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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6장 해상강국(海上强國) ①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계백이 한산성주 겸 수군항 항장으로 임명된 것은 그로부터 열흘 후다. 도성에서 온 의자왕의 사자(使者)인 전내부 도사는 계백이 4품 덕솔(德率)로 승급했다는 어명을 전했다. 그날 저녁, 한산성의 청에는 수군한 지휘관들까지 모두 모였다. 계백의 승급과 항장 취임을 축하하는 주연이 열린 것이다. 모두 한마디씩 축하 인사를 끝냈을 때 수군항의 나솔 윤진이 술잔을 들고 말했다.

 

“전(前) 항장 국창님께서 해적에게 당해 수중고혼이 된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렇소. 하지만.”

 

옆에 앉은 장덕 백용문이 거들었다.

 

“나솔 백안과 한솔 목덕춘님도 함께 가셨으니 외롭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둘은 국창과 그 추종세력들이 계백에게 몰사당한 것을 아는 것이다. 그때 화청이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

 

“어쨌든 한산성과 수군항 항장을 덕솔께서 겸임하게 되셨으니 이제는 수륙 합동작전으로 해적을 격멸시킬 수가 있을 것이오.”

 

“과연.”

 

윤진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저승에 계신 국창님도 반기실 것이오.”

 

계백은 좌우를 둘러보았다. 수군항의 지휘관이 10여명, 절반쯤은 기가 죽은 분위기다. 죽은 국창의 일파였던 자들이다. 그동안 그들이 안절부절한 상태로 수없이 회의를 했고 두 번이나 도성으로 밀사를 보냈지만 화청과 하도리 등 한산성의 장수들이 쳐놓은 그물에 다 걸렸다. 그래서 계백은 국창의 일파가 누군지 샅샅이 알게 되었다. 그때 계백이 입을 열었다.

 

“나는 바다 건너 연남군의 기마대장 출신으로 본국에서 온 전함을 보면 자부심을 느끼곤 했다.”

 

모두 숨을 죽였고 계백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국경을 맞댄 당(唐)의 수군(水軍)은 대백제의 전함을 보면 아예 도망질을 한다고 들었는데 막상 본국의 실상을 보니 해적의 침략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다니 놀랍다.”

 

계백의 시선이 국창의 일파를 스치고 지나갔다.

 

“더구나 수군항 항장까지 해적선의 공격을 받아 실종되다니 기가 막힌다.”

 

국창의 일당으로 도성의 왕비에게 밀사를 두 번이나 보낸 지휘관은 다섯명, 밀사를 잡아 밀서 내용을 보았더니 일당들은 국창을 계백이 살해해서 수장시킨 것으로 믿고 있었다. 지금 계백의 눈앞에 그 지휘관 다섯이 앉아있는 것이다. 밀서를 함께 읽은 화청과 윤진 등은 그들을 모두 죽이자고 했다. 그리고 오늘이 그 기회인 것이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

 

“대백제는 해상강국이다. 수백년 전부터 남방의 담로를 지나 인도, 페르시아까지 상선을 보내왔다. 그런데 해적이 본토를 제 집 드나들 듯 하도록 놔두다니.”

 

계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구나 도성의 대왕께서는 이 위기를 보고받지도 못하셨다. 이것은 수군항 지휘관의 반역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옳습니다.”

 

화청의 질그릇 깨지는 것 같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소장도 내륙의 전선을 수년 간 돌아다녔지만 해적이 횡행한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반역도의 짓입니다.”

 

이제 다섯 지휘관의 얼굴은 사색(死色)이 되었다. 청 안 분위기가 얼음 구덩이 안처럼 차가워졌고 살기가 덮였다. 그때 계백이 이 사이로 말했다.

 

“수군항 지휘관 중에서 이 사실을 시인하는 자가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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