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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전라감영 - 국중하

▲ 국중하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서울 중심의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만들기 위해 전국을 8도로 나누어 각각 감영을 설치했다. 그리고 8도 관찰사 아래 목, 군, 현이라는 요즘의 시군체제를 갖추기도 했다.

 

관찰사는 종2품으로 행정, 사법, 군사권을 가졌으며, 2년 임기 동안 관할 지역을 순찰하던 제도인 순력체제였으나 임진왜란 이후 감영에 머물면서 다스리던 유영체제로 바뀌었다. 전주성 내 중앙동 옛 도청사와 경찰청 자리에 한강 이남에서 최대의 전라감영을 설치하고 지금의 전라남북도와 제주도까지 호남지역을 전라감사가 총괄하는 행정기관이었다.

 

전라감영은 감사가 집무하는 포정문, 관찰사가 정무를 보던 선화당, 감사의 주거 공간인 연신당, 지방관아에 있던 안채 내아, 감사가 친히 나가 농정을 관람하던 관풍각, 내삼문 등 40여 채의 웅장한 규모를 갖추었다.

 

또한 행정의 중심지로서뿐 아니라 19세기 말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 자치기구인 집강소의 총본부인 대도소가 설치된 자리로도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큰 곳이다.

 

그 밖에도 부채를 제작하여 임금에게 진상했던 선자청과 나라에 공물로 바칠 종이를 만들던 지소, 책을 만들던 인출방이 있었다. 그리고 대사습놀이와 관련된 통인청도 있었다.

 

이렇듯 전주는 조선 500년 동안 전라도 전체를 다스리는 관찰사가 머물렀던 곳으로 총체적인 문화의 중심지가 바로 전주 중앙동에 위치했던 전라감영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전라감영이 자취를 감추고 자료마저 대부분 소멸되어 보존하지 못한 애석함이 너무도 크다. 다행히도 조선 말의 전주 모습을 담은 고지도가 아직 남아있고, 전라감사의 집무처인 선화당의 사진이 구술기록과 함께 전해오고 있으니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이라도 국가기록원의 배치도면을 면밀하게 살펴서 이를 복원자료로 활용함은 전라감영을 한국 근대사에서 위상을 높이는 일이다. 이미 감영 복원을 마친 경상, 충청, 강원 감영은 좋은 본보기다.

 

일찍이 풍수와 지상가들이 전주를 물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행주형으로 많은 사람과 재물을 한배 가득 싣고 계류하고 있는 형상이라 설파했다.

 

상제님께서도 군산이 세계 물류의 중심지가 될 것이며 “군창-군산)이 천하의 곳간이 될 것 이니라.”라고 예언했다.

 

“지유군창지 사불천하허 地有群倉地 使不天下虛/왜만리청만리 양구만리 倭萬里淸萬里 洋九萬里/ 피천지허 차천지영 彼天地虛 此天地盈” 이 땅에 군창(군산)이 있으니 천하를 비우게 하지 아니 하리라. 왜국과 청국이 멀고 서양은 더욱 머나 저곳은 텅 비고 이곳은 가득 차리라. “군창이 천하의 큰 곳간이 될 것이니라.”라는 뜻이다.

 

전주는 예로부터 풍광도 수려하고 먹거리도 풍부하여 한양 평양 다음으로 번성해 사람들이 들끓는 곳이었다. 그러던 전주가 어떻게 해서 전국 30대 도시로 쇠락하여 매어둔 배가 밧줄이 끊어져 향방 모르고 표류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늦었지만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전라감영에 대해서 충분히 조사하고 연구해서 당시의 문화와 가치관을 되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찬란했던 역사를 똑바로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요즈음 인산인해를 이루는 한옥마을과 객사 그리고 연지공원, 건지산, 산성, 치명자산까지를 포함한 벨트를 조성하여 관광콘텐츠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구도심도 살아나고 관광산업도 육성시킬 수가 있다. ‘삼락농정’ 미래의 경제 동력 ‘새만금’을 풀가동하여 떠내려가는 뱃머리를 다시금 전주성 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단단히 붙들어 매서 환골탈태해야 한다.

 

△국중하 씨는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해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예총 완주지회장으로 있다. 우신산업(주) 대표이사로 있으며 <별빛 쏟아지는 여산재> 를 비롯해 8권의 수필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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