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나솔 백안이 국창에게 말했다.
“ 은솔께서 곧 달솔이 되실테니 오늘은 미리 승급주를 마시도록 하지요.”
“이 사람아, 내가 머리위에 혹이 하나 붙은 참인데 무슨 승급주인가? 홧술이나 마시자구.”
국창이 투덜거렸을 때 한솔 목덕춘이 나섰다.
“그 놈이 윤충, 성충 형제의 위세를 믿고 날뛰는 것이오. 대왕께서 우리 대성(大性)가문을 아예 몰사시킬 작정으로 뜨내기 가문 놈들을 중용하기 때문이오.”
국창, 백안, 목덕춘 모두가 백제의 대성8족(大性八族)인 것이다. 무왕과 의자왕 시절에 이르러 왕권이 강화되면서 한성, 웅진성에 기반을 둔 대성8족이 쇠퇴되었고 불만이 쌓여졌다. 그때 국창이 눈을 가늘게 뜨고 바다를 응시하며 말했다.
“우리가 의지할 분은 왕비마마밖에 없어. 왕비마마는 여왕이 되시고도 남아.”
“그렇습니다.”
백안이 맞장구를 쳤을 때 목덕춘이 앞쪽 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순시선이 오고 있소.”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옮겨졌다. 백제 순시선이다. 순시선은 돛 1개에 노꾼이 좌우로 12명씩 붙어서 속도가 빠르다.
연안 순시선으로 대해(大海)에는 나가지 못하지만 빠른 속력을 이용하여 연안 순찰과 연락선 역할을 맡(?)는다.
“홍도에서 오는 길인가?”
백안이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홍도 방향에서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시선은 높이가 낮고 앞이 뾰족해서 속력을 내면 앞이 들린다. 이제 순시선과의 거리가 5백보 정도로 가까워졌다.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선장인 무독이 소리쳐 보고했다. 이쪽은 전선(戰船)이다. 대선(大船)이어서 순시선보다 높이도 높고 길이도 2배는 된다. 돛은 2개지만 노가 없어서 바람을 타야 속력을 낸다. 전선에는 수부(水夫)15명에 군사 50명이 탈 수 있는데 오늘은 국창과 무장 10여명, 군사 20여명이 탔다. 놀러가는 길이어서 배에는 술과 안주가 가득 실려져 있다. 그때 선장 옆에 선 키잡이 수부가 다시 소리쳤다.
“순시선에 10여명이 타고 있습니다!”
이제 거리는 3백보로 좁혀졌다. 양쪽이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야?”
국창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선장에게 소리쳐 물었다.
“깃발 신호를 해라!”
“예, 항장.”
대답한 선장이 곧 수부에게 지시해서 깃발 신호로 물었다.
“이곳은 사령선이다. 무슨 일이냐?”
깃발이 색깔별로 흔들리면서 묻자 곧 순시선에서 깃발 대답이 왔다.
“급히 보고할 것이 있다!”
“해적인가?”
이쪽에서 묻자 깃발 대답이 왔다.
“그렇다.”
“이런.”
깃발 신호를 읽은 국창이 입맛을 다셨을 때 순시선과의 거리가 1백보가 되었다.
국창이 지시했다.
“백에서 널판지를 내려라.”
“예, 항장.”
널판지를 순시선에 내려서 직접 보고를 듣겠다는 말이다.
“해적을 발견했는가 봅니다.”
목덕춘이 말했을 때 곧 순시선이 전선 옆으로 붙더니 널판지를 붙잡고 고정시켰다. 그러더니 순시선에 탄 군사들이 널판지를 타고 전선으로 건너온다. 이쪽 전선의 군사들이 널판지를 잡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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