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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의 저력

해마다 이맘때쯤 우리에게 반갑지 않은 소식이 하나 있으니 노벨 과학상을 받은 한국인이 단 한명도 없다는 점이다. 노벨과학상 분야에서 무려 22개를 받아낸 일본의 저력에 내심 자존심이 상할 만하다.1일 생리의학상 발표를 시작으로 8일까지 5개 분야 노벨상과 1개 분야 노벨 추모상(경제학상) 수상자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우리 국민들은 이번 만큼은 스웨덴 한림원에서 들려올 낭보를 손꼽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한국 마라톤이 연일 도마위에 올랐다. 이제 인류는 100초만 줄이면 ‘마의 2시간벽’을 넘어설 수 있게 됐으나 오늘날 한국 마라톤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인류 최초로 깬 2시간 30분 기록을 경신하기는 커녕 82년전 손 선수가 세운 기록에도 미치지 못한다.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34)는 지난달 베를린 마라톤에서 42.195㎞를 2시간 1분 39초에 돌파, 이제 100초만 줄이면 ‘마의 2시간벽’을 깨게된다. 매우 뛰어난 엘리트 과학자나 선수 한명의 저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다.

그런데 이 세상은 엘리트 만으로는 안된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아마추어의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동서 냉전시대, 사회주의 동구권 국가들은 올림픽이 열렸다하면 신기에 가까운 재주를 보이며 금메달을 다 쓸어갔다. 체조 요정 코마네치(루마니아)가 대표적인 경우다. 많은 메달을 휩쓸었으나 동구권은 특정 엘리트 선수 몇명이 우수했을뿐 생활체육 저변은 지극히 취약했다.

대한민국의 경우도 생활체육은 없이 소수 엘리트 선수를 키우면서 어떻게든 외국 선수와 싸우면 무조건 이겨야 했고, 국내에서도 타 시도 선수는 꺾어야 할 상대로만 지도했다.

전국체전에 출전한 원로들이 기억하는 웃픈(=웃기고 슬픈) 추억이 있다. 어느해 전국체전에서 성적이 나빴던 전북 선수단은 몽둥이를 들고 화가 나 있는 도민들이 무서워 전주역에서 내리지 못하고 플랫폼에 열차가 진입하기 전 뛰어내렸다고 한다. 요즘같으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강화군 마니산 첨성대에서는 3일 단기 4351년 강화마니산 개천대제가 열린다. 개천절을 맞아 국운의 번창과 태평시대를 기원하는 천제봉행 의식에 이어, 칠선녀의 성무와 제99회 전국체육대회 성화 채화식이 진행된다. 익산을 비롯한 도내 시군에서 펼쳐지는 전국체전 성화가 채화되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12일 전국체전 개막식 날에는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남자축구 대표팀이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갖는다. 많은 이들은 최고의 엘리트 선수들이 출전한 축구 A매치에 더 큰 관심이 있겠지만, 적어도 전북인들은 지역에서 열리는 아마추어인들의 대제전 ‘전국체전’에 한번쯤 시선을 돌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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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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