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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93) 5장 대백제(大百濟) ⑨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백제가 망한다면 안에서부터 망하게 될 것이야.”

 

성충이 혼잣소리처럼 말했지만 옆에서 걷던 동생 윤충이 들었다. 동방 방령 윤충은 형처럼 직선적인 성품이 아니다.

 

“이것 보시오, 형님. 그런 말은 반역죄에 해당되오.”

 

의직, 흥수와 헤어져 둘은 왕궁의 마당을 걷고 있다. 지나던 관리들이 둘을 향해 절을 했다. 성충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나 혼자만이라도 이렇게 떠들 것이야. 동생, 너는 지금처럼 대놓고 나를 비판해서 대왕의 권위를 세우거라.”

 

“형님, 왕비마마를 오해하고 계신 건 아니오?”

 

“내가 병관좌평이다. 첩자 2백여 명을 휘하에 두고 있단 말이다.”

 

다시 성충의 목소리가 격해졌다. 걸음을 멈춘 성충이 몸을 틀어 윤충을 보았다.

 

둘은 왕궁의 넓은 마당에서 마주보고 섰다. 성충이 말을 이었다.

 

“신라 도성에 있는 내 첩자가 연기신이 김춘추를 만나는 것을 직접 목격했어. 김춘추를 말이야.”

 

“그럴 리가….”

 

놀란 윤충의 얼굴이 굳어졌다.

 

“형님, 그 첩자를 믿을 만 하오?”

 

“대왕도 그러시더군.”

 

성충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그 첩자가 누구냐? 이름을 대라고 하시더란 말야.”

 

“그거야…”

 

“관직에 있는 자야. 처자식이 이곳 도성에 살고, 목숨을 내놓고 적의 도성에서 위장 신분으로 지내는 자야. 그자 이름을 밝히면 왕비가 가만 두겠는가?”

 

“……”

 

“대지 못하겠다고 했더니 대왕은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시더군.”

 

“……”

 

“왕비가 요물이야. 대왕은 안의 관리를 못하시네. 백제는…”

 

“형님, 그만 하시오.”

 

말을 자른 윤충이 말머리를 돌렸다.

 

“그렇다고 계백에게 해적소탕 임무를 맡겨 벽지로 보내는 건 너무하신 것 아니오? 왜 계백에게 화를 푸시오?”

 

“내가 곧 계백을 불러 이야기를 해줄 것이네.”

 

“어, 어떤 이야기 말이오?”

 

“모두 다.”

 

“이것 보시오. 계백한테 대왕 험담을 하실 참이오?”

 

“계백도 알아야 해. 대백제의 장래를 이끌어갈 재목이니까 실상을 알아야 되네. 그것이 내가 할 일이야.”

 

“형님.”

 

“왕비 교지가 누구냐? 선화공주가 데려온 여자 아니냐?”

 

몸을 돌린 성충이 발을 떼었고 윤충은 그 뒷모습만 본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시간에 서방 방령인 달솔 해재용이 계백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보게 한솔, 내 휘하에 2만7천의 병력이 있지만 그 중 절반이 수군일세.”

 

해재용은 60대로 무장(武將) 출신이다. 해재용이 말을 이었다.

 

“나머지 절반이 32개 성에 분산 배치되어 있지만 해적이 작심하고 한 지역을 공략한다면 당할 수밖에 없어.”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서방(西方)은 대륙과 마주보고 있어서 전부터 수군(水軍)이 발달했다. 계백이 물었다.

 

“전선(戰船)으로 해적을 막을 수는 없습니까? 전에는 해적 피해가 적었지 않습니까?”

 

“근래에 이르러 수군(水軍) 전력이 약해졌네. 그것이 문제일세.”

 

백제 전력(戰力)의 내막이 드러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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