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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아저씨' 박항서

 

만리장성을 만든 이는 진시황이고, 오사카성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건립했고, 불국사는 김대성이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유력자는 단순히 지시했을뿐, 실제 이런 거대한 업적을 이룬 이는 이름없는 수많은 민초들이다. 때문에 지도자의 능력보다는 수많은 조력자들의 헌신을 더 높이 사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있어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도자의 지휘봉 하나는 천양지차의 결과로 나타난다.

 

누가 지휘봉을 쥐어도 비슷해 보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베트남 통일의 주역 호찌민은 개미군단을 하나로 모아 골리앗을 이긴 다윗임에 틀림이 없다.

 

프랑스와 일본, 미국을 상대로 투쟁해서 식민조국을 구해낸 이가 바로 호찌민 아니던가.

 

충분히 대접받고 누구보다 누릴 수 있었으나 그는 대통령이 돼서도 지질이도 못난 이들의 친구가 됐기에 사후에도 ‘호 아저씨’란 애칭으로 불리운다.

 

단순히 외세를 물리치고 남과 북을 하나로 통일한 지도자라는 평가만으론 너무나 부족하다. 어떤 이는 그를 레닌과 간디의 중간쯤 된다고 평했다.

 

베트남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 사이공은 그의 이름을 따 호찌민 시로 바뀌었고, 베트남 지폐엔 늘 그의 사진이 있는 것을 보면 사후 반세기가 지났으나 권위는 신성불가침 그 자체다.

 

그런데 요즘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이 감히 ‘호 아저씨’다음 반열에 올라있다.

 

국내 축구계에서 ‘실패한 감독’으로 여겨졌던 박항서 베트남 축구감독이 큰 일을 저지르면서 영웅이 된 것이다.

 

그가 사령탑을 맡은 베트남의 23세 이하 대표팀이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하면서 베트남 전역은 남북 통일 이후 가장 큰 감격에 빠져있다. 이번 대회 준우승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베트남이 AFC 주최 대회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우즈베키스탄과 축구 결승전이 있던 지난 27일 공교롭게 베트남 호찌민시에 머물던 필자는 참으로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외곽까지 합쳐 1000만명에 가까운 호찌민시 전역은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를 매단 수십만의 오토바이 인파로 채워졌다.이들은 자정을 지난 시간까지 경적소리를 내며 축하의 물결을 연출했으나 무질서속의 질서는 경이로웠다.

 

“평생 처음 느껴보는 감동”이라고 말하는 베트남인들은 특히 박항서 감독의 인기를 반영하듯 “한국에서 온 관광객”이라는 말에 너나없이 손을 내밀었다.

 

역사상 최고의 서번트(Servant·섬김또는 하인) 리더십을 보여준 호찌민에게서 영감을 얻어 박항서 감독이 이번에 큰일을 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쨌든 한국인의 명예를 떨친 박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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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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