의 수준이 다른 사회주의 국가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높다는 것이다. 종합병원만 280개가 넘고 종합진료소는 440개 넘는다는 이 나라의 인구는 1000만여 명. 의과대학은 28개, 해마다 이곳에서 배출되는 의사 수만 4천명이다. 의사 1인당 주민 수는 168명, 의사 1인당 500명인 우리나라보다도 세배나 높다.

 

1993년에는 세계 보건기구로부터 세계 최초의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근절된 나라로 선정됐으며 유아 사망률은 1000명당 6.4명으로 미국보다 낮은 나라. 기초적인 질병 치료 뿐 아니라 심장이식 수술부터 에이즈 치료까지 모든 의료행위가 무료인 나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에이즈 검사를 하고 그에 맞게 백신 개발에도 가장 앞섰던 나라. 이 나라는 1차 진료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기도 한다. 사회주의 국가 쿠바의 이야기다.

 

김흥식씨의 저서 <세상의 지식> 에서 쿠바의 의료체계에 소개된 내용은 흥미롭다.

 

좀 더 들어가 보면 쿠바의 의료체계를 다진 사람이 있다. 아직도 세계의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남미의 혁명가 체 게바라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그는 중산층 출신으로 의과대학을 다녔다. 대학시절 라틴아메리카 등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보며 그는 의사 게바라에서 혁명가 게바라로 변신했다. 그러나 정작 그가 의사 생활을 시작한 것은 1954년 멕시코에서다. 쿠바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와의 인연도 멕시코에서 이루어졌는데, 당시 게바라는 멕시코에 망명해 있던 피델 카스트로와 동생 라울 카스트로와의 만남으로 쿠바의 영웅이 됐다.

 

게바라는 카스트로가 쿠바로 돌아가 새 정부를 세웠을 때 신정권의 중요 요직을 맡아 일했다. 이때 쿠바의 의료체계의 기반을 다진 사람이 바로 게바라였다. 쿠바는 이후 사회주의가 붕괴되면서 모든 분야에서 부침을 겪게 되었지만 오늘에 이르러서도 의료 분야에서만은 세계의 주목을 받는 나라다.

 

우리나라의 이름 높은(?) 의료기관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4명의 신생아가 사망했다. 이대 목동병원의 의료사고다. 응급치료를 받던 신생아들이 수액주사를 맞고 순차적으로 사망했다는 상황은 좀체 이해하기 어렵다. 원인이야 밝혀지겠지만 우선은 적나라하게 드러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민낯이 부끄럽다. 도마 위에 오른 이 병원의 총체적 관리허술을 보면 우리나라의 의료수준이 어디까지 왔는가를 짐작케 한다. 남미의 가난한 나라 쿠바의 의료 체계를 보니 부자강국을 향한 대한민국의 허물이 더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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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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